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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입력 2017-05-24 22:34 수정 2018-01-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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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는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광인이었던 그는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창을 겨누었던 것이지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는 헛되고 무모한 싸움을 일컫는 말로 종종 사용되고는 합니다.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어제 한 신문의 사설 제목입니다.

'공사 이후 홍수 피해가 사라지다시피 한' 4대강을 또다시 감사하려는 것은 '4대강을 마치 무슨 악인 양 만들'려는 노골적인 의도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제는 야당이 된 한국당의 원내대변인 역시 돈키호테의 풍차를 언급했습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 없는 선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닫혀있는 수문을 열어 고여 있는 강을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와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서 두루 나눠야 한다는 요구.

이것은 광인으로 취급된 돈키호테의 행위처럼 그저 헛되고 무모한 싸움으로 남을 것인가….

그러나 누군가는 또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햄릿을 사랑하기는 힘들지만 돈키호테는 사랑하지 않기가 힘들다"

러시아의 작가 투르게네프가 햄릿이 아닌 돈키호테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고민보다는 행동을 택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물론 수문을 만들어 흐르는 물길을 막겠다 했던 시도 역시 어찌 보면 고민 아닌 행동을 택했던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하긴 그의 별명은 돈키호테 못지않은 불도저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달랐기에 결과는 이렇게 나온 것인가.

1년 전 이맘 때 서울 구의역의 비정규직 김 군은 컵라면 하나를 가방에 넣은 채 세상을 등졌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강을 바라보며 강에게 미안하다 말합니다.

강에게 미안하다 하는 것은 강이 품고 있는 모든 생명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을 말함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든, 4대강 문제를 얘기하든, 우리가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 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풍차에 달려들었던 돈키호테도 인간이었습니다.

오늘(2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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