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입력 2017-05-23 22:26 수정 2017-05-23 23:2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젠 세상에 없는 전직 대통령과 그의 오랜 친구는 김광석의 '친구'라는 노래를 사이에 두고 만났습니다.

또 다른 오래된 두 사람의 친구 역시 오늘(23일)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습니다.

뒷말을 울먹이며 흐릴 정도로 애틋한 관계였다지만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던 어색한 해후였습니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친구와 대면하게 되었던 전직 대통령들.

오늘의 한국 현대사는 마치 누군가 미리 모든 것을 설계해놓은 양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포개지며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가 감옥으로 내려가던 날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새 정부가 출발하는 날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4대강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리겠다 발표하던 날, 구명조끼를 입은 온전한 유해가 발견되었으며 전직 대통령의 서거 8주기를 맞은 날, 과거 그의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던 또 다른 탄핵된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말 우연일까…

"지금 당장"

독일의 통일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우연한 실수였습니다.

동독의 여당 관계자가 주민 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동독 주민이 서독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죠.

언제부터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당황한 그는 즉흥적으로 "지금 당장" 이라고 대답했고 "베를린 장벽 무너지다" 라는 속보가 전 세계로 타전됨과 동시에 동독인들은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취급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E. H. 카의 말처럼 그것은 꾸준히 추진해왔던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과 자유와 통일을 향한 시민의 열망이 축적돼서 마치 우연과도 같은 필연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역사란 그저 우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같은 날 서로 다른 장소에서 마주하게 된 오래된 친구들의 모습과 그 배가 올라오던 바로 그 날, 하늘에 그림같이 걸려있던 리본 구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논리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세상사를 두고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지요.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앵커브리핑]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존재한다" [앵커브리핑] '부끄러움은 목에 가시처럼 남아…' [앵커브리핑] "큰 숨을 내쉬어야 할 5월을 맞이하려면" [앵커브리핑] '오랜만에 자괴감을 다시 느껴보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