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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짓다만 건물에…드리우는 '범죄 그림자'

입력 2017-05-11 21:56 수정 2017-05-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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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같은 건물을 짓다가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곳이 전국에 400곳 가까이 있습니다. 흉물을 넘어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오리가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연못 곳곳에는 수풀이 우거졌는데요. 마치 도심 속 공원 같은 이곳은 사실 10년 넘게 방치된 아파트 공사 현장입니다. 지하 2층까지 땅을 파놓은 상태에서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작업이 모두 중단돼버린 겁니다.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는 펜스는 군데군데 녹슬었고, 버리고 간 건축자재들이 물 위에 떠있습니다.

대로변에 들어설 예정이던 이 공장형 아파트는 2004년 첫 삽을 떴지만, 불과 2년 만에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분양이 미달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시공사가 부도났고, 현장에는 쓰레기만 쌓이고 있습니다.

[이글/경기 수원시 원천동 : 이쪽에 약간 술집 같은 거 되게 많거든요. 지나가다가 막 취기 때문에 호기로 들어가고 그러지 않을까…]

주변의 땅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철골 구조물들은 부식됐고, 빗물도 최소 10m 넘게 고여 있습니다.

하지만 담당 지자체는 해당 부지가 민간 소유라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의 또 다른 공사 현장입니다.

140여 세대의 보금자리가 될 뻔했던 이 자리는 22년째 방치됐습니다.

지하층 공사만 진행된 상태로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소유주가 바뀌길 여러 차례. 흉물로 변한 공사 터를 매일 봐야 하는 주민들은 답답한 마음입니다.

[주민 : 21년 동안을 묵혀둔 거예요. 그러면 밑에 부식이 안 됐다고 봐요? 다 때려 부수고 다시 짓든가 해야 하는데. 돈이 한두 푼 드느냐 이거야.]

전국에 방치된 공사 현장은 387곳으로, 10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은 10곳 가운데 6곳이 넘습니다.

긴급 보수·보강이 이뤄져야 할 곳도 20%에 달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지자체장이 내린 안전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 법안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광역시·도에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장들이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미관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 범죄의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치안의 공백이 생기는 지역들은 범죄를 유인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거든요. 무방비 상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무질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게 미국 범죄학자가 주장한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지자체의 소극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전국 380여곳의 장기 방치 공사 현장도 깨진 유리창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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