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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기숙사 반대" 대학가 주민들…속사정은?

입력 2017-04-20 22:14 수정 2017-04-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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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교 주변의 임대료는 서울 도심보다도 비쌉니다. 등록금에 월세에 허리가 휘지요. 저렴한 기숙사를 많이 지으면 좋을 텐데, 이게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합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속사정을 밀착카메라가 들여다 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동소문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앞 국유지는 20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누군가 밭을 일군 흔적이 있는 이곳은 대학생 연합 기숙사 신축 부지입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점유한 경작물을 폐기하겠다는 현수막도 내걸려 있습니다. 이곳에 건축 허가가 난 건 지난 2월입니다. 두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 공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대학생 7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합 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한 건 1년 전인 지난해 4월입니다.

갈수록 커지는 대학생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는데 인근 주민들이 곧바로 반발했습니다.

기숙사 신축 부지에서 2차선 도로를 건너면 초등학교 후문입니다.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될 경우 소음과 분진 등 생활 피해와 대형차량으로 인한 등하교 안전 문제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재단 측은 학생 안전을 위해 별도 통학로를 마련하고 안전 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대학생이 유입될 경우 성범죄가 늘어날 거라는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유정분/행복 기숙사 건립 반대 추진 위원회 : 초등학교 가까이 있으면 대학생이 초등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겠어요.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애정행각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기숙사 설립에 주민 모두가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주민 : 요즘 애들이 취직이 안 돼서 난린데 공부하기 바쁜데 술 먹고 연애질하고 그럴 새가 어디 있어요? 말하자면 집단 이기주의야.]

대학생 연합 기숙사 1호점은 지난 2014년 서울 홍제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 역시 개관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주민들에게 체육관과 식당을 개방하며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기숙사비는 한달에 평균 18만 원 선. 가격이 저렴해 입소 경쟁률이 평균 9대 1에 달합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9.5%, 서울 지역은 11.5%에 불과합니다.

서울 지역 대학생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가 월세방에 두세 명이 모여 살기도 합니다.

[최서인/대학교 3학년 : 이 집은 (보증금) 1000만원에 관리비까지 87만원이요. 생활비랑 월세까지 웬만한 과외 재벌이 아닌 이상 (자립이) 불가능한 거 같아요.]

기숙사 건립에 난항을 겪는 건 사립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일대는 한 대학의 사유지입니다. 이곳에 학생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쳐 4년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심 환경 훼손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반대하는 속사정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동산 관계자 : 원룸이 남아도니까. 기숙사를 많이 지으면 방이 더 많이 비잖아. 그러니까 반대하더구먼.]

정작 속이 타는 건 학생들입니다.

[이승준/고려대 총학생회장 : 성북구청이나 고려대학교나 적극적인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입니다. 굉장히 답답합니다.]

대학가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저렴한 기숙사를 늘리는 거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주민 반대로 쉽지 않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주거 불안을 경험하는 학생들, 가혹한 현실을 먼저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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