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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모습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과연 그럴까?

입력 2017-03-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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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 대해 "악의적 오보가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만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는 얘기가 검찰에서 실제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과연 그런지 정치부 서복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21시간 조사, 역대 최장 시간임엔 틀림없는데, 그 시간에 다 조사를 받은 건 아니지요?

[기자]

21시간은 검찰청사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 시간이고요.

실제 묻고 답한 14시간이었습니다. 점심, 저녁, 휴식시간까지 포함해서요. 나머지 7시간은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검토한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밤 11시 40분 후부터는 청사를 언제 나갈지는 전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었던 거죠.

[앵커]

전체 조사시간 중 3분의 1을 조서를 검토하는 데 썼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그런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제가 김준 기자한테 물어보려다가 못 물어보고 지나쳤는데, 그렇게 7시간 동안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다 수정할 수 있습니까?

[기자]

가능합니다.

[앵커]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기자]

일단 검찰 진술 조서를 검토할 때는 수정하고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수정을 못하면 나중에 재판에 가서 진술을 번복할 수가 있기 때문에 검찰은 대부분 다 수용해줍니다.

[앵커]

그런데 7시간 동안 그렇게 했다는 건 수정할 것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냐, 아니면 워낙 조서의 양이 많은 것이냐. 그건 좀 더 봐야 할 문제기는 합니다만.

[기자]

일단 검찰 관계자는 꼼꼼하게 봤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앵커]

하여간 7시간은 이례적이죠?

[기자]

이례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요.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에 동의하지 않거나 부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일단 7시간이나 검토했기 때문에 그럴 명분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손범규 변호사가 오늘 새벽 12시 53분에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참 조서를 검토했을 시간이었지요.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입니다.

진실 얘기에 이어 검찰 칭찬까지 한 건데요. 이 내용을 본 검찰 관계자의 반응은 "말의 취지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였습니다.

[앵커]

그 얘기 잠시 후 더 해보죠. 변호인단에서는 "검찰 조사를 진작 받으면 좋았었다"는 말까지 했던데요.

[기자]

헌재가 밝힌 탄핵 사유에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이 포함된 데다 그동안 '차은택 씨나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사실인 것처럼 비춰졌는데 박 전 대통령 주장도 동등하게 다뤄지는 계기가 됐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앵커]

실제 진실이 드러났는지, 박 전 대통령 주장이 동등하게 다뤄지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자]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박 전 대통령의 진술로 진실이 밝혀졌다면 검찰 결론이 뒤집혔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건 아닌 걸로 보입니다.

앞서 조사 시간이 혐의 내용에 비해 길지 않다는 말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통상 검찰의 피의자 조사는 피의자의 답변을 들어보고 허위라고 판단되면 그 답변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하면서 압박합니다.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앵커]

달랐다는 건, 왜 그랬을까요?

[기자]

일단 이번엔 혐의가 많아서 그렇게 할 경우 모든 내용을 조사할 수 없는 데다 각각의 혐의 내용을 입증할 진술과 증거가 이미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물론 박 전 대통령 답변을 듣고 그 허구성을 입증할 물증을 제시하면서 반박하고 또 조서에 담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던 거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나중에 공소장 등에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들을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조사는 그야말로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는 것, 그런 의미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는 게 검찰의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부인하면 하는 대로 많은 말을 끌어내려 했다는 것이지요.

이건 검찰이 봐주기를 했다기보다는 전략적으로 그렇게 한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또 이처럼 전면부인이고 그 진술에 허위사실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영장 청구의 명분이 더 커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니까 검찰이 우호적이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건 오판이었느냐. 또 실제로 변호인의 경우에 경험도 있을 텐데, 검찰의 그런 것을 모를 리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앞서 리포트에서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직접 보면서 당혹스러워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시간도 이렇게 오래 고친 것이고.

[기자]

일단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한창 검토할 시간이고 끝낸 시간은 아니었고요.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은 몰랐어도 변호사는 그런 검찰의 전략을 어느 정도 알았을 걸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그럼에도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여론을 의식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결백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리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검찰도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여론전이라면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게 문제잖아요.

[기자]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것은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을 치켜세우는 것도 검찰로선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우를 했을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의 태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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