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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법의 권위…'재판은 놀이가 아니다'

입력 2017-02-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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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7세기 영국에서 스튜어트 왕조를 열었던 제임스 1세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첫 통합 군주였습니다. 그만큼 왕권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어느 날 템즈 강변을 산책하다 왕실법원까지 가게 된 왕은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법관에게 가발과 법복을 빌려 재판을 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하긴 왕실법원의 주인은 국왕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해봄직 할만도 했겠지요.

그러나 대법관은 절대군주 앞에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왕이라도 법관은 될 수 없으며 자연적 이성만으로는 법률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할 수 없다"

민주공화정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중세시대에 그는 이미 3권 분립을 얘기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법관의 권위. 그것은 독립되고 존중되어야 하며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다는 오래된 세상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400년이 지난 민주공화국의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난데없이 태극기를 흔들어댔다가 구겨 넣기도 했고, 지병을 이유로 식사시간을 요구했습니다.

헌법재판관을 향해서는 막말을 퍼부어댔고, 그 재판관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말을 저잣거리에서도 쓰지 않을 표현으로 쏟아냈습니다.

사실 탄핵심판의 막바지로 갈수록 여론전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것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타나면서 합리적 시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큽니다.

"탄핵절차에 임하는 대통령 측의 태도 자체가 탄핵감"

일각에선 이런 비판마저 나오고 있더군요. 더구나 그들 모두는 그 까다롭다는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법조계에 오래 몸담았던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위마저 훼손당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가.

400년 전 템즈강변의 산책에서 떠오른 장난기 섞인 생각이 결국 제임스 1세를 법의 권위에 대한 자각으로 이끌었다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을 고성과 삿대질로 물들인 이들을 헌법의 권위에 대한 자각으로 이끌어 줄 것은 무엇인가.

아까 소개해드린 중세 왕정시대 커크 대법관의 말과는 달리 법률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적 이성만으로도 이해하고 믿고 있는 것.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오늘(2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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