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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 많은 소통의 기회를 나눠줬더라면"

입력 2017-02-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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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이야기입니다.

원래 제목은 'Arrival' 즉 당도, 도래의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면서 제목이 '컨택트'로 바뀌었는데 영화 내용으로 보면 사실 그게 더 어울리기도 합니다.

지구에 온 외계생물체와의 소통임무를 맡게 된 언어학자. 그러나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온 두 생명체의 소통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각자의 언어 체계와 규칙은 갖고 있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삶의 방식과 몸짓, 모두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입니다.

고민 끝에 인간은 두터운 방호복을 벗고 그들 앞에 맨몸으로 다가섭니다. 결국 두 생명체는 서로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감정을 공유하는 데 성공하게 되지요.

배명훈의 소설 <유물위성>에도 상상 속 고대문자인 '요란문자'를 연구하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누군가 읽어내기 전에는 기묘한 점과 선에 지나지 않았던 문자들은 그 의미와 깊이를 이해하는 순간, 환하게 밝아져 성큼 다가옵니다.

어찌보면 간단하지만 결코 간단할 수 없는, 그러나 동시에 꼭 이뤄졌어야만 할 '소통'의 이치들을 영화와 소설은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문자와 언어를 쓰고 있는 우리조차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기에 시민들은 상처받고, 분노합니다.

그러나 서로를 내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엔 같이 가야 할 존재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은 매우 버겁고도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요.

또한 그것은 광장을 뒤덮은 혼돈의 이 시국이 하루빨리 정리되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15일) 뉴스는 대통령이 그녀의 친구와 정상적인 전화기가 아닌 차명폰으로 무려 570번을 통화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기간을 따져보면 하루 세 번꼴.

문제의 그 친구가 해외로 피신해있을 동안에도 통화는 이뤄졌고, 그 친구더러 다시 국내로 들어오라고 한 것도 그 차명폰을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그 차명폰은 저희가 보도한 태블릿 PC에 이은 '제2의 스모킹 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 그 많은 소통의 기회를 시민과 언론에게도 나눠줬더라면… 비록 영화와 소설이라지만 외계인과도, 고대인들과도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들인데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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