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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찍어내는' 인명진 위원장, '버티는' 친박 핵심

입력 2017-01-03 18:36 수정 2017-01-0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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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누리당이 친박 핵심의 인적 청산 문제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자진 탈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친박 핵심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늘(3일) 여당 발제에서 벼랑 끝에 선 새누리당 갈등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아마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수도 있습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대대적인 '인적 청산'. 그 옆에서 열심히 거들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친박 핵심들의 심정이 딱 그럴 겁니다.

어제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계를 제출했죠. 이 전 대표는 "내가 탈당했으니 친박 핵심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에둘러 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명진 위원장은 그걸 반대로 받았습니다. "이 전 대표도 탈당했으니, 나머지 친박 핵심들도 서둘러 결단하라"는 식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 위원장은 오늘 기자 간담회에서 친박계를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일본이었으면 할복해야 할 사람들이다"
"핵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자, '핵'이 누군지 직접 거론은 안 했습니다. 하지만 '핵이 누구냐'는 물음에, 인 위원장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스스로 다 얘기하더라",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실상 지명을 한 거죠. 누구겠습니까. 친박의 '핵'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죠.

사실 인명진 비대위원장 카드는 친박 쪽에서 나왔던 아이디어였습니다. 인적 청산에 다소 소극적일 거라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잘 못 본 것 같습니다. 인명진 위원장, 자진 탈당을 거듭 압박했습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새누리당 : 대통령을 위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몸을 불사르겠다고 한 사람들이 의원직 내려오라는 것도 아니고 탈당하라는 그런 정도의, 말하자면 하라는 건데, 그건 자발적으로 스스로 하는 게 좋겠다. 민주주의 안 배웠어요? 가장 말하자면 민주적인 방법이 스스로 하는 거예요.]

친박 핵심들이 더 당황스러운 건 정우택 원내대표의 변신 때문입니다. 정 원내대표는 사실상 친박계가 자신들의 대표로 밀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정 원내대표 역시 슬그머니 인명진 위원장 옆에 섰습니다. 친박계가 대표로 내세웠던 정 원내대표가 오히려 친박 핵심들을 청산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입니다.

[정우택 원내대표/새누리당 : 이정현 전 대표가 내린 결단이 소위 당내 인적쇄신의 계기가 되어 이 나라 보수정당이 국민의 사랑을 되찾는 동력이 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힘을 실어주실 건가요?) 누구를 실어줘요? (인명진 비대위원장께 힘을…)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자, 어떻게 보면 믿었던 두 사람에게 연속으로 뒤통수를 맞은 상황. 친박 핵심들은 특유의 '좀비 정치'를 재가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친박의 좀비 정치를 세 단계로 정리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잠깐 자숙, 막말, 당권 수호.

비대위 출범 직후 "백의종군 하겠다"면서 잠깐 자숙했던 서청원, 최경환 의원. 이제는 막말에 가까운 언사로 역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 의원은 또 어제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서신을 돌렸는데,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대해 "독단과 독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경환 의원도 어제 지역의 한 행사에서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키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은 이인제, 정갑윤, 김관용, 이 세 사람이 친박계 대표로 인 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친박계의 격앙된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이인제 의원/새누리당 : (서청원 의원이 어제 강제적인 인적 청산 안 된다, 이런 취지의 서한을 보냈는데요.) 새누리당은 민주정당이잖아요. 민주주의 원칙, 또 당헌당규가 있으니까 그 대원칙을 누구도 훼손하면 안 되죠.]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인명진 위원장의 인적 청산을 공개 지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친박 핵심들에 대한 탈당 요구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 위원장이 정한 탈당 시한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누리당이 '골수' 친박당으로 쪼그라들지, 친박의 핵을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새롭게 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자, 오늘의 발제를 음악으로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이제 모른 척 하겠어
자꾸 다가와 날 유혹해도
더 차가워지겠어"

다비치의 '슬픈 다짐'입니다. 친박의 '좀비 정치'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당 지도부의 탈당 요구에도 모른 척, 국민들의 쇄신 요구에도 모른 척. 친박 핵심들은 또 한 번 버티기로 다짐한 모양입니다.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선, 참으로 '슬픈 다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찍어내는 인명진, 버티는 친박 핵심> 이렇게 잡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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