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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순실 '연좌제'?…답변서 검증해보니

입력 2016-12-21 22:02 수정 2016-12-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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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 <실미도> : 연좌제. 아버지가 채워 준 사슬을 완전히 끊어 버릴 수만 있다면… 이 칼, 나라를 위해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겠나?]

팩트체크는 이번 주 내내 대통령의 답변서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오늘(21일) '연좌제'입니다. 답변서에는 최순실과 친분을 이유로, 최순실의 책임을 대통령의 책임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연좌제다, 라는 주장이 들어있습니다.

오대영 기자, 생소한 용어가 또 등장했네요?

[기자]

영화 '실미도' 보셨죠. 실미도가 1970년대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때인데요. 당시에는 연좌제가 횡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헌법으로 완전히 막고 있죠.

헌법 13조 3항에는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친족은 혈연 외에 다른 인연까지 포괄합니다. 대통령과 최순실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친족'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연좌제의 뜻은 '죄 없는 사람이 범죄자와 관련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입니다.

[앵커]

연좌제, 예전에는 삼족을 멸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게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제도였잖아요?

[기자]

역사는 거의 인류와 같다고 보셔도 무방할 정도로 꽤 오래됐습니다. 고조선 이전이라는 얘기까지 있죠.

그런데 법전이라는 구체적인,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건 14세기 중국 명나라가 '대명률'이란 법으로 연좌제를 실시했습니다. 조선이 이걸 그대로 따다 썼죠.

그러다가 15세기 조선의 자신만의 '경국대전'을 완성됐습니다. 여기에 연좌제가 들어갑니다. 집안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면 가족이 공동 처벌을 받습니다.

[앵커]

공동처벌이라는 건 지금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인데요. 그러면 폐지된 건 언제죠?

[기자]

19세기 말, 갑오개혁 때입니다. 당시 능지처참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당시 굉장한 악법들을 개혁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법도 '연좌제'를 허용한 적은 없습니다. 법적으로 소멸된 거죠.

그런데 '실미도'에 나오죠. 70년도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남북 분단 이후, '반공'이라는 이념이 헌법보다 우선시되는 시대적 상황. 그리고 이승만 정권부터 법에 근거도 없는 연좌제를 이어갔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1975년, 동네 꼬마들이 인혁당 사건 관련자의 아들을 나무에 묶어놓고 "빨갱이 자식"이라며 총살하는 놀이를 했다, 충격적인 것은 동네 아주머니들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런 증언들이 있었습니다. 이게 연좌제입니다.

[앵커]

군사 독재시절 연좌제의 비극이 담겨 있네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연좌제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는 상황이 정말 아이러니하군요.

[기자]

대통령 답변서의 요지는 다 최순실이 한 범행이고, 나는 상관 없다. 그런데 친하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겁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과 전면 배치됩니다. 우선 검찰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 최순실 등과 '공모범행'을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직권남용과 강요, 그리고 직무상 비밀누설에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과 함께 범행한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앵커]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를 못 믿겠다, 나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래서 연좌제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검찰수사 결과 뿐 아니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런 증언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원동/전 청와대 경제수석 (지난 7일) : 대통령님의 뜻은 제가 아니더라도 전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저는 차라리 제가 하는 것이 오히려 CJ를 위해서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경제수석과 모의해서 기업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입니다.

[앵커]

여기에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태블릿 PC의 자료들도 있잖아요?

[기자]

물론입니다. 이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고요. 심지어 '대북 고위층 접촉' 정보까지 담긴 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유출했습니다.

이런 세가지 정황과 증거로 볼 때 연좌제가 아닌 공모라는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런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답변서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냥 탄핵이 '연좌제'라는 논리적이지 않은 반박만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연좌제'의 피해자들이 이번 대통령 답변서 내용을 보고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기자]

한 학술지에 실린 1970년대 피해자 인터뷰입니다.

"아버지가 왕년에 빨갱이였다는 게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공무원 시험) 신원조회에 떨어지고… 빨갱이 아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연좌제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폭력'입니다. 그래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이런 단어까지 쓰면서 연좌제가 남긴 상처의 굴레를 아직도 얘기하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해서 탄핵소추됐습니다. 대통령 개인으로서가 아닌 헌법기관대통령으로써 말입니다.

그런데 개인에 대한 연좌제라며 방어논리를 제시하는 것, 설득력이 떨어져보이죠.

[앵커]

어제 핵심이 '왜 나만 갖고 그래' 였는데 오늘은 비슷한 맥락에서 '나한테 그러냐' 인걸로 정리하겠습니다.

[기자]

'왜 나한테도 그래'죠.

[앵커]

네. '최순실이 했는데 왜 나한테도 그러냐' 인걸로 이해해보겠습니다. 오늘 또 하나의 억지주장을 확인해봤습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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