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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고향, 대구 달성주민들도 "배신당했다"

입력 2016-11-18 13:38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최순실 꼭두각시였나" 분노

19일 퇴진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할 듯

"명예로운 퇴진 도와줘야" 일부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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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최순실 꼭두각시였나" 분노

19일 퇴진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할 듯

"명예로운 퇴진 도와줘야" 일부 주장도

박 대통령 고향, 대구 달성주민들도 "배신당했다"


박 대통령 고향, 대구 달성주민들도 "배신당했다"


박 대통령 고향, 대구 달성주민들도 "배신당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 파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5%(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지는 등 정권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인파'가 서울 도심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도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를 통해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까지 대구 달성군에서만 내리 4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80.8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 지역이다. 이에 기자는 17일 박 대통령의 텃밭인 대구 지역을 찾아 현재의 민심을 들어봤지만, 결론은 한마디로 배신감이었다.

◇"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정치적 고향서도 비토

동대구 역에 내리자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라고 쓰인 촛불시위 안내 플래카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또 '박 대통령은 이제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등 야권에서 내건 플래카드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고향에서도 이같은 플래카드가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이다.

대구 화원시장에서 만난 송모(62)씨는 박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자 "대구 민심도 영 안 좋지요. 지지한 것을 후회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 기억이 있어 박 대통령을 높게 봤는데 굉장히 배신감이 많이 듭니다"라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송씨는 그러면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관련된 사람이 전부 다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달성군에서 16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박모(60·여)씨는 "박 대통령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번에 너무 실망했다. 꼭두각시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저 정도밖에 안 됐냐 싶다"며 "만약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최순실 아이디어대로 국정을 끌어간 것이라면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0대 한 남성은 최순실 게이트 문제에 대해 묻자 "박 대통령이 나라를 너무 시끄럽게 만들었다. 살기도 힘들고, 젊은이들 취업도 안 되는 판에 대통령이 이래서야 되겠냐"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한 50대 남성은 "처음에는 박 대통령이 깨끗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이제보니 그간 소통이 안 됐던 이유를 알겠다. 나라가 이러니까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여론은 더욱 싸늘했다. 지난 11일에는 지역 청소년 600여명이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와관련 대구 시내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최순실 딸 정유라가 특혜로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걸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며 "박 대통령 덕분에 이젠 드라마 주인공 이름(길라임)까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할 정도로 진짜 대단하더라"고 씁쓸해했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비롯해, 경북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대구교대 등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는 박모(25·여)씨는 "대통령이 분명하게 잘못한 게 있다.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함에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리에서 안 물러나려고 하고 있다"며 "평소 정치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구지역도 촛불시위 규모 커질 듯

촛불집회는 비단 서울 광화문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 고향인 대구지역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70여개 단체가 참여한 '박근혜 퇴진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5일 열린 '박근혜 퇴진 1차 대구시국대회'에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참여했고 지난 11일에 열린 2차 시국대회에는 4,000여명(경찰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주최측은 19일 '3차 대구시국대회'에는 1만명의 시민이 참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1만4000여명) 이후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셈이다.

서승엽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사회현안 관련 집회를 했을 때 반대 편에서 항의 의사를 전달하곤 했는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면서 "이는 박 대통령의 퇴진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1명은 지난 10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무너진 국가의 기강을 새로 세우기 위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진실을 고백하고 법률과 역사의 심판을 받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조모(38)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했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 나라가 좋아진 게 하나도 없다. 특히나 대구지역의 경기나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대감이 있었다. 또 여성이라서 비리, 가족문제는 없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하는 걸 보니 도무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달성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64·여)씨는 "여전히 난 박정희가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배워서 정치를 잘 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흔들린 것에 실망했다. 박 대통령을 이렇게 만든 최순실·우병우 등은 자결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한다"며 "어쨌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데 물러날 경우 국가적 손실을 어떻게 감당하겠냐. 인간적으로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 사가로 편안하게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퇴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 주민 "그래도 잘 돼야할긴데…"

물론 소수지만 대통령이 안쓰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고령층에서 이런 의견이 많았다. 달성에 거주하는 권봉희(65·여)씨는 "TV에서 대통령을 보니 마음이 안 됐다. 대통령이 눈도 찢어지고 불쌍하더라"며 "사람이 누구나 한번은 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사실 대통령 주변에서 입을 다물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닌가"라며 "그래도 우리나라 대통령인데 잘못이 많아도 국민이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3주차 주간집계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1.6%p 떨어진 9.9%로 집계됐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지난주보다 4.5%p 오른 19.8%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높은 수치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성 화원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오랫동안 같이 해왔던 사람들인데 그래도 아직까지 마음속으로는 새누리당도 그렇고 정을 느낀다"며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걱정이 많다. 이왕 뽑은 대통령인데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택시기사 임모씨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어쨌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지역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그래도 거국내각이든 즉각 사퇴든 국정 공백 상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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