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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와대 앞 행진 불허' 법적근거 따져보니

입력 2016-11-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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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토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다시 열립니다. 이 집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은 청와대 앞 행진도 계획하고 있었죠. 하지만 경찰이 저지했습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집시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평화행진을 준비했던 주최 측은 집시법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을 놓고 양쪽에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죠. 어느 쪽이 맞을까요. 오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경찰은 일단 부분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거죠.

[기자]

네. 애초에 어떤 경로로 가려고 했는가. 시청광장에서 출발합니다. 광화문광장 통해서 경복궁에서 좌회전, 경복궁역에서 우회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 최종목적지가 청와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거 안 된다고 막았습니다. 대신에 청와대에서 1km 정도 떨어진 저 세종대왕상까지만 행진하라, 이렇게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는 집회가 가능한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집시법 11조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청와대 그 경계에 있잖아요, 담벼락. 거기서부터 100m 밖에서는 집회 시위할 수 있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규정상으로만 본다면 이번에 행진도 가능은 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경찰이 이 규정을 몰랐을 리는 없을 테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저희가 경찰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 제안 사유서를 구해왔습니다. 이렇게 돼 있는데 세 가지였습니다.

① 집시법 8조 : 제2종 일반주거지역
② 집시법 11조 : 외교기관 100m 이내
③ 집시법 12조 : 주요도로 해당

우선 첫 번째 먼저 보시겠습니다. 저 구간에 사는 분들, 편하게 쉴 권한 있죠. 또 학생들 학습권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곳에는 상권이 형성돼 있고 인근에 학교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주변 상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주택도 있으니까 소음 피해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그런데 학교는 토요일이니까 쉬는 것 아닙니까?

[기자]

집회가 토요일 저녁이죠. 토요일 저녁에 학교 쉬죠. 그러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경찰은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경찰은 지금 집시법을 계속 말하고 있는데 그러면 집시법이 과연 뭐냐. 헌법의 집회와 자유와 또 다른 기본권이 충돌할 때 이걸 얼마나 조화롭게 풀어내느냐를 설명하는 법입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를 사전에 허용할지, 말지 판단하는 그 자체가 사전검열과 다를 바 없다고요.

따라서 집시법은 집회를 막는 법이 아니라 원활하게 보장하는 법이라는 거죠.

[앵커]

요즘 헌법 얘기 정말 자주 하게 되는군요.

[기자]

그런 식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유 보겠습니다. 미국대사관에서 100m 이내에 있어서 행진하면 안 된다라는 건데,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세종대왕상은 미국대사관에서 불과 80m 떨어져 있습니다. 경찰의 설명대로라면 아예 세종대왕상 앞도 가면 안 되죠. 또 어차피 미국대사관 지나가니까 그걸 이유로 저 위의 청운동주민센터 가는 거 막는 것도 논리상 맞지 않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집시법 11조를 보면 대사관 자체가 시위 대상이 아닐 경우, 또 휴일일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고 돼 있습니다. 이날 토요일이죠.

[앵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데 그러면 세 번째 주요도로니까 안 된다, 이건 어떻습니까?

[기자]

이것도 상당히 논쟁적입니다. 주요도로로 인해서 교통체증을 이유로 경찰이 막을 수는 있습니다. 집시법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교통체증 안 되죠.

그렇다면 주요도로 이거 누가 정하느냐.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집니다. 서울에만 16개 구간이나 있습니다.

저희가 도로주소 찾아서 지도에 하나씩 찾아서 일일이 표시를 해 봤는데 그 결과를 보면 이렇게나 많습니다.

[앵커]

거미줄 같은데, 거의 서울 전역이 다 해당된다고 봐야 되겠군요.

[기자]

그래서 이게 주요도로를 정하는 이유는 교통관리를 위해서인데요. 주요도로를 많이 설정한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이걸 집회 금지 용도로 과도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헌법에서는 집회의 자유 보장합니다. 법률도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 최대한 보장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취지가 혹시라도 무색해질 수도 있다는 거죠.

[앵커]

물론 경찰도 불상사를 막으려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들끓는 민심과는 너무 동떨어진 거 아닙니까?

[기자]

저희가 오늘 통화했던 한 헌법학자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대로 시행을 하면 서울에, 그러니까 밀집지역인 서울 같은 곳에서는 집회를 할 곳이 거의 없어진다. 특히 이동집회는 못하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정태호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 굉장히 다양한데 우리 경찰은 무조건, 인근 집회는 아예 원천봉쇄하는 거죠. 이거는 청와대를 구중궁궐화 하는 거죠. 옛날의 왕처럼, 왕이 사는 곳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집시법의 취지는 뭐냐면 평화적인 집회는 공권력에 우선한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촘촘한 거미줄, 이게 국민에게 장벽이 돼서는 안 되겠죠.

다만 집회라는 게 평화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시민들도 그만큼 권리를 요구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 집회까지의 상황을 쭉 보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평화집회를 유지하려 노력했던 건 틀림이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앵커]

우리 집회 문화가 한층 더 성숙할 계기가 될 수 있겠죠.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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