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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총리 '실질적 내각 통할' 어디까지 가능?

입력 2016-11-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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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어제 :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 좋은 분을 추천해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어제(8일) 국회에 남기고 간 메시지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은 새 총리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주겠다는 얘기냐 이건데요. 오늘 팩트체크팀이 청와대의 발표를 면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오대영 기자, 듣기에 따라서는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걸로도 들리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대통령 발언 요지는 '실질적 내각 통할'이죠. 그러니까 총리에게 행정부 운영할 수 있게 해 주겠다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그리고 오늘 홍보수석이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내각 통할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을 보장하겠다' 그러니까 직무와 인사에 대한 권한,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라는 취지로 일단은 들리죠.

[앵커]

그런데 그동안 대독총리다, 의전총리다, 이런 표현들은 언론에서 많이 썼잖아요. 이런 차원에서 보면 권한을 크게 늘린다고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헌법적인 지위를 한번 볼까요. 국가 원수이자 헌법기관 구성자이자 행정수반입니다. 이 분류에 따른 직무의 범위는 이렇게나 광범위합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지금 말하는 건 '내각 통할'. 그러니까 행정부입니다. 저 세 번째에 있는 행정수반 직무를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거 이미 총리가 가지고 있는 권한입니다. 헌법 86조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서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기, 혹은 거국내각 이게 아니라는 얘기죠.

[앵커]

거국 내각은 대통령이 뭔가 큰 것을 양보하거나 이양한다는 건데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도 과거도 할 수 있고 또 했을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안 했던 것들입니다.

인사도 마찬가지인데 이거 한번 보시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청와대와 해외 사절을, 또 헌법기관으로서 헌재소장과 대법원장 등을, 행정수반으로서 국무위원 등을 임명을 합니다. 참고로 이거 헌법학자 취재 통해서 저희가 분류한 건데 오늘 청와대는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을 말했습니다.

이건 국무위원을 전제로 한 겁니다. 따라서 전체를 다 주겠다는 게 아니라 저 세 번째만 주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거죠. 이것도 역시 이미 지금 보장이 돼 있습니다. 헌법 87조에 다 나와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종수 교수/연세대(헌법학) : 어차피 그 내용은 헌법에 있는 내용 그대로고.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거국내각의 책임총리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전제로 해서 이야기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제 국회에서의 대통령 말씀은 전혀 새로운 상황 변화가 반영이 안 된 내용이라고 판단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통령이 이미 헌법에 나와 있는 내용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인 거죠?

[기자]

지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런 얘기까지 합니다. '대통령의 말씀 안에 거국내각, 책임총리 다 들어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게 확인이 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저렇게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독립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헌법을 당장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선언과 약속 같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겁니다.

총리에게 넘기겠다. 그리고 번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된다라는 얘기입니다. 들어보시죠.

[전학선 교수/한국외대(헌법학) : 그냥 두루뭉술하게 해놓으면 그걸 (대통령이) 철회하는 순간 어쩔 수 없는 거고, '내가 얘기한 건 여기까지였다.' 이렇게 해버리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앵커]

임기 중에 입장을 바꿀 수 없도록 책임총리를 못박아두어야 한다, 이거군요.

[기자]

네, 제가 이런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말에 타결된 한일위안부 협정 새 총리가 와서 이거 한번 다시 한 번 협상해 보겠다라고 칩시다.

그러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되느냐.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서 심의하고 의결하면 내부 절차는 끝납니다.

역사교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이거 내년부터 다시 국정화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면 국무회의를 거쳐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갑자기 내가 국무회의를 주재하겠다라고 막아섰다고 치죠.

그러면 총리는 방법이 없는 겁니다. 헌법 88조에 이렇게 돼있기 때문입니다. 헌법대로 하겠다는 총리와, 헌법대로 하겠다는 대통령이 맞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극단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면 그만입니다.

[앵커]

설마 그런 상황까지 갈까요?

[기자]

설마가 아니고요. 전례가 있습니다.

1993년입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감사원장을 신임 총리로 임명을 했습니다. 이 총리는 헌법에 규정된 대로 하겠다, 이렇게 야심차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넉 달 뒤에 외교안보 문제로 충돌했습니다. 청와대의 권한이다, 총리의 권한이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이 총리 사퇴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헌법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을 했죠.

[앵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기자]

네, 당시 이 전 총리가 퇴임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소신껏 해보려 했지만…"

22년 전 마지막 이 한마디에 어쩌면 지금의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앵커]

소신은 갖는다고만 되는 게 아니니까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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