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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진 박 대통령…'김병준 총리' 전격 카드에 역풍

입력 2016-11-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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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진 박 대통령…'김병준 총리' 전격 카드에 역풍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최순실 게이트' 수습을 위해 참여정부 출신 인사인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의 신임 국무총리 내정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가 오히려 곤경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습책으로 제시한 두 번째 인적쇄신이지만 여야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기습적 개각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김 후보자를 신임 총리로 내정한 것은 야권의 거부감을 가라앉히고, 국정농단 사태를 책임총리제 도입으로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한때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호남 출신의 책임총리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넘겨 내치를 주도케 하면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취지에도 부응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국정 주도권을 계속 틀어쥐고 가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됐다. 대통령의 2선 후퇴에 이어 여야 협의로 새 총리를 뽑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거부한 것이어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제대로 된 여야 협의도 없이 이번 개각을 주도하면서 여야 양쪽 모두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한 마디 상의나 사전통보도 없이 개각을 단행했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요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는 등 강공을 펴기로 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야권 대선주자들이 그동안 금기시됐던 '하야'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게끔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일제히 이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가 무산될 것을 알면서도 향후 야권에 정국 파행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발표를 강행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날 개각 발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비박계도 박 대통령의 개각을 놓고 '불통',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등으로 혹평하며 분통을 터트리는 분위기다.

총리 후보자가 서리 딱지를 떼고 총리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표결에 앞서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야당의 동의가 없다면 '김병준 총리 카드'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는 김병준 카드 무산을 염두에 두고도 인선을 강행한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도 야당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야당도 국정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시기에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해도 되는 것이냐"며 "엄중한 사태에서 야당도 역할을 국정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발과는 별도로 신구(新舊) 총리인 황교안 총리와 김 후보자가 이날 보인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두고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황 총리는 당초 이날 오후 1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에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고 발표한 지 30분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총리실은 이임식 공지 2시간 만에 이같은 결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신임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절차 후 이임식을 여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할 때 당일 이임식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 자체가 통상적인 선택을 벗어난 이례적인 경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황 총리는 청와대에 사의를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 예결위에서 "저희들은 오늘 총리이임식 관련 통보를 받은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임 총리 내정 사실을 몰랐던 황 총리가 국정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품고 서둘러 이임식을 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오늘 황 총리를 만났고 정 원내대표와도 신라호텔에서 이야기를 하다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다"며 "그 분들도 총리 내정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내정된 김 후보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논란거리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 제안을 받은 시점과 관련해 '일주일 전쯤 되느냐'는 질문에 "확인해봐야겠지만 아마 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야권의 청문회 보이콧 결의나 총리직 수용 이유 등에 대해서는 "현안 등에 관한 문제는 내일 따로 한 번 더 시간을 내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일주일 전에 총리직 제안을 받았다면서도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날 김 후보자가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는 자리도 당초 오후 2시에서 3시로 연기됐다가 다시 2시30분께로 조정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를 두고 야권에서 청문회 보이콧과 하야 등이 언급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김 후보자가 총리직 수용 여부를 완전히 결정내리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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