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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의리 정치? '내가 링 위에 올라가면…'

입력 2016-11-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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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링 위에 올라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기억하시는지요. 전두환 씨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임했던 장세동 씨가 5공 청문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일갈했던 말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70년대의 헤비급복서 조지 포먼이 다섯 명의 복서들을 차례로 때려눕히던 전대미문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일거에 격투기장으로 바꿔버린 안하무인식의 발언이었습니다.

청문회 증인의 이런 겁박에 정치권의 아연 긴장했고 정치권 바깥의 시민들은 그 때 비록 조마조마하면서도… 정말로 누군가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정치의 민낯이 드러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정치가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설 수 있기를 마음 한 켠 에서 바랐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링 위에 오르지 않았고 링 아래에서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퇴장했습니다.

겁박을 무기로 당당한 어깨를 보이면서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또한 사람들은 그 때 그랬습니다.

"저 정도 심복이면 인정해줘야…의리가 있긴 있네…"

저잣거리 조폭의 의리가 정치에서도 통해야 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뒤로하고, 그 이른바 영원한 비서실장은 세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진 지금…오늘 우리는 또 다른 비서관의 검찰 출석을 보면서 착잡합니다.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는 지시만 받았다"

검찰 출석에 앞서 측근에게 털어놓았다는 이 말…그는 의리도 없는 비겁한 비서관인가, 아니면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는 그저 비서출신의 평범한 필부인가…

어찌보면 이런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초부터 성립해선 안 되는 폭력과 같은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정치는 자신들끼리의 의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 이른바 의리가 그보다 상위일 수는 없다는 것…

링 위에 오르면 여럿 다친다고 겁박했던 과거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나, 대통령을 위로하고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는…심지어는 인간관계가 헌법에 앞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은 지금의 정치인이 아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바로 그것이 아닌가…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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