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김기덕 감독 "남북, 민감한 문제…'그물' 같은 영화 필요해"

입력 2016-09-29 21:57 수정 2016-09-29 23:1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이분이 작품을 발표했다 하면 좋은 쪽이든 또 좀 좋지 않은 쪽이든 늘 뜨겁게 화제가 됩니다. 자신만의 문법으로 한국영화사에 뚜렷하게 발자취를 남기고 계신 분인데 한국 감독 사상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번에 22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김기덕 감독을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기덕/감독 : 안녕하세요.]

[앵커]

오랜만입니다. 정확하게는 4년 만이고요.

[김기덕/감독 : 그렇습니다.]

[앵커]

처음 뵀을 때, 그러니까 2006년 100분 토론에서 그때 왜 배급시스템 문제제기하면서 나 이제 국내에서 개봉 안 할래라고 하셨던 것이.

[김기덕/감독 : 그때 그랬죠. 1만석짜리 만들어서 상영해라,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앵커]

그게 이제 10년 전이었습니다.

[김기덕/감독 : 네.]

[앵커]

4년 전의 머리스타일과 옷에.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행색이 똑같습니다.

[김기덕/감독 : 그래도 자세히 보면 바뀐 게 조금 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아직도 움집에서 사십니까?

[김기덕/감독 : 아니요. 요즘 서울, 작업 때문에 서울에 작업실이 있고 거기는 이제 좀 시나리오 작업할 때 가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바로 영화 얘기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화 '그물'. 남과 북, 분단에 대한 얘기고요. 사실 요즘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기 때문에 좀 민감한 부분도 있을 것 같고 왜 이런 주제를 굳이 택하셨을까요. 민감해서?

[김기덕/감독 : 오히려 저는 지금 '그물'같은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내용 자체도 어떻게 보면 지금 사드 문제나 북핵 문제에서 어떤 굉장히 위기감이 큰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스스로 남북의 문제를 한번 진단해 보고 이런 영화를 통해서 어떤 해결점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만들게 됐습니다.]

[앵커]

내용을 잠깐 감독님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어도 되겠습니까?

[김기덕/감독 : 네. 알려진 줄거리대로요. 북한 어부가 배 고장으로 한국에 오고요. 그래서 당연히 이제 간첩인지 아닌지 의심을 받게 되고 조사를 받고 또 이제 북한으로 가서도 여전히 또 똑같은 조사를 반복적으로 받고.]

[앵커]

그게 비극이군요.

[김기덕/감독 : 그게 비극이죠. 누가 더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의심하는 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그리고 있습니다.]

[앵커]

류승범 씨가 주인공을 맡았다면서요?

[김기덕/감독 : 네.]

[앵커]

류승범 씨하고는 처음 하시죠?

[김기덕/감독 : 네, 처음입니다.]

[앵커]

서로 호흡이 맞으셨습니까?

[김기덕/감독 : 승범 씨가 워낙 좋은 연기자이고요. 미리 많이 준비를 했더라고요. 영화 안에 눈을 감고 서울시내를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풍경을 보면 조사 대상이 되니까. 그래서 그런 어떤 눈을 감고 걸어다니는 게 있는데 그게 류승범 씨 스스로 2~3일을 눈을 감고 살아봤답니다. 그래서.]

[앵커]

실제로?

[김기덕/감독 : 네.]

[앵커]

하여간 준비한 게 보통 노력이 아니었군요.

[김기덕/감독 : 그리고 머리도 안 감고 며칠 동안 이렇게 자고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앵커]

내용을 좀 더 여쭤보면 이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여쭙지는 않겠습니다. 특히 결말에 대해서는 여쭙지 않도록 하겠는데.

[김기덕/감독 : 네.]

[앵커]

예전하고 답변하시는 게 똑같습니다.

[김기덕/감독 : 네.]

[앵커]

네, 네 하시는 게. 그래서 과연 이 영화가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궁금하고 그런데 지금은 조금 풀리는 것 같기는 한데. 역시 그건 영화를 봐야만 사람들이 더 무엇을 느낄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영화가 글쎄요. 김기덕 감독께서 대개 청소년 불가 영화를 만들어오셨기 때문에 그런데 15세 이상이잖아요. 의외라고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기덕/감독 : 저도 좀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외에는 제가 15세 관람가 영화가 없는데.]

[앵커]

과거에도 한두 편이 있었기는 있었죠.

[김기덕/감독 : 그랬는데 이번에는 사실 영화 내용을 보면 민감한 부분이 많고 특히 애국을 얘기하지도 않고, 오히려 영화 안에는 둘 다 나쁘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참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많은 데도 청소년들 허가를 내준 것은 저는 이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청소년들도 남북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그들이 살 미래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들이 대안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작용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하기는 나는 이게 15세 이상으로 만들래 하고 만드신 게 아니라 저쪽에서 심사한 쪽에서 이게 15세 이상이다, 청소년 불가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김기덕/감독 : 저는 당연히 청소년 불가라고 나올 줄 알았고요. 그런데 예상 외로 나와서 저 스스로가 아주 깜짝 놀랐고요. 그분들이 변했는지 제가 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앵커]

그분들이 좀 후회하고 계신 거 아닐까요?

[김기덕/감독 : 이미 나왔으니까요.]

[앵커]

알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제 질문은 15세 관람가로 나와서 이게 세상이 변한 건지 김기덕 감독이 변한 건지를 여쭤보려고 했는데 답은 그렇게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기덕/감독 : 그런데 어쨌든 저는 이런 기회에 부모님들이 청소년들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보고 토론을 좀 심각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어떤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관람가라는 게 우리가 궁금한 것들을 보는 수준이었지 않습니까, 그동안? 그런데 이 문제는 이제 좀 다른 부분으로 저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워낙 요즘 남북간 문제가 막혀 있고 그에 대한 논의가 사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화 한 편이 던지는 화두가 그만큼 더 중요할 수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 영화를 심사한 분들이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심사했을 것이다라는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되기도 합니다.

[김기덕/감독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동의합니다. 4년 전에 '피에타'로, 그때 저하고 인터뷰를 하셨는데요.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사실 영화감독으로서는 그냥 국제영화제에서 상 받는 걸로만 치자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기도 했는데 글쎄요. 뭘 더 할 것이다 하는 그런 의욕이 어디서 오셨습니까?

[김기덕/감독 : 그때 상 받고 사실 대기업의 메이저에서 할 기회도 있었고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저는 거꾸로 제가 하고 싶었지만 더 하기 어려웠던 영화 '뫼비우스'나 '일대일'을 오히려 제가 만들었고요. 또 하나는 영화라는 게 어떤 성과를 내도 노동자들의 어떤 기술적인 그런 부분으로 승연되는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이전의 것들을 다 버려야 되고요. 새로 이야기와 이미지를 사냥하는 그런 직업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계속 다시 0에서 고민해야 되고. 그래서 그런 건 빨리 잊어버리는 편입니다.]

[앵커]

가만히 이렇게 보면 김기덕 감독께서도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바뀐 측면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이렇게 어느 정도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예를 들면 내면의 세계 같은 것에서 점차 바깥으로 옮겨가는. 사회적 문제라든가 이번 경우는 이데올로기 문제가 당연히 포함이 돼 있는 것이고요. 의도적으로 그러시는 겁니까?

[김기덕/감독 : 일단 제가 예전의 영화들은 개인 문제, 또는 인생. 또는 이런 얘기를 다뤘는데 요즘에는 제가 작년에 후쿠시마 원전영화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혼자 가서. '스톱'이라고요.]

[앵커]

알고 있습니다.

[김기덕/감독 : 그리고 이번에는 남북 문제를 만들고. 그런데 근본적으로 둘 다 하나는 자연재해에 의한 재앙이고 하나는 인간의 이기가 일으키는 어떤 재앙이지 않습니까, 전쟁은. 저 나름대로는 아무리 작아도 세상이 안전해야 영화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한테 가장 직면한 문제는 남북 문제고 또 하나는 이제 원전 문제.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후에 이것들이 좀 안정을 찾는다면 또 예전처럼 인간의 어떤 내면세계를 탐구할 수 있겠죠.]

[앵커]

그런데 아까 제가 10년 전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10년 전에 100분 토론에서 뵀을 때는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사실 좀 달랐던 것으로 제가 기억을 합니다. 그때는 물론 상황이 그랬었죠. 그러니까 배급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력하게 하러 나오셨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 당시에는 나는 이제 국내에서는 개봉 안 할래, 이런 얘기까지 하셨으니까 지금 이렇게 뵈면 그때 분위기하고는 뭐라고 그럴까요. 굉장히 유해지셨다고나 할까요. 혹시 동의하십니까?

[김기덕/감독 : 맞습니다. 그때는 제가 일단 배급 문제에 감정도 좀 있었던 것 같았고 또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저 스스로도 조금 흥분을 지나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제 조금 더 많은 것을 이해해서 좀 그렇게 보이시는 것이 아닐까.]

[앵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니까 조금 후회도 됩니다. 왜냐하면 김기덕이라 하면 유한 것보다는 뭔가, 뭐라고 표현해야 되나. 독특하고도 강한 그런 이미지를 기대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건 어떨까요?

[김기덕/감독 : 그건 앞으로 영화를 통해서 제가 또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앵커]

그러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것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배급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 거죠?

[김기덕/감독 : 문제의식이 있지만 일단 관객이 선택해야 되는 문제고요. 극장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여러 가지 홍보비나 여러 가지가 비례해야 되는 문제도 배웠고요. 그냥 관객이 찾아주면 극장은 이제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제가 조금 아까 말씀드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원래 데뷔 초반에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동력은 증오다' 아마 그 말씀 때문에 많은 분들이 김기덕 감독에 대한 선입견 혹은 때로는 편견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이제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여전히 그거입니까? 아니면 다른 게 있습니까?

[김기덕/감독 : 과거의 제 초기 영화들이 좀 그런 날것이 좀 있었고 그 안에 어떤 분노도 담겨 있었고 그랬던 것 같아요. 비평가들도 저를 약간 이제 그렇게 봤고요. 또 한국 사회는 약간 학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고를 더 치고, 학력이 있는 사람들은 지적으로 자기통제를 하는 어떤 그런 편견도 좀 있는 것 같고요.]

[앵커]

그렇지 않습니다.

[김기덕/감독 : 아니,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제가 했던 것 같고요. 또 예전에 제가 베를린 감독상을 받아왔을 때 한 기자가 이제 사마리아가 원조교제 내용이니까 이제 경험을 찍은 거냐, 그런 아주 과격한 질문을 제가 받고 '이창동 감독이 만들면 사회를 보는 시선이고 내가 만들면 하는 짓이냐'. 이렇게 답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저의 과거의 증오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때는 분명히 그런 어떤 것들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인간을 관용적으로 보고 인간의 어떤 개개인의 나쁨보다는 인간의 원형적 성질에 대해서 더 고민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쳐야 될 텐데 조금 아까 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100% 동의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사고 더 치는 경우가 많이 있던데.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웠습니다. '그물' 많은 분들이 보고 좀 아까 말씀하신 대로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기덕/감독 : 고맙습니다.]

[앵커]

김기덕 감독이었습니다.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