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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소신'과 '당론' 사이 충돌…우선 순위는?

입력 2016-09-28 22:10 수정 2016-10-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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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8일) 팩트체크 주제는 이 장면 하나로 설명이 충분히 될 것 같습니다. 어제 국정감사 참여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을 저지하며 어느 여당 의원이 한 말 "김 형! 너를 살리기 위해 막는 거야" 영화 대사 같기도, 노래 가사 같기도 한 이 한마디에는 '당론에 따르라'는 은근한 압박이 담겨 있습니다. 소신이냐, 당론이냐, 지금 이 시간에도 여당 내에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대영 기자, 소신 지키겠다는 의원들이 지금 늘고 있지요?

[기자]

네, 어제보다 늘었습니다. 그래서 당론이 먼저냐, 소신이 먼저냐 이게 쟁점인데, 답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우선 새누리당 당헌 보겠습니다. "결정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가 있다"라고 6조 2에 나와 있는데 이건 당헌일 뿐입니다.

우리 헌법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그러니까 올바른 소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헌법은 최상위 규범이니까 당헌하고는 비교할 수 없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양심에 따라서 '소신'을 지키는 게 보장이 돼 있는데, 정치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권력구조'로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해외 사례와 비교가 필요합니다.

먼저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를 하고 있죠.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대통령이 행정부를 꾸리는 거죠. 의회와 대통령은 견제관계입니다.

영국은 '의원내각제'인데, 국민은 국회의원만 뽑고, 그 의회가 행정부를 구성합니다.

그래서 좀 거칠게 말하면, 미국 정당은 대통령으로부터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구조이고, 영국 정당은 '당론'을 엄격히 지켜야하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앵커]

영국 언론 보도를 보면 '반역자(traitor)'라는 표현이 나오잖아요. 이것은 당론을 어기는 의원들을 말하는 거죠?

[기자]

네, 의원내각제에서 당은 곧 정권이고, 그래서 당론에 금이 가면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권력구조는 어떤가?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같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아주 막강하고, 의회와 여당에 미치는 힘이 크기 때문에 도식화 하자면, 굳이 표현하자면 저렇게 점선도 등장하고 대통령이 살짝 올라갑니다.

[앵커]

대통령이 의회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 점선은 뭔가요?

[기자]

저희가 공식적인 것 외 비공식적인 대통령의 영향력까지 표현하기 위해서 임의로 표시한 건데, 이게 바로 오늘의 핵심입니다.

좀 확대해서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공천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상향식'을 얘기하지만 실제는 이 점선의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총선 때, 상향식 얘기했지만, 배신의 정치 심판, 현실화 됐습니다.

또 '국무위원 겸직제'라는 게 있는데,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총리나 장관으로 뽑아올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인사권이고요.

마지막으로 '지갑의 힘'이라고 하는데, 예산편성권도 국회에 없고 정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3가지 권한이 우리에게는 있고, 미국 대통령에게는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특히 저 중에 '공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특히 공천권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소신 발언 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인데요.

그럼에도 소신 지키고 당론 어기면 어떻게 되느냐, 우선 해외 사례를 보시죠.

2013년 미국에서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 정책에 반대하는 걸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공화당의 데이브 라이커트 의원이 찬성을 선언해 당론을 깼습니다. 이후 동조 의원이 늘어서 당 전체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데요. 김영우 의원 케이스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올해 영국에서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게 당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당 대표가 아주 소극적으로 대응해 당론 위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미국 사례(데이브 라이커트) 지금도 의원 활동 잘 하고 있습니다. 영국 코빈 당시 대표는 당시 불신임받아 재선거 치르는 신세가 됐습니다.

[앵커]

우리는 유승민 의원 때 봤던 것처럼, 당론을 위배하면 공천을 못받는다고 봐야하나요?

[기자]

꼭 그렇지는 않지만 유승민 의원은 그래서 탈당했다가 다시 들어온 케이스잖아요.

그 외에 추미애 대표도 2010년에 당론을 위배해서 당원권 정지됐습니다. 영국 사례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뭐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고요. 우리 정당은 형식은 '미국식'이지만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있어서 미국처럼 '소신'을 지키기 어렵고, 오히려 구조가 완전히 다른 영국처럼 '당론'에 지배 당하는, 어찌 보면 애매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실상은 다르다, 이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례 보시죠. 1990년에 영국 하원의장이 방한해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를 만났는데, 당론을 그렇게 중시한다는 영국측에서 "당의 노선에 반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YS의 답이 "제명, 낙천 등 응분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그런(반대한) 사람 한 사람도 없었다"였습니다.

[앵커]

응분의 조치…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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