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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이름이 뭐길래"…공공시설 '네이밍 전쟁'

입력 2016-08-17 21:15 수정 2016-08-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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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이렇게 인근 대학이름들이 지하철역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지요. 홍보 효과 때문에 역 이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엔, 고속도로 나들목 같은 공공시설의 이름을 놓고도 곳곳이 갈등입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11월 개통을 앞둔 제2영동고속도로 공사현장에 가봤습니다.

제 옆으로 여주로 진입하는 나들목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도로 개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나들목 이름을 짓지 못한 상황인데요.

바로 이 이름을 두고 두 동네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수막까지 내걸어 가면서 '이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동네는 여주 흥천면과 금사면입니다.

나들목이 위치한 흥천면 주민들은 새 나들목 이름을 '흥천IC'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재각 위원장/흥천IC 명칭사수투쟁위원회 : 시설이 들어서면 그 지역 명칭을 쓰는 것이 기본으로 돼 있습니다. 이번에도 속지주의를 근거로 해서 우리 지역에 설치됐기 때문에…]

반면 금사면 주민들은 인지도가 높은 '이포IC'가 더 어울린다는 입장입니다.

[박선학 위원장/이포IC 사수대책위원회 : 이포보라든가 이포대교 같은 이런 지명도 역시 주민들이 이용하기가 편리한 이런 쪽에서 따온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

관할 지자체는 난감합니다.

[경기 여주시청 관계자 : 양쪽 대표를 같이 좀 같은 장소에서 협의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요. 노력 중이라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지하철 제물포역도 요즘 이름 때문에 때아닌 논쟁 중입니다.

공식역명 뒤에 붙는 이른바 부기역명을 두고 논란이 한창인데요. 20년 넘게 인천대학교가 사용해오던 저 이름을 놓고 인근 세 대학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겁니다.

어찌된 일인지 대학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인천대는 본부를 송도로 옮겼지만 역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춘수 팀장/인천대 총무팀 : (역 인근 지역은) 핵심적인 캠퍼스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역명 부기를 3년 연장하는 계약도 체결하고 관련 사용료도 이미 모두 납부했습니다.

하지만 인근 재능대는 재학생 상당수가 제물포역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김수연 처장/재능대 기획처 : (재능대학교) 재학생의 65%가 제물포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물포역에서 저희 학교가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또 청운대 측은 관할 구청의 지명위원회가 청운대를 부기역명으로 정했기 때문에 더 논쟁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광역자치단체 사이에 '이름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청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을 수도권 제1순환도로로 바꾸기 위해 국토부에 요청 중입니다.

경기도가 서울의 외곽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움직임에 따로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름 전쟁이 낳고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하철 병점역 앞입니다. 역 이름을 자세히 보시면 한신대학교가 함께 표시되어 있는데요. 이 주변으로 딱히 대학이 보이지는 않는데 실제 대학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직접 한 번 찾아가보겠습니다.

버스로도 다섯 정거장 정도를 더 가야 하고 도보로는 30분이 넘게 걸립니다.

수도권에만 이런 식으로 이름 붙여진 지하철역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석남/서울 사당동 : 총신대 가려고 여기서 내려보면 한참 가야 돼. 그렇기 때문에 (동네가) 낯선 사람들은 총신대 찾아가기가 어렵단 이야기야.]

전문가들은 공공시설물 이름짓기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합니다.

[성민정 교수/중앙대 광고홍보학과 : '어떻게 알릴 것인가'라고 하는 부분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공공시설) 이용자들은 사실 굉장한 불편함을 오히려 거기서 느끼게 되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은 말 그대로 공공의 재산입니다.

이름 하나도 신중하게 지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치적·상업적 고려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건 진짜 이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라는 사실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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