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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누진제' 불만…산업용 전기료 왜 못 올리나?

입력 2016-08-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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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날씨만큼이나 뜨겁습니다. 누진제를 완화하자라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 대체 산업용 전기는 수십년 동안 왜 이렇게 싸게 쓰느냐, 오히려 그쪽에 누진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40년간 혜택을 본 기업들이 이제는 제값을 내라는 건데, 산업용 전기료에 특혜가 있는지, 그렇다면 왜 인상하지 못하는지, 인상할 수는 있는 것인지, 팩트체크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결국 재계가 반대하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까?

[기자]

그게 첫 번째 이유인데요. 재계는 꾸준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제가 도표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3년간 전기요금 인상률인데요. 산업용 요금이 84.2%, 주택용은 15.3% 인상에 그쳤다고 나옵니다.

이것만 보면 '이렇게 올렸는데 뭘 또 올리냐, 오히려 내려야지'라는 재계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정부 역시도 이걸 근거로 해서 10여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더 올릴 여력이 없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대영 기자가 그럴듯해 보인다고 얘기한 것은, 실상은 다를수도 있다… 저는 이렇게 읽혀지는데요. 아무튼 표만 보면 그럴듯한 얘기이긴 한데, 인상률은 이걸로 나오지만 '단가'를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런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가정용과 산업용의 단가를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기요금 추이입니다. 주택용은 우리 가정에서 쓰는 것이고요. 125.1원, 산업용은 106.8원입니다. 그러니까 19원 정도의 단가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이게 2014년도고요. 20년으로 확대해서 보죠. 지속적으로 주택용 요금이 계속 높았습니다. 2005년까지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가 2010년에서야 조금 좁혀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산업용, 그러니까 공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쓰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정에선 높은 가격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앵커]

불과 오래된 얘기도 아닌데, 1993년도에는 주택용이 산업용의 거의 2배였네요. 기업들이 혜택을 얼마나 봐왔는지 한눈에 나타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상론'이 나올 때마다 재계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단가가 높아지니까, 원가가 올라가면 수출에 지장이 있다, 이런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그렇다라고 걱정하게 되잖아요. 우리는 수출입국이니까.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1973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산업용 전기에 혜택이 부과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혜택이 주어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수출이 잘 돼야 하고 잘못될 경우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국익적인 차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따져봐야 합니다.

전기료를 올리면 기업의 원가부담이 아주 커지는 것이냐, 그 부분을 저희가 계산해봤는데요.

이 표를 한번 보시죠.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제조업의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평균화해서 나타낸건데, 따져봤더니 1.6%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물건 하나를 생산하면 거기에 전력비는 1.6%만 차지한다는 얘기인가요? 큰 비중은 아닌데… 그런데 여기에서 1~2%라도 더 올라가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죠. 그래서 전기료를 1% 올릴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겠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1% 늘었을 때 기업의 원가는 0.016% 증가했습니다.

한국전력에서 계산한 자료입니다.

철강업을 비롯해서 전기를 유독 많이 쓰는 업종, 1차 금속 업종에서는 원가가 0.0399% 올랐습니다.

전기료 인상이 원가 부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퍼센티지가 낮더라도 단위가 굉장히 커지면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기업 쪽에서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만 그렇게 보더라도 0.016%면 굉장히 적은 숫자라서. 기업측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정부와 재계가 그동안 과장된 논리로 인상에 반대해왔던 것이냐. 그렇게 봐야 합니까?

[기자]

꼭 그렇게만은 볼 수 없습니다.

재계에서도 일리 있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바로 '원가회수율'이라는 개념인데 100에 가까울수록 적정한 가격입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얼마였느냐? 109였습니다.

한국전력이 100원 받으면 되는데 9원을 기업에서 더 받아갔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109원에서 9원은 깎아줘도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해서 인하해달라고 얘기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추세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13년까지 10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적정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내왔다는 건데, 2014년부터 소폭 올랐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2년에야 상승한 건데요. 전문가는 이 수치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 산업용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주택용에서 수십 년간 많이 메워줬는데, (최근) 몇 년간 산업용이 주택용에 비해서 조금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고 해서 당장 인하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 좀 치사한 거죠.]

[앵커]

치사하다는 표현이 나오네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아주 싼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산업용 요금은 어떤가요?

[기자]

외국과 비교를 해봤는데, 일단 OECD 국가들과 비교해봤습니다.

저희가 뽑은 금액은 달러로 환산한 단순 금액비교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요.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미국이 가장 낮았고,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격으로 인해 최근 무역분쟁의 조짐이 일고 있는데, 외국계 철강업체들이 한국의 포스코 같은 철강회사가 낮은 가격의 전기를 쓰고 있다, 한국 정부가 특혜를 준다, 불공정 경쟁이다,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자칫하면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보다도 이런 무역 보복, 페널티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계에서도 인상만 막을 게 아니라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오대영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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