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이 이번 달 안으로 발표될 전망인 가운데 레이더와 포대를 서로 다른 지역에 분리해서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11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사드 배치를 협의 중인 한·미 공동실무단은 현재 공동실무단 운영 경과 보고서 작성을 거의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보고서에는 사드 배치 장소와 그 효과, 배치 시기와 일정, 안전 및 환경 영향 등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가 작성되면 양국 국방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절차만 남게 된다.
군 안팎에선 사실상 배치 지역이 정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지난 8일 공식 발표 이후 주말을 거치면서 최근까지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북 칠곡(왜관), 경기 평택 및 오산, 충북 음성, 전북 군산, 강원 원주, 부산 기장 등이 아닌 '영남권 제3의 지역'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영남권 제3의 지역 배치설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레이더와 포대를 서로 다른 지역에 분리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기 때문이라는 게 군 안팎의 전언이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이유로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후방 지역에 레이더를 배치하되 포대는 중부권이나 수도권 등 다른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할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600~800㎞로 후방 지역에 배치될 경우 탐지 범위가 한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중국을 덜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영남권 제3의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남 양산의 경우 고도가 높고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레이더 유해성 논란이 적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산은 북한 신형 방사포의 사정권(사거리 200㎞) 밖이기도 하다.
만약 분리 배치 방안이 확정돼 사드 레이더가 양산을 포함, 한반도 동남권에 배치된다면, 사드 포대는 기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현재의 한·미 패트리엇과 함께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하며 최소 2회 이상 추가 요격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요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렇게 되면 포대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배치된 경기 평택 및 오산, 경북 칠곡(왜관), 전북 군산 등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레이더, 포대 분리 배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레이더의 성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지역과 미사일 포대의 성능이 최대치로 올라갈 수 있는 지역이 꼭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특히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분리 배치하는 게 '성능의 극대화'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 분리 배치 시 생존력도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분리 배치 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 자체가 최초인 상황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운용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분리 배치한다고 해도 배치 지역이 2곳이 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평택이나 오산에 포대가 따로 배치될 경우 유사시 북한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군산은 서해 쪽에 치우쳐 있어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군사전문가는 "레이더·사격통제시스템과 발사대를 서로 분리해서 운용하는 방안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통합 운용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