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갈등과 평화…'한국 축소판' 서울광장 24시

입력 2016-06-06 21:27 수정 2016-06-07 00:1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서울광장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입니다. 예전에 서울광장으로 이름 붙여지기 전에 4·19혁명이 촉발되기도 했고, 월드컵 단체응원으로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치열한 집회와 눈물, 그리고 웃음이 공존하는 서울광장의 하루를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M 09:00

아침 9시 출근 행렬이 뜸해지는 시간. 서울광장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시청 출입문 앞 서울광장 쪽으로 경찰이 배치됩니다.

곧이어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모이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봉쇄한 시청 출입문 앞에서 삭발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벌써 열흘 가까이 매일 아침마다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삭발을 하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 모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학부모들은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해왔습니다.

학부모들이 잘린 머리카락을 시장에게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도 빚어집니다.

[최인혜 회장/전국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 : 가족 지원이 안 돼 가지고 자살하는 부모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시장님이 협상을 해주실 때까지 저희는 (시위를) 계속 할 거에요.]

같은 시각,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삭발식 현장 주변을 서성입니다.

구의역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시청 앞에서 열려다가 마땅치 않자 새 장소를 찾아 나선 겁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열리는 서울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PM 1:00

낮 1시, 한 남성이 꿈쩍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습니다.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1년 가까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광장에는 이처럼 장기 농성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70일 넘게 천막 빈소를 지키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노조 활동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빈소를 지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순석 전 부지회장/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를 남겨 달라는 의미를 (알리려고) 서울시청 광장에 올라오게 됐습니다.]

시청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시민청입니다.

서울광장의 지하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도 매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도 한 켠에 마련돼 있는데요.

추모 메시지가 담긴 색색의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한 인간으로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라고 써 있고요.

여기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또 피해자를 위한 인형과 꽃 같은 선물도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해가 지자 서울광장 곳곳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김금석/경기 군포시 산본동 : 빌딩에서 경비 관리하고 있어요.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까 다리 아프고 (해서 나왔어요.) 한 30분 있다가 들어가요.]

저녁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 시계 브랜드가 후원하는 광장 한 켠 행사장의 조명 뒤로 인근 건물에서 1년째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의 손전등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PM 10:00

밤이 깊어져도 시위는 계속됩니다.

[주종득/서울 행당동 : (시위하는 사람들은) 이웃사촌이죠. 생각은 다르지만 그래도 다 뭔가를 바꾸려고 나왔잖아요. 꼭 한 번씩 물어보죠. '해결됐습니까' 하고요.]

AM 10:00

이튿날 아침,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서울광장을 찾았습니다.

분수대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분수대는 50분씩 하루 8차례 가동되는데요.

물이 나오는 시간에는 보시는 것처럼 서울광장이 아이들의 물놀이 공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한쪽에는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 있고요.

이쪽에는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탈의실도 준비돼 있습니다.

갈등과 평화가 공존하는 서울광장,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셍가/관광객 : (각종 시위도) 서울을 만드는 한 부분이다. 그건 전부 문화의 한 부분이다. 좋아 보인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겠다는 의미로 만든 귀모양의 조형물입니다.

다소 불편하고 소란스럽더라도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건강한 사회의 첫걸음 아닐까요.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학교 정문과 운동장 관통해 도로를? [밀착카메라] 많게는 수억…돈값 못하는 공공조형물 [밀착카메라] 시민들도 고개 절레절레 '야시장의 밤' [밀착카메라] 곳곳서 터지는 울음…'덧나는 상처' 5·18 광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