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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풀영상] 박찬욱 "친절하게 얘기하느라 영화 길어졌다"

입력 2016-06-02 22:40 수정 2016-06-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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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대중문화의 인물을 만나는 시간인데 따로 설명은 안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오늘(2일) 뉴스룸에 나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뵙게 되는데 영화도 오랜만에 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내놓으신 영화 '아가씨'가 지금 굉장히 많은 분들이… 바로 어제 개봉했는데 벌써 많은 분들이 보셨다고 해서…. 아무튼 오늘 만나서 뒷 얘기라든가 여러 가지 얘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찬욱/감독 : 안녕하세요.]

[앵커]

오랜만입니다.

[박찬욱/감독 : 안녕하셨죠?]

[앵커]

흰머리가 좀 느셨습니다, 그 사이에.

[박찬욱/감독 : 제가 아버지 쪽이 일찍 새는 편인데.]

[앵커]

그러세요?

[박찬욱/감독 : 비교적 늦은 편입니다, 그래도.]

[앵커]

그런가요? 아가씨가 어제 개봉했는데 사실 보고 말씀을 나누면 더 좋을 텐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못 봤습니다.

[박찬욱/감독 : 봐주세요, 2번 봐주세요.]

[앵커]

왜 못 봤냐면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당장 어제 개봉했고 또 하나는 영화가 2시간이 넘더군요? 그래서 평일에 2시간 빼기 참 어렵다라는 생각을 해서 하여간 못 봤는데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 얘기를 드리냐 하면 요즘 영화들이 사실 다 좀 깁니다. 웬만하면 2시간이 넘어가더군요. 감독들이 그만큼 옛날에 비해서 할 얘기가 많아졌을까요?

[박찬욱/감독 : 어떤 경우는 그럴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경제적으로 압축적으로 말하는 법을 잘 못 배워서 그럴 수도 있고 제가 스스로 제 영화를 놓고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래도 이번 영화가 이제 예전보다 스토리를 관객들이 친절하게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예전 영화들이 그렇지 않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그래서 좀 친절하게 얘기하느라고, 그리고 또 주인공이 넷이나 되니까 그 사람들 얘기를 하나하나 좀 보살피느라고 길어졌다 이렇게 좀 말씀드리고 싶네요.]

[앵커]

그런가요? 몇 년 전에 저하고 인터뷰하셨을 때 "자신이 거의 가장 노장급 감독에 속한다"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임권택 감독이 물론 아직 현역에 계신다고 봐야 되는 거죠.

[박찬욱/감독 : 그럼요.]

[앵커]

임권택 감독을 빼고는 거의 박찬욱 감독이 그다음 정도 되나요?

[박찬욱/감독 : 이준익 감독 계시고.]

[앵커]

그렇군요.

[박찬욱/감독 : 그리고 이제 지금 신작 준비하는 김성수 감독, 이현승 감독 이런 몇 분 계신데 나이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고요. 한 세대라고 불러도 되니까 그렇게 볼 때 그런 그룹에 속해 있다…]

[앵커]

거의 '원로급'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박찬욱/감독 : 원로는 아니고 중간에 정지영 감독님이 계시고.]

[앵커]

그래서 그때 말씀을 하셨던 이유는 그만큼 이제 감독의 생명력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라는 아쉬움을 말씀하시면서 그랬었는데.

[박찬욱/감독 : 그랬는데 조금 나아지고 있어요. 확실히 좀 그런 게 보이고 왜냐하면 이제 저희 세대도 사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활발하게 영화를 찍고 있으니까.]

[앵커]

그러면 다행인 거군요.

[박찬욱/감독 : 저희가 이대로 잘 늙으면 그러면 한국 영화 세대가 좀 다양해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저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랑 말씀을 나눈 이후에 스마트폰으로 영화 찍었던 일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분도 이제 뭐랄까… '장편 상업영화로부터 좀 멀어지는 세대가 되어버리셨나보 다'라는 생각을…

[박찬욱/감독 : 저는 반대로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잘 적응을 했나 보다' 이렇게 얘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앵커]

제가 무지해서 그렇습니다.

[박찬욱/감독 : 제가 단편영화도 찍고 다큐멘터리도 관여하고 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항상 배우고 습득하려고 하고 있고, '아가씨'도 사실 입체영화로 해 보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앵커]

그런가요?

[박찬욱/감독 : 그런데 돈이 많이 하도 들어서 포기했지만 그렇게 좀 새로운 흐름이나 기술이나 매체에 좀 관심들이 있고요. 그래서 좀…]

[앵커]

알겠습니다.

[박찬욱/감독 :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아무튼 '7년 만에 한국 영화로 복귀했다' 그 사이에 '스토커'라는 미국 영화가 있기는 있었습니다. 저하고 인터뷰를 했던 게 바로 그때로도 기억을 하고, 그런데 글쎄요… 한국 관객들의 평가에 상당히 좀 긴장이 되십니까? 어떻습니까? 왜냐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고 또한 작품을 대하는 뭐랄까 관점이나 철학도 바뀌셨을 것 같은데 안 바뀌셨다면 뭐 어쩔 수 없습니다마는.

[박찬욱/감독 : 사실 말씀드린 것처럼 단편영화 같은 거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영화 현장에 대해서 한국영화를 오랜만에 한다는 그런 기분이 들지는 않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에 대해서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스토커'도 그렇고 그전에 '박쥐'라는 영화도 그렇고 제 장편영화들의 국내 흥행성적이 썩 좋지가 않았거든요.]

[앵커]

그거는 저도 그냥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서 전해 드리자면 좀 보기가 좀 불편한 부분이 있다라는…

[박찬욱/감독 : 그거는 참 제가 가끔 흥행이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될 때는 될 때대로 '뭔가 새롭다' '뭔가 파격적이다' '도전적이다' 그래서 잘 되는데, 또 같은 이유로 잘 안 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그것이 참 종이 한 장 차이고 저로서는 늘 같은 태도로 작업하는데 이렇게 결과가 조금씩 다르니까 그것은 '내가 뭐 이렇게 저렇게 노력해서 되는 일도 아닌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영화는 일단 스타트가 좋은 것 같습니다. 입소문도 많이 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내용을 저희가 다 여기서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영상미가 크게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일단은. 마음먹고 영상미를 생각하셨습니까?

[박찬욱/감독 : 그렇지는 않은데 언제나 그게 중요한 문제인데요. 영상미라고 하면 괜히 좀… 저렇게 벽지도 나오잖아요. 저런 치장. 예쁜 옷, 그렇게 예쁘고 멋있게 이렇게 장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거는 아니에요.]

[앵커]

이쪽 화면으로 잠깐 보도록 하죠. 지금 정지화면입니다마는 동영상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까 잠깐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오고 있습니다.

[박찬욱/감독 :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어떤 내용과 인물이나 감정이 있으면 그것을 제일 정확하게 옮기는 수단으로서 그런 집이라든가 옷이라든가 카메라의 움직이라든가 조명이라든가 이런 것을 설계하는 것이죠.]

[앵커]

'3D로 찍고 싶었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못 찍었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돈이 다 들어간 것 아닙니까, 혹시.

[박찬욱/감독 : 저게 참 시대를 재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모두 없는 걸 만들어내야 되니까… 이렇게 있는 거를 빌려서 쓴다거나 그게 잘 안 돼서 그러니까 정말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더군다나 저희 영화의 주된 배경이 '아주 돈 많은 사람', '취향 좋은 사람'의 집이기 때문에 그거를 그대로 만들어내려니 뭐든지 다 고급을 사용해야 되고, 커야 되고.]

[앵커]

나온 배우들이 쟁쟁합니다. 김민희 씨, 하정우 씨, 조진웅 씨, 김태리 씨. 그런데 연출자로서 배우들한테 그렇게 크게 자율권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박찬욱/감독 : 와전됐습니다.]

[앵커]

아닙니까? 표정 하나, 눈짓 하나까지도 다 정해진 대로 가야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박찬욱/감독 : 제가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서 그림 다 그려서 자세하게 적어놓기는 해요. 그런데 그것은 이제 참고, 배우에게 참고용이죠. 그래서 그걸 미리 보여주고, 또 현장에서 오늘 찍을 분량을 아침에 다 리허설 하거든요. 그럴 때도 이걸 놓고 이렇게 가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좀 부자연스럽다거나 나는 다른 생각이 있다든가 그런 게 있다면 얘기하라고 항상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 의견이 있을 때 고치는 거죠. 항상 표현하는 것은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가 이게 답답하다고 느끼면 그리고 자기 것이 아니라고 느끼면 감독에게 좋을 게 하나 없죠.]

[앵커]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데 안 받아들이는 건 아니죠?

[박찬욱/감독 : 배우들한테 물어보세요. 하정우 씨, 한번 여기 초대해서 물어보세요.]

[앵커]

하정우 씨는 재작년에 한 번 나오신 적이 있기는 있습니다. 사실은 만드신 영화들… 대개 많이들 아시겠습니다마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토커'. 초기에 'JSA' 이후에 상당 부분이 여성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박찬욱/감독 : 제가 '올드보이' 만들어놓고 나서 그게 상도 받고 흥행도 되고 그랬는데 그때 왠지 찜찜한 게 남아서 뭘까라고 생각해 봤는데… 여자 주인공, 거기 극 중에서 강혜정 씨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이 주인공인데도 그 진실에서 소외되어 있는 채로 영화가 끝나잖아요. 그래서 그게 좀 걸렸더라고요, 마음에. 그렇게 진실에서 배제된 여성. 그것을 어떻게 좀 뭔가 이제 그 찜찜한 걸 해소해 보기 위해서 '친절한 금자씨'도 만들었고, 점차 저도 나이 들고 또 딸 키우면서 관심이 더 생기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인간형은 뭔가 어려운 처지, 고통받는 처지에 있다가 그것을 좀 더 벗어나 보려고 싸우는 사람들인데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그럴 때가 많기 때문에, 제가 의지로 의도해서 그런 것은 아닌데 하다 보니 그런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그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얘기를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거지 계획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아무튼 아까 잠깐 좀 말씀을 나눴습니다마는 지금까지의 영화의 톤과 지금 나온 '아가씨'의 톤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던데 혹시 박 감독님의 어떤 영화 주제를 다루는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이런 것들이 생겼다고 봐야 합니까?

[박찬욱/감독 : 그런 말씀 많이 들었는데 제가 다르게 했다라고 한 건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플롯을 못 따라오는 사람은 안 생기도록 그렇게 좀 한 번 얘기하면 끝. 그게 아니고 한 번 더 말할 수 있는 거고 다만 그게 좀 그렇게 되면 영화가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까 사족이 느껴질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조금 거기에 유머를 더한다든가, 새로운 뉘앙스를 조금 또는 다른 시각에서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반복은 반복이되, 좀 변주되는 그러면서 발전되는 그런 반복을 구조적으로 택했는데 그것이 그 덕분에 이제 더 이상 '영화가 재미없다'는 사람은 있어도 '못 따라가겠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박찬욱 감독으로서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목에 좀 힘을 뺐다'…

[박찬욱/감독 : 오해십니다. 저는 목에 힘이 들어간 적도 없고, 늘 하던 대로 하다가 이번에 좀 영화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그 덕에 이야기가 좀 더 친절해진 그런 경우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앵커]

그러면 표현을 바꿀까요? '목'이 아니라 '머리'에서 힘을 뺐다?

[박찬욱/감독 : 글쎄요. 참 수줍네요.]

[앵커]

알겠습니다. 이 질문은 드릴까 말까 하다가, 하도 해외에서 그 얘기가 있다고 하길래 그냥 드리겠습니다. 해외에서 어느 감독이 "천재"라고 불렀다는데 이거 좀 받아들이기에 쑥스러우시죠?

[박찬욱/감독 : 그렇죠. 천재는 사실 말뜻이 하늘이 내린 재능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타고난 재능이라는 얘기인데, 사람들은 다 타고난 재능이 저마다 있는 것이고, 저마다 다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릴 텐데요. 질문이 이게 좀 무겁기는 합니다마는 '69편의 장편영화와 35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48편의 영화에 각본을 제공했다. 영화감독치고는 비교적 덜 이기적이었던 자, 여기에 잠들다' 이렇게 묘비명을 쓰고 싶다고 10년 전에 말씀하셨는데… 작품 수는 아직 멀기는 먼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추가하고 싶으신 게 혹시 있으십니까?

[박찬욱/감독 : 작품 수가 그 정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들고 더하고 싶은 것은…]

[앵커]

아니면 빼고 싶은 게 있으십니까?

[박찬욱/감독 : 아니요. 작품 수는 좀 줄이는 게 현실성이 있겠네요. 더 하고 싶은 건 제가 영화 못지않게 사진 작업하는 거를 좋아해요. 취미 이상의 두 번째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번에 사진집도 내는데…. 그런 만큼 좀 오래 보면 '음미할 가치가 있는 그런 사진을 찍은 작가'라는 말을 더하면 좋겠네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전히 진지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박찬욱/감독 : 고맙습니다.]

[앵커]

박찬욱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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