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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숟가락과 컵라면'…한 젊은 청년을 위한 진혼곡

입력 2016-05-31 21:46 수정 2016-05-3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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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1일)의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한 젊은 청년을 위한 진혼곡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울 구의역 승강장. 사고현장에는 한 시민의 추모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열아홉 생일을 하루 앞둔 그 젊음은 아직은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방에서 나온 건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컵라면 한 개.

세상은 그저 짐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분주했을 노동의 현장과 라면 국물이라도 떠먹으려 수저를 챙겼던 배고픈 마음.

지금까지 지하철 안전문 수리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람은 4명입니다. 해마다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만든 안전문을 고치다가 안전을 지킬 수 없어 목숨을 잃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오로지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폭력적 구조.

하청에 재하청, 최저가 입찰과 그로 인한 일거리의 폭주로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숙련 노동자는 혼자서 안전문을 고치다 사고를 당해야 했습니다.

왜 배곯는 어린 청년이 허겁지겁 라면 끼니라도 때우고 싶어 했는지. 왜 그들은 2인 1조라는 그 있으나마나한 매뉴얼을 지킬 수 없었는지.

모른다기엔 무책임하고, 안다기엔 무기력한 2천 하고도 16년의 한국 사회.

'정치는 서민의 눈물을 씻어주는 것'이라는 고전적 미사여구조차도 운위되지 않다가 모두들 갑작스레 구의역으로 달려간 오늘…

뉴스의 한 켠에선 전관들의 돈 냄새 나는 거래가 여전히 오가고 그 뒤편에 물러나 있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눈물 위로 그저 생색내기식 일자리 정책이 반복되면서 젊은이들의 노동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밥벌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채 뜯어보지도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 고장 난 안전문을 고치려 안간힘을 써왔을 그 젊음의 배고픔을 세상은 끝내 수리해주지 못했습니다.

승강장 앞에 붙어있던 그 추모글처럼 "문제의 원인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추모의 글마저 서울시장의 심기를 걱정한 공무원들에 의해 떼어졌다 붙여졌다를 반복한…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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