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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많게는 수억…돈값 못하는 공공조형물

입력 2016-05-25 21:17 수정 2016-05-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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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큰 건물 앞이나 공원에 가면 공공 조형물을 쉽게 볼 수 있지요.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으로 만든 겁니다. 그런데, 보기에도 좋고 잘 만들었다기보단 이상하고 불편하다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삼성동의 대형 쇼핑몰 앞입니다. 구릿빛의 대형 조형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조형물,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요. 힌트는 옆 면에 있습니다.

영어로 '강남스타일'이라고 새겨져 있는데요.

바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일명 '말춤'을 형상화한 겁니다.

문제는 조형물만 봐서는 그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강남스타일을 떠올리며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조형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서희/서울 일원동 : 글씨 쓰여 있는 거 보고 나서 알았어요. 계속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보고는 몰랐어요.]

[다카하시 토모코/관광객 : 싸이를 모르는 사람은 (의미를)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이상한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말겠지요.]

원래 취지와 다르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조형물도 있습니다.

부산 온천동의 한 조형물이 대표적입니다.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좁은 인도 한복판입니다. 뒤편으로는 지하철역 출입구가 있고 바로 앞은 마을버스 정류장이어서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인데요.

조형물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람도 많아서 아예 이렇게 스펀지까지 붙여놨을 정도입니다.

한눈에 봐도 시민들의 불편이 큰 상황입니다.

서 있을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아예 차도로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전순금/부산 명장동 : 나는 다니다가 여기 많이 부딪히더라고. 다리가 안 좋으니까. (예산) 낭비, 낭비지. 이거 낭비지. 낭비 아닙니까.]

원래 해당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구청이 세운 건데, 위험하고 보기 싫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부산 동래구청 관계자 : 여러 가지 장소 때문에 많이 고심을 해서 선정한 거예요. 기존에 없던 게 있으니까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어서 이번에 옮기려고요.]

10여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엔 '기네스북 열풍'이 이어졌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북, 제일 큰 가마솥 등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시킨 뒤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009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해시계가 있는 강원도 양구를 찾아가 봤습니다.

실제로 해시계의 한 켠에는 기네스 인증서가 부착돼 있는데요. 8억 원을 들여서 제작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해시계 바로 아래쪽은 인근에서 급한 볼일이 생긴 사람들이 주차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이 되고 있고요.

기둥 곳곳에는 이렇게 거미줄이 쳐져 있습니다. 또 바닥 조명시설은 아예 진흙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합니다.

[김동열/강원 양구군 양구읍 : 양구가 해시계랑 연관이, 무슨 연관이 있겠어요. '문어 같은 게 여기 서 있나' 그런 생각도 있지.]

비슷한 시기에 기네스북에 오른 광주 장덕동의 세계 최대 우체통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광객은 커녕 인근 주민들도 잘 찾지 않는 상황입니다.

[전효숙/광주광역시 장덕동 : 아, 1억 원이 들었어요? 그 정도의 가치는 아닌 것 같아요.]

이를 만든 지자체도 문제를 인정합니다.

[광주 광산구청 관계자 : 상주 인력이 없다 보니까 관리가 조금 소홀해지는 면도 있고 우체통을 활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체통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들어선 공공 조형물이 전국적으로 2500여 개, 투입된 예산은 4000억 원이 넘습니다.

공공조형물 취재 도중 만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세금낭비 좀 하지 말라'였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조형물들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는 커녕 불편함만 끼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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