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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퇴근 후 '카톡지시', 시간외 근무일까?

입력 2016-03-30 22:28 수정 2016-03-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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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실 오늘(30일) 아이템은 제 개인적으로는 안 했으면 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는데, 김필규 기자가 들고 와서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합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서 문자 받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 방금 들으셨는데 특히 주말에 이렇게 직장 상사로부터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메시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군요. 사실상 이건 업무를 지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이건 초과근무로 봐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 오늘 팩트 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이 되고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퇴근 후까지 회사와 연결돼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불편이 증가했다는 직장인이 62%였습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 외에는 업무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87%나 됐습니다.

[앵커]

평소보다 굉장히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군요, 오늘. 대부분이 퇴근 후에 회사로부터 스마트폰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 이런 얘기인데 그렇다면 이런 메신저를 통해서 업무지시를 받는 것을 아까 얘기한대로 초과근무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죠?

[기자]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약 업무시간 외의 스마트폰 연락을 안 받을 수 있다면 월급의 8.7%를 반납할 의사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분명 직장인들은 이런 카톡 문자를 업무의 연장으로 보고 있는 건데, 전문가들도 휴식의 리듬을 깰 정도로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시간을 따로 들여서 답 해야 할 문자가 왔다면 초과근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박지순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볼 것이냐, 그것도 새로 정해야 하고. 회사에서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인데 집에 있다 보니, 예를 들어서 가족을 돌봐야 하고 이러다 보니 3시간, 4시간이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근로 장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일이 발생할 경우에 어디까지 근로 제공으로 봐야 할 것인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죠.]

[앵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초과근무라고 볼 여지가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이게 기준을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느냐 하는 모호함, 그런 것들이 있다는 얘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퇴근 후 회사에서 이런 메시지를 아예 보내지 않는 건데요.

실제 프랑스에선 지난달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고 해서, 근무시간 외에 상사로부터 온 이메일, 메시지를 무시할 권리를 노동법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역시 퇴근 후 상사가 업무상 연락하는 것을 노동기준법 상으로 금지해놨고 위반한 경우 벌칙규정도 있습니다.

폭스바겐같은 기업은 자체적으로 근로시간 종료 30분 후엔 회사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을 아예 차단시켜 버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기술적으로 그렇게 하는 모양이군요. 이 예를 들어보면 외국에서도 하여간 이런 문제로 고민이 꽤 많은 모양입니다. 부작용이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런 조치도 취한 것일 테고요.

[기자]

일단 업무 효율상 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레슬리 펄로 교수가 실험을 해봤는데, 스마트기기를 쓸 때 처음엔 업무성과 좋지만, 사용시간이 길어지고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면 오히려 성과가 줄어들고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는데, 영국의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여러 상황에서의 스트레스 강도를 측정해 본 결과, 휴일에 직장 상사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게 번지점프를 하거나, 배우자와 싸우는 것 이상의 스트레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할 말이 없습니다. 번지점프까지 나오는데. 하여간 굉장한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물론 다르기는 하겠습니다마는 그런데 모바일 메신저라는 게 이제 뭐 사적으로도 쓰고 업무용으로 쓰다 보니까 이렇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정말 그렇게 예를 들면 퇴근시간이나 아니면 후나 아니면 휴일에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정말 중요한 업무적 내용이냐, 그것도 따져봐야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너무 일상화되어 있다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을 하는 건데요. 이런 고민, 이런 문제도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요, 휴일에 직장상사에게 어떤 문자를 주로
많이 받는지 앞서 루이스 박사가 같이 조사를 해 봤는데요.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린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 보시는 것처럼 문서 어디에다가 파일 어디에다가 저장을 했냐.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됐나부터 심지어는 사무실 왔는데 컴퓨터 어떻게 켜는지, 사무실의 화분에 물을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연락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앵커]

좀 안 보내고 되는 걸 보내서 문제가 되는 거군요.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보내는 상사들이 많다, 이런 얘기가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저런 것 하나하나가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아까 뭐 번지점프 얘기까지도 나온 것 같습니다.

[기자]

사실 이게 뭐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보니까 그런 면도 있는 건데요. 저도 사실 이번 아이템 준비하면서 저희 팀원들에게 밤에도 메신저로 말 많이 걸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 이야기가 이 문제가 현재도 심각한 상태고,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에 대해선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지금 고용노동부가 여러 개혁안 추진하느라 정신 없는데, 어쩌면 이 부분 역시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시급한 문제 아닐지 싶습니다.

[앵커]

저는 사실 후배기자들이 좀 불편해할까 봐 주로 저는 늦게 자니까 새벽 2시쯤 잘 줄 알고 보내는 경우는 있는데 깨는 사람들도 있기는 있더군요.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입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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