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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과속방지턱은 사고유발턱?…곳곳 위험 도사려

입력 2016-03-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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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과속방지턱이 거의 장애물 수준인 곳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방지턱 피하려다 차가 뒤집히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긴 한데 되레 위험할 정도면 고쳐야 하겠지요.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차량들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는 경기도 고양의 한 외곽도로, 도로 한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과속방지턱입니다.

칠이 다 벗겨져 있는데다 표면도 울퉁불퉁해서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침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은 폭 3.6m, 높이 10cm 이하로 제작하고 안내 표지판도 설치토록 돼있습니다.

문제는 지침이 권고사항에 그치다보니 이를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드뭅니다.

[김동규/서울 신당동 : 높은 게 많아요. 이쪽에도요. 달걀을 싣고 다니다가 (달걀이) 튀니까 깨지고 그런 경우가 많이 있다고요.]

지난해 전북 남원의 한 도로에선 레미콘 차량이 방지턱을 피하려다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곳 역시 인근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있어서 과속방지턱이 많은 곳인데요.

방지턱이 구간 안에 몇 개가 있는지 직접 한번 세보겠습니다.

400m가 채 안되는 구간 안에 무려 12개의 과속방지턱이 설치돼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학교 앞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금순/서울 양평동 : 저희는 불편해도 아이들 때문에 있어야죠. 학교 앞이니까요.]

하지만 설치 지침을 지키지 않아 방지턱이 통행까지 불편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 지침은 최소 20m 간격으로 방지턱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간격을 재어보니 16m가 채 안됩니다.

[김인숙/서울 양평동 : 깨진 데도 있고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은 걸어가기에도 굉장히 나쁠 때가 많아요. (방지턱이) 너무 자주 있어요.]

전문가와 함께 방지턱 몇 곳을 둘러봤습니다.

[박경철 연구위원/경기연구원 휴먼교통연구실 : 지금 금이 쫙쫙 가 있잖아요. 야간에 시인성이 확보 안 되니까 운전자가 스스로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충격이나 사고 위험이 있죠.]

요즘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원식 횡단보도'도 문제입니다.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의 기능을 하나로 합쳐 놓은 건데 제대로 된 기준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방지턱은 한눈에 봐도 문제점 투성이인데요.

우선 높이가 20cm가 넘어서 옆에 있는 인도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방지턱이 끝나는 부분을 보면 이렇게 차량과 바닥이 맞닿으면서 생긴 패인 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색깔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방지턱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색깔로 이뤄져 있어서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도 않았는데 이 도로와 방지턱이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관할 지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운전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보형/경기 김포시 풍무동 : 낮은 차가 거기를 지나갈 때는 저속으로 다녀도 (바닥에) 심하게 갈려요. 부딪혀요. 사고 때문에 보험 처리도 하고 그런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엉터리 과속방지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서울시 등 몇몇 지자체가 개선 대책을 내놨습니다.

[송상영 과장/서울시청 도로관리과 : 올해 연말까지 부적합한 과속방지턱 1500개를 정비 완료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고 매월 정비 실적을 구청, 도로사업소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한 곳당 100만 원가량의 정비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뒤늦게나마 일부 지자체가 과속방지턱 개선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보입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비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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