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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설득 존재하지 않은…'호소문, 질문은 사절'

입력 2016-02-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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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부라 사가리 회견. 일본 총리는 하루 두 번 관저를 오가는 도중 기자들과 짧게 만납니다. 기자들은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 매달리지요.

그래서 이것을 매달린다는 의미의 부라-사가리(ぶらさがり) 회견이라 한다는군요.

하루 두 번 오가면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고 때론 매우 성가시고 지난한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합니다.

그것이 시민들을 설득할 것이고 궁극에는 정부정책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이 이런 매달림 회견 속에는 있습니다.

장면을 서울로 바꿔보겠습니다.

[이것으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별도의 질의응답이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질의응답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질의응답을 받으세요.]

기자석은 술렁였습니다. 항의하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총리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 관심은 집중됐습니다. 더구나 대국민 담화도 아닌 대국민 호소. 그만큼 절실하다는 의미였을 테지요.

그래서였을까요? 노동관계법 논란은 야당 탓. 누리과정 파행은 시도교육감 탓. 노사정 대타협 파기는 노동단체들 탓.

단 15분. 호소문의 행간에는 '호소'가 아닌 '남탓'이 두드러졌습니다.

물론 그렇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정부입장에서는 뭘 좀 해보려 해도 대안도 없이 붙들고 늘어진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맞든 틀리든. 어느 정부에서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은 항상 존재해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늘 설득이었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사절' 그 자리엔 토론도 설득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언론, 이해당사자 및 시민사회와 직접 부딪혀서 설득하고 개혁의 결실을 이끌어내겠다"

취임사에 담겨있었던 신임 경제부총리의 포부였습니다.

다시 매달리기 회견, 부라-사가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일본의 총리는 정말 몸이 안 좋거나 절대 입을 다물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부라-사가리에 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하면 큰일 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아베도 물론 마찬가지지요. 악재 속에서도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것은 결국 설득에 있다고 아베는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오토바이까지 타고 다니며 여러 방송에 겹치기 출연한다는 유럽의 장관들이나 무려 106개의 질문을 5시간 동안 소화해 최장 기자회견 기록을 세웠다는 러시아의 푸틴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은 사절' 경제부총리가 사절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설득의 기회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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