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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에 앞선 징후들…'심리부검' 결과 분석해보니

입력 2016-01-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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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27.3명으로 10년 넘게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안 좋은 것으로 1위를 하긴 합니다만, 이 문제는 특히 좀 심각하죠. 정부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심리부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자살자들은 사전에 신호를 보내지만 주변에선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구혜진 기자와 함께 한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심리부검을 한다,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자살에 이르게 되는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입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을 심층 인터뷰해 사망자의 인생을 샅샅이 살펴보고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입니다.

핀란드가 1987년 도입해 분석을 정책에 반영했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자살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봤습니다.

우리도 지난해에 본격 도입해 121명 사례를 분석해 결과를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39명이 우울증, 29명이 경제 문제, 20명이 음주 문제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기존 자살자 통계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이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됐는가를 밝혀내는 작업이겠군요?

[기자]

네, 40대 회사원 A씨의 경우를 보면요. 1년 전 가까웠던 동료와 다툰 뒤 우울증이 걸렸습니다.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 "죽고싶다"고 자주 말했고 화를 냈다가 바로 미안하다고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잠을 자지 못하고 잘 못먹어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아내가 "왜 우냐"고 묻자 "고맙다"라고만 했고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앵커]

예. 여기서 '죽고 싶다'는 말은 당연히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고, 또 어떤 것들이 다른 징후가 될 수 있습니까?

[기자]

죽음이나 사후 세계를 언급하는 건 명백한 신호입니다.

A씨처럼 기분이 급격히 변하거나 갑자기 고마움 혹은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도 위험징조입니다.

대부분 사례에서 잠을 못 자고, 소화가 안 되거나 밥을 못먹어 살이 빠지는 신체적인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앵커]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면, 이건 병원에 당연히 갈 것 아니겠습니까? 병원 진료 과정에서 그런 징후 같은 것이 나오는 건 아닐까요?

[기자]

예, 주부 B씨의 사례를 보면요, 잘 못 먹고 소화가 안 돼서 몇 달 만에 5kg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지만 소화제 처방하는 데 그쳤는데요.

실제로 사망자 28%가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 가까운 병원을 찾는데, 의사들이 이 우울증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동네 의원에서 이런 환자들을 선별해 정신과로 안내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앵커]

그런데 잘 안 가잖아요, 정신과를. 여러가지 편견 같은 것들도 있어서…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88.4%였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정신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사례 중에는요, 친언니가 정신과에 가보라 이야기했는데 "동네 사람이라도 보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한 뒤, 한 달 후에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역시 여러가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인 문제죠?

[기자]

예, 자살한 사람의 45.5%가 월 평균소득이 50만 원이 안 됐고 사망 전 3개월간 무직이었던 경우도 54.5%나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40%는 빚을 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사업실패나 생활비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아까 심리부검이라는 것이 유가족을 면담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유가족들이 상당히 조사에 응할 때도 괴로울 것 같고, 또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예. 정서적으로 대부분 고통을 겪고, 우울 정도도 상당히 심합니다.

실제로 자살자 27%가 자살한 가족이나 친척이 있었습니다. 주변인의 자살이 또 다른 자살을 낳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처럼 유가족을 고위험군으로 따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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