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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선진국, 집회 시 복면 금지?…해외 사례 살펴보니

입력 2015-11-25 22:58 수정 2015-12-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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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부에서 잠깐 관련 리포트를 전해드리면서 예고도 해드렸습니다마는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집회시위 때 마스크 등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오늘(25일) 속속 제출됐죠. 그동안에 정치권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우선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24일 국무회의) : 특히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

[김무성/새누리당 대표 (19일 최고위원회의) : 선진국들도 국가 안정보장, 질서 유지, 공공 복리 위해 복면금지가 합헌이라는 결정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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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간상으로 보면 여당에서 먼저 강하게 얘기를 내놓고 이어서 청와대에서 힘을 실어주고 그다음에 여당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그런 순서가 됐는데, 김필규 기자, 실제로 선진국에는 복면금지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세부적으론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러시아, 스페인 등에 복면금지 규정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이 규정을 어기면 5000달러 벌금이나 6개월 이상 구금에 처할 수 있고, 독일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이 법이 집회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복면을 쓰는 것에 대한 규제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꼭 집회시위 때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도 복면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배경이 뭔지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70년 전에 뉴욕주에서 이 법이 처음 등장했는데, 소작농들이 인디언으로 변장해 지주나 보안관을 공격하는 일이 많자 이걸 막기 위해 입법이 됐습니다.

이후 1900년대 중반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단이 이렇게 두건을 쓰고 회합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 주별로 규제가 생긴 겁니다.

프랑스의 경우 5년 전 관련법이 나왔는데 이건 이슬람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쓰고 다니는 것을 막자고 생긴 법입니다.

그러니 선진국의 복면금지 규정이 꼭 과격집회를 염두에 둬서 생긴 것이라고 보기 힘든 거죠.

[앵커]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에는 입법 취지가 당초부터 달랐다, 이런 얘기인데. 나중에 여기서 위헌소송 같은 것들이 제기가 되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때 혹시 그 과정에서 이른바 과격시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었을까요?

[기자]

그런 언급이 실제로 있었고요. 그래서 새누리당 측에서는 '2004년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이 뉴욕주 복면금지법에 대해 폭력 억지를 목표로 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그거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위헌소송을 낸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KKK단입니다. '쿠 클럭스 클랜'이라고 해서, 이렇게 고깔 두건 쓰고 다니며 흑인이나 아시아계 테러하는 걸로 유명한 인종차별 집단이죠?

이런 복장이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이걸 공공장소에서 못하게 하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하지만 연방법원에선 "KKK 문양이 박힌 유니폼이나 모자 등으로 충분히 표현이 된다, 그러니 위헌이 아니다"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종차별에 초점을 맞춘 거죠.

[앵커]

뭐가 위헌이 아니라는 거죠?

[기자]

그러니까 복면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그 법 자체가 위헌이 아니다, 합헌이다… 그런데 그거는 어떤 과격집회를 초점에 둔 게 아니라 지금 이렇게 KKK단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 위헌이 아니라고 한 겁니다.

프랑스 역시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을 삼가자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데, 여기에 여성 평등까지 감안하는 맥락에서 부르카 금지는 위헌이 아니라고 했던 겁니다.

그러니 이들 합헌 결정, 물론 조건부 합헌이기도 한데요, 그 배경 역시 과격시위와는 거리가 먼 거죠.

[앵커]

미국과 프랑스 경우는 그렇고,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 그래도 과격집회를 겨냥한 게 있지 않겠느냐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데요.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과격집회나 테러에 초점을 맞춰 1985년 독일에서 복면금지 조항이 생겼는데,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바로 복면이 허용되고 또 단순한 위험 정도로 원천 금지를 하진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유럽 국가들 사례 볼 때도 유의할 점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안준성/미국변호사 : 영국 경찰이 폭동이나 폭력시위 같은 것에 대해서 복면을 제거할 수 있는 명령을 할 수 있어요. 캐나다의 경우는 영국과 비슷하게 폭동이나 불법집회로 제한이 되고요, 대신에 가중처벌 조항이 들어가서요, 복면을 쓰는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 지금 (준비 중인) 법안이랑은 상당히 다르다.]

그러니까 복면에 대해 기본적으로 허용하면서 '폭동' 수준으로 번진 경우에만 규제를 가할 수 있게 해놓은 건데, 이번에 나온 우리 법안 중 하나를 보면 '건강상의 이유나 성매매 여성 등의 시위인 경우 예외적으로 복면착용을 허용하겠다', 물론 최종안을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복면을 불허하고 아주 특수한 상황에만 허용하겠다는 식으로, 유럽과 반대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총 1만여 건의 집회 중 경찰청에서 집계한 불법폭력시위는 0.3%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이게 경찰청 집계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백서에 나온 얘기인데요.

그러니 이 적은 사례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너무 과도하게 규제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거죠.

[앵커]

예전에 복면 금지 관련 법안이 논의될 때도 역시 이런 내용들은 다 나왔던 것들이죠.

[기자]

네, 6년 전 복면금지법 추진될 때 인권위에서 반대 의견 내면서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불법을 저지를 거다 미리 예상하고 처벌하는 것은 과잉이다'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고요.

[앵커]

이명박 정부 시절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2003년 헌법재판소도 "집회의 자유에는 복장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불법 폭력시위를 막는 것 중요하겠지만, 정확한 배경 이해 없이 피상적으로 선진국 이야기만 하며 법이 나오는 건 아닌지, 제출된 법안들 잘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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