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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여권 영문 이름 표기 '한번 실수가 평생 간다'?

입력 2015-10-28 22:08 수정 2015-10-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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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시청자분들 가운데 이름에 '덕'자 들어가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어질 덕이나 클 덕, 좋은 뜻이지만 혹시 영어로 별생각 없이 'DUCK'이라고 표기했다간 '오리'라거나 '잘 속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한번 여권에 이렇게 표기된 걸 외교부에서 잘 바꿔주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에 행정심판까지 갔는데 결국 변경해 주라는 결정이 어제(27일) 났습니다. 여권 영문 이름 바꾸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또 다른 곤란한 이름들은 또 뭐가 있는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 경우뿐 아니라 이름의 영어 발음 때문에 비슷한 고민하신 분들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한 강정호 선수. 원래 로마자 표기법대로 하면 'GANG 정호'라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폭력단을 뜻하는 '갱'이 되기 때문에 유니폼에 'KANG'이라고 표기했고, 성적이 좋다 보니 '킹캉'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역시 BAN이 '금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외신에서도 이슈가 된 적이 있고, 지난 런던올림픽 때는 한 미국의 라디오방송에서 '석'자가 미국에선 비속어이다 보니 웃긴 올림픽선수 이름 10선에 육상선수 김유석 선수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인터넷에선 신혜나라는 사람이 죄를 뜻하는 'Sin'을 써 이렇게 표기(Sin Hyena)했더니 외국인들이, 신 하이예나, '죄 많은 하이에나'라고 읽더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앵커]

본인으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건데.

[기자]

그 밖에도 총을 뜻하는 건(GUN), 엉덩이를 뜻하는 범(BUM), 살인의 길(KILL) 등이 대표적으로 오해받는 한국 이름 글자로 꼽힙니다.

[앵커]

여권 이름에 이렇게 찍혀버리면 참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거나 그런 경우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런 건 좀 용이하게 바꿔줘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기자]

저도 사실 여권의 영문표기와 신용카드의 영문표기가 다르다 보니 외국에서 물건 살 때 점원이 "남의 신용카드 들고 온 것 아니냐"고 받기를 거부해서 곤란한 적이 있었는데요.

[앵커]

PIL이라고 합니까?

[기자]

제가 Pilgyu라고 쓰기도 하고 kyu라고 쓰기도 했었는데요, 그랬습니다. 그래서 여권 영문명을 바꾸려 했더니 안 된다고 해서 신용카드 이름을 다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까다롭게 한 이유, 외교부 관계자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외교부 관계자/여권과 법무계 : 사실 여권 발급해서 많은 분들이 여행국의 법령 위반이랄지, 강제 퇴거당했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영문명 변경을 한 뒤에 귀국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은 좀 차단을 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분도 있고 해서 그런 분들이 영문성명을 바꾸고 나가서 사용하시게 되면, 여권이 우리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굉장히 (신뢰도를) 떨어뜨리거든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이 입국할 때 지문을 통해서 신원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우리나라처럼 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여권의 영문명과 사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영문명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이름을 개명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경우에는 좀 영문명도 바꿔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예외가 당연히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권을 받은 뒤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면 쉽게 바꿀 수 있고, 몇 번 나갔다 왔더라도 영문 표기가 원래 한글 이름과 너무 다를 때, 또 영문 이름이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때 등에는 변경을 허용합니다.

외교부에선 너무 자주 바꿔달라는 게 아니면 웬만하면 요청을 들어줄 수 있고, 또 이번에 권익위에서 이야기됐던 '오리 덕' 자도 바꿔 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건 어떻습니까? 요즘 영어이름을 따로 가지고 계신 분들도 또 많이 계시잖아요. 그 경우에는 나는 영어이름으로 여권에 표기하겠다, 이건 불가능합니까?

[기자]

예를 들어 제 영어 이름이 '브래드'라고 했을 때, 여권에 'Brad Kim'이라고 쓸 수 있느냐. 제가 이중국적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한글 성명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고, 문화관광부 고시에 따르면 영문철자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기준도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영문이름변환'을 입력하면 이 기준에 따라 권장하는 영문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여기 이렇게 손 앵커의 이름을 치면 권장하는 표기로 'Son Seokhui'라고 나옵니다.

[앵커]

저걸 누가 저렇게 어렵게 씁니까? 저는 저렇게 안 씁니다. 그러니까 저거 발음하기도 어려운데요. 아무튼 다른 분들도 저렇게 다 치면 나옵니까?

[기자]

일단은 이게 문화부에서 권장하는, 그런 기준에 따른 표기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를 참고만 해서 일단 쓰면 되는 거고요.

본인이 원하는 발음이 있다고 그러면 그거대로 또 써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걸 여권에 쓰려면 지금 보시는 것처럼 띄어 쓰면 안 되고요. 원칙적으로는 붙여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밑에 있는 것처럼 가운데에 붙임표를 넣는 것은 괜찮습니다.

[앵커]

저는 Son으로 하면 저를 부르는 모든 사람의 아들이 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저렇게는 안 씁니다. Sohn 이렇게 쓰는데 그렇게 쓰는 건 상관없죠?

[기자]

성씨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면이 있습니다.

이씨의 경우만 봐도 Lee, Rhie, Rhee, Yi 여러 방식으로 쓰이는데요.

2009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안을 낸 적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통일하면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점도 있고 사적지의 영문설명도 바꿔야 해 비용이 들고 각 문중의 항의도 들어와 유보해 놨다고 합니다.

외교부에선 예전에 비해선 별로 까다롭지 않게 여권 영문 이름을 변경해주고 있다고 했는데, 여행 시 개인적으로 불이익 받을 수 있고 불편할 수 있으니 처음 지을 때 잘 짓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습니다.

[앵커]

사실은 제 이름은 석희잖아요. 그래서 Sukhee를 쓰는데, 발음을 그냥 석희로 하면 굉장히 안 좋은 뜻이 됩니다. '꼴 보기 싫은' 이런 뜻이 되더군요. Sucky 이렇게 되기 때문에 발음상. 제 이름은 굉장히 좀 국제적으로는 불리한 이름인데, 아무튼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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