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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 이경규 "방송 자세 해이해지면 은퇴할 것"

입력 2015-09-24 10:02 수정 2015-09-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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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6주년(9월 26일)을 맞은 일간스포츠가 취중토크에 초대한 주인공은 방송인 이경규(55)다.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경규는 30여년간 언제나 '톱클래스 현역'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지상파 3사 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올라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고,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선 대상을 받았다.

따로 자리를 낸 인터뷰는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 '전국노래자랑(2012)' 이후 약 3년 만이다. 매일 방송에서 쉼 없이 얘기하는게 직업이지만 그동안 정작 자신의 속 얘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이경규가 솔직하게 다 '털' 작정을 하고 취중토크에 응했다. 기자도 물을 게 많았고 그도 답을 피하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됐던 각종 '이슈'와 그간의 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주 늦은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경규와 술잔을 부딪혔다.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무려 4시간이 넘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어제 과음을 해서 오늘은 자제하겠다"던 그는 술과 이야기에 만취해서 돌아갔다. 톱스타로 살아온 지난 30여년을 얘기하기엔 4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인터뷰 말미 영화로 주제가 튀자 꼬리에 꼬리를 문 이야기가 이어졌다. 노트북을 닫았다가 다시 열기를 정확히 12번 반복했다. 인터뷰를 다 끝내고 차를 타기 전 10분 동안 서서 그는 또 영화 얘기를 했다. 영화는 50대 중반 이경규의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 같은 열정이었다.

취중토크를 하면서 만족스럽고 기쁜 순간은 크게 세 가지다. 거물급 스타가 섭외됐을 때, 인터뷰 취지에 맞게 인터뷰이가 취해서 솔직한 얘기를 할 때,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보지 못 했던 인터뷰이의 진솔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더 좋아졌을 때다. 이경규와의 취중토크에선 이 모든 기쁨을 다 느꼈다.

버럭MC가 아닌 인간 이경규의 매력이 인터뷰에 최대한 담기길 바라며 그와 나눈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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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데요. 이번에 응해주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맨날 방송에 나와 떠드는 게 직업인데 뭘 굳이 또 인터뷰를 하나 했죠. 그런데 취중토크는 전통과 역사가 오래된 코너잖아요. (인터뷰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인터뷰는 영화 '전국노래자랑' 만들었을 때 홍보사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해야된다고 해서 했어요. 총 9시간에 걸쳐서 했는데 엄청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안 했죠.(웃음)"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마시죠. 좋은 사람, 편한 사람을 만나면 금방 필름이 끊어져요. 술을 빨리 마시는 편이거든요. 근데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선 안 취해요. 의식적으로라도 정신을 차리려고 하니깐요. 오늘은 취중토크이긴 해도 어제 과음을 해서 자제해야할 것 같네요. 어우 어제 너무 마셔서." (이렇게 말하고 정확히 4시간 뒤 이경규는 만취했다.)

-최근 이슈부터 묻고 싶네요. (김수미씨가 욕하고 조영남씨는 뛰쳐나갔던)KBS 2TV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는 어땠습니까.
"아…. 방송 생활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죠. 영화 제작발표회도 하고 요즘엔 예능 제작발표회도 많이 했는데 그런 일은 처음이었죠. 당황했죠. 놀랐고. 만약에 (조)영남이 형님이랑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본 사이었다면 영남이 형님이 갑자기 하차하겠다고 말하고 현장을 나가버릴 때 못 붙잡았을 것 같아요. 근데 '나를 돌아봐'가 파일럿으로 시작해서 한 두어달 같이 방송을 했고, 다시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거였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도 모르게 형님을 잡았죠. 근데 나가더라고요."

-제작발표회 전엔 분위기는 어땠나요.
"사실 비하인드가 있어요. 원래 처음부터 영남이 형님은 기자회견에 안 나가려고 했어요. 그런걸 왜 하냐고 안 나가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형님한테 '형님만 안나가시면 그림이 안 좋습니다'라고 설득했죠. 그 때 형님이 '알았어. 그럼 시청률이 안 나오면 관두자'라고 했는데 제작발표회 하는 도중 시청률 얘기(김수미가 언급)가 나왔고, 갑자기 안 하겠다며 나가더라고요."

-설득 과정은 어땠나요.
"어려웠죠. 굉장히 어려웠죠. 전 심지어 양 쪽(조영남, 김수미) 집에 다 갔어요. 그 일 있고 수미 누님도 프로그램 안 하시겠다고 했었잖아요. 하하하하. 참 지금 다시 생각해도 황당하네요. 영남이 형님께는 제가 먹는 공황장애 약을 보여줬어요. '저 이거 먹으면서 하는 거'라고 했더니 형님이 막 웃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을 돌리셨죠. 수미 누님은 영남이 형의 편지가 큰 역할을 했죠. 형님이 또 글을 잘 쓰시잖아요. 저한테 쓴 게 아닌데 저도 보면서 찡하더라고요. 왜 가수는 노래 제목대로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프로그램이 '나를 돌아봐'라서 그런지 참 나를 많이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나를 돌게 하기도 하고. 하하하."

-또 다른 출연자 최민수 씨가 PD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죠.
"와. 전 진짜 영남이 형님 이후로 모든 게 잘 마무리 되고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진짜 끝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죠. 현장에서 그런 일(폭행)이 있었다고 듣고 기사가 나가겠구나 생각했죠. 보는 눈이 꽤 많았으니깐요. 그건 좀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잘 해결됐죠."

-방송 경력만 34년인데 그 정도 돌발 상황은 그 전에도 있지 않았나요.
"이게 나이를 먹으니깐요 옛날에 작게 생각한 일도 큰 일로 느껴져요. 젊을 때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극복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드니 하나 하나 큰 충격으로 남더라고요. 면역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이번에 좀 느꼈어요. 솔직히 힘들더라고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4년 만에 떠났어요.
"하차하기 두 달 전부터 관둘 생각이었고, 관두는 게 맞다고 제작진한테 얘기를 했어요. 이 프로그램으로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박수 칠 때 왜 떠나요. 마지막 한 명이 칠 때까지 하다가 떠나야지. 하지만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난다는 말에 공감해요. 이번에 '힐링캠프'에서 제가 딱 그랬어요. 마음이 많이 떠났어요. 한 2년 지난 뒤 더 이상 나올 신선한 게스트가 없었고, 진행하는 저 역시 점점 진정성이 없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토크쇼를 하기에 인구가 너무 적어요. 자니윤 아저씨가 미국 케이블에서 토크쇼를 할 때 제가 사람 섭외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했더니 '미국엔 마술하는 사람만 2만 명이 있다. 다른 직업군도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토크쇼에 나올 A급 연예인은 딱 100명 정도잖아요. 그 분들이 다 나오고 나면 뜨는 스타들을 데려다가 토크쇼를 해야하는데 그게 딱 2년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서 그래서 '힐링'도 관뒀어요."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가 해이해진 건가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해이해지고, MC가 게을러지면 그땐 방송을 접어야죠. 그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요. 전 화장실에서 대본을 혼자 몰래 다 읽어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마치 한 번도 대본을 안 본 것처럼 하죠. 그런데 대본은 꼭 봐야해요.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대본을 보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죠. 또 전 아무리 아파도 녹화 시간에 늦은 적은 없어요. 녹화가 6시에 시작하면 늦어도 5시 30분엔 도착해요. 단 한 번도 스태프가 저를 기다린 적이 없어요. 절대 늦게 안 가요. 촬영 시간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요. 촬영장에 늦게 가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제 모습을 발견한다면 전 그 때 은퇴를 할 생각이에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

▶일간스포츠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isplus1) 에서 이경규 취중토크 비하인드컷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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