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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노조 쇠파이프 없었으면 3만불 넘었을 것"…사실일까

입력 2015-09-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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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저희도 보도를 해드렸는데 어제(2일) 정치권에서 상당히 논란이 됐던 발언입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불법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두드려 패지 않았습니까? 공권력이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3만 달러 넘어갔습니다. CNN에 연일 매시간 쇠파이프로 경찰 두드려 패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습니까?]

이렇게 강한 어조로 얘기했습니다. 김필규 기자, 그러니까 노동개혁에 있어서 대기업 노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발언, 오늘 두 가지 면에서 짚어볼 텐데요.

첫 번째는 '대기업 노조의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을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우리 1인당 GDP가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은 때가 2007년인데요. 당시 LG경제연구원에서 낸 자료를 보면 이렇게 3만 달러를 넘은 나라들이 2만 달러에서 1만 달러를 더 올리기까지 평균 10.3년이 걸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평균치가 적용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3만 달러 돌파 시점을 2017년 이후로 예상해볼 수 있는 건데, 지난해까지 우리 1인당 GDP 2만8천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단계에서 '누구 때문에 못하고 있다.' 탓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는 거죠.

[앵커]

그런데 저 나라들이 3만 달러를 달성하기까지의 시간이 평균 10.3년이라는 것이지, 나라마다 경제사정이 다를 수 있으니까, 더 빨리 간 곳도 있고 늦게 간 곳도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 더 빠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올 순 있는데요.

룩셈부르크의 경우 1인당 GDP가 2만에서 3만 달러가 되는데 3년밖에 안 걸렸고, 일본은 6년이었습니다.

룩셈부르크는 세계 최고소득 국가니까 논외로 볼 수 있고, 일본은 80년대 말 엔고에 힘입어 속도가 빨랐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미국은 10년 걸렸고 핀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16년이 걸렸습니다.

LG경제연구원에서 2007년 당시의 경제 상황을 유지한다면 한국의 3만 달러 돌파 시점을 2015년으로 봤는데, 일단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 2만 달러니, 3만 달러니 하는 수치는 사실은 환율 변동에 따라서 크게 바뀌기 때문에. 글로벌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3만 달러 달성 시점이 많이 늦어진 것 같고, 금융위기 이후에 우리 성장 활력 자체도 한 단계 떨어지면서 3만 달러 달성을 더 어렵게 하는 흐름으로 작용했던 것 같고요.]

[앵커]

노조 문제라기보다는 환율과 성장동력 부분을 언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도 2만 달러 시대에서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한 게 있는데요.

앞서 3만 달러를 넘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그 시기에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가계부채도 떨어졌지만, 한국은 오히려 소비가 줄고 부채도 느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지금 가계부채 엄청나죠.

[기자]

네, 한국 경제에서 노사 문제도 중요한 이슈지만 전적으로 이 때문에 3만불 시대가 발목 잡혔다고 말하긴 힘든 대목인 거죠.

두 번째 짚어볼 것은 "CNN에 연일 쇠파이프로 경찰 때리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부분입니다.

[앵커]

실제로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가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과거엔 그랬는데, 최근에도 그런가 한번 짚어볼 부분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CNN에서 그런 장면이 최근 보도된 게 있었는지 홈페이지와 구글을 통해 검색해봤는데 2009년 7월 쌍용차 사태 이후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앵커]

6년 전에 나오고 그 이후엔 안 나왔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래서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CNN 미국 애틀랜타 본사에 있는 국제 뉴스소스 서비스팀에 연락해 '한국 노조가 공권력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된 보도 내역을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다각도로 알아봤군요) 쌍용차 이후로는 '방송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물론 찾는 과정에서 누락된 게 있을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대로 연일 방송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물론 김무성 대표는 CNN을 예로 들어 얘기했으니까 CNN에 직접 확인해본 것이고. 그렇다면 CNN 말고 다른 곳에서 보도된 적이 있는 건 아닐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아무튼, CNN을 예로 들었으니 저희가 파악해본 것이고요. 강성 노조 문제가 대외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는 얘기를 하려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쌍용차 사태가 한창이던 2009년, 전경련이 한 설문조사에서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상당수가 노조를 지목하는 응답이 있기는 했습니다.

[앵커]

그때는 쌍용차 사태가 굉장히 큰 사회문제가 됐을 때니까 저런 답변이 나올 수도 있는데… 지금 이 그래프에는 반전이 하나 있는데요. 그 당시 1위가 국회와 정치권이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3위가 정부이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니까 이렇게 노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과연 지금도 그럴 것이냐.

2013년 코트라가 외국인 대상으로 한 설문이 있는데 '한국 투자 시 가장 우려하는 요인이 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사업 용이성이나 정부 규제 및 투명성, 정치적 안정성을 우선 꼽았고, 노사 관계가 우려된다는 답은 네 번째였습니다. 그러면 노사 문제에선 근로자의 외국어 능력, 해고 경직성, 임금 등을 우선 꼽았고 노조 관련 이슈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노조 문제 말고도 외국인들이 우려하는 요인들은 따로 더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우리가 계속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야기하는 것은, 그게 이른바 선진국 진입 문턱에 있느냐 아니냐를 따지기 위한 기준이 되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앞서 보셨던 전경련 설문조사에서도 '언제가 선진국 진입이냐'를 물었더니, 우리 국민들이 '3만 달러'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세계적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진국과 다른 나라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라면서 대표적인 '저 신뢰 국가'로 한국을 꼽았습니다.

어느 시점에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선진국 진입이란 문제는 별개라는 이 이야기 잘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앵커]

오늘도 팩트체크가 왜 존재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김필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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