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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공식]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

입력 2015-08-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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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시청자, 둘째도 시청자. 무한도전이 초심을 다잡으며 말버릇처럼 다짐하는 그 중심에는 늘 시청자가 있었다. 이번 평창 가요제를 보며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라는 문제에는 당연히 시청자를 위한 가요제였고, 시청자를 위한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공식에 의거한 답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가요제는 무수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시청자가 소외된 가요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IS공식]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사진 MBC


과정1. 도전의 주체가 '멤버'였는가, 초대받은 '가수'였는가
무한도전이라는 간판 아래 여섯 멤버들이 한 가지 주제에 도전하는 모습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다. 예능프로그램의 본령에 따라 무한도전이 도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청자를 웃기기 위한' 도전이다. 그러나 가요제, 달력 등 몇몇의 포맷이 반복되면서 프로그램은 진화되는데도 소재의 측면에선 정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진화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바람과 가요제라는 정체된 포맷에서 한결같은 즐거움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최고의 무대와 최고의 공연을 선사해야 하는 의무감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무한도전을 압박하는 요소가 되어 초대받아 출연하는 가수들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은 무도를 도와주러 온 게스트들에 대한 예의가 분명 아닐 것이다.

[IS공식]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


그런데 이것이 또 되풀이됐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각각 박진영과 아이유에게 '빠른 박자의 댄스 음악'을 요구하는가 하면 정형돈은 혁오와 음악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갈라서자고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는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가요제를 치렀던 '을'의 입장인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갑'의 낯선 모습이다. 결국 멤버가 아닌 가수들의 무한도전이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과정2. 성공적 축제에 찬물 끼얹은 '네 전화번호'와 '쓰레기'
자이언티는 공연 당일 자신의 전화번호를 노출했다. 공연을 즐기는 팬들을 위한 유쾌한 이벤트였던 셈이다. 기획과 의도는 순수했겠지만 난감한 사건이 터졌다. 자이언티의 전화번호를 잘못 안 사람들이 엉뚱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관도 없는 일반인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잘못 건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만 자이언티의 이 같은 행동도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연예인들의 연락처는 대중들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특별한 이벤트였다 한들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해야 마땅했다.

[IS공식]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


성공적인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유재석과 이적의 노래 '말하는 대로'가 아닌 '쓰레기 대로'였다. 4만여 명이 운집한 평창 알펜시아는 진입로부터 공연장까지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았다. 공연을 즐긴 팬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몫은 팬들이 아닌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물론 이 역시 무한도전의 책임이 아니며 쓰레기를 무책임하게 버리고 돌아간 무질서한 관객들에게 일차 책임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부르짖기에는 작년 이맘때 광화문에서 열린 교황의 시복식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100만명이 모인 자리에는 쓰레기가 드물었으며 큰 사고 한번 없이 마무리됐다. 교황보다야 파급력은 적겠지만, 국내 최고 예능이라는 무한도전의 이름으로 개최된 행사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데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김태호PD는 책임에 통감하며 "무도가 다 치우고 갈 것"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IS공식] 누구를 위한 가요제였고, 무엇을 위한 무한도전이었나


해답. 과연 '초심'밖에 답이 없나
2015년 가요제는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의 5대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충족시키려 완벽한 무대와 최선을 다하는 공연을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만사 고민을 무한도전이 짊어지고 가야 할 이유가 없듯이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무한도전이 만족시켜야 할 이유도 없다. 초창기부터 지켜봐온 시청자들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서 펼쳐졌던 소소한 가요제의 모습을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명실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이 된 '무한도전'에 초심을 부르짖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대한민국 하위 2%에서 대한민국 상위 2%가 된 무한도전,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했던 그 당시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멀리 돌아오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달라"는 주문은 초창기부터 시청한 시청자가 아닌, 나중에 유입된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반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으로 남게 된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 된 무한도전, 그 무거운 수식어를 쓰려면 그 파급력에 대한 책임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대표'를 위한 도전인가, '시청자'를 위한 도전인가를 되물어야 할 상황이다. 잃어버린 10년 전의 초심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시청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온라인팀=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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