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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전문의 없는 '성형마취'…수술방 사고도 빈번

입력 2015-06-24 21:46 수정 2015-06-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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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번 주부터 방학에 들어갔는데요. 요즘은 여름방학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취업 면접용 성형수술을 많이들 한다고 합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들이 그야말로 대목을 맞고 있는 것 같은데,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성형수술로 여름 휴가철이 북적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형수술 중 마취 사고문제. 심각하다는 것은 사실 한두 해 걸친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더군요. 오늘(24일) 탐사플러스는 수술 중 마취 사고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여름 휴가철 이른바 '성형 시즌'을 맞아 서울 강남 성형외과들이 본격적인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취재진은 수면 마취를 자주 하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10여 곳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수술 상담을 하면서 마취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병원 측은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수면마취는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것과 같다며 안심시킵니다.

[A성형외과 상담원 : 수면마취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마취 전문의가 필요 없는 정말 간단한 수술이에요. 편안하게 주무시고 계시면 끝나거든요]

마취과 전문의를 원장으로 두고 있다는 다른 성형외과도 마찬가지입니다.

[B성형외과 상담원 : (수술해 주시는 원장 선생님이 마취도 해주시는 거예요?) 네 마취도 다 해주시는 거고. 하루에도 몇천, 몇만 건을 다 할 거 아니에요. 그런 분들이 다 잘못되는 건 아니잖아요.]

병원은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와는 다릅니다.

마취 전문의 중 일부는 주변 병원 몇 곳을 묶어 수술방을 옮겨 다니며 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성진 교수/여의도 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보더라도 마취를 그 선생님이 시작하고 끝내면 전혀 문제 되는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이름만 넣어놓고 실제로는 수술하는 사람이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면 환자는 위험해질 수 있죠.]

1년 전인 지난해 4월, 성형외과 의사들이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사망 사고가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당시 성형외과 의사들은 일부 병원의 과도한 마취제 사용 등을 이례적으로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마취과 전문의를 상주하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내놨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20대 여성이 유방확대수술을 받던 중 심정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프로포폴 과다 투여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5년간 발생한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전체 마취 관련 의료분쟁으로 보고된 105건 가운데 82건에서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한해 16명꼴입니다.

소송 등 의료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만 집계한 것이고 실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수면마취에서도 사망이나 뇌손상 같은 치명적인 사고 비율이 높았습니다.

수면마취 관련 사고로 보고된 39건 중 30건이 사망으로 이어졌고, 6명은 뇌손상 등 심각한 장애를 입었습니다.

수면마취 사고 10건 가운데 9건은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진이 마취를 한 경우였습니다.

수술 집도의가 마취와 수술을 동시에 하다 보니 환자 관찰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사고 이유로 지목됩니다.

[김덕경 교수/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프로포폴 진정 수면마취는 최소한 시술, 수술하는 사람 외에 독립적인 사람에 의해서 시술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고 그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면 가장 안전하겠죠.]

마취로 인한 사고는 성형외과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에서 비 마취과 전문의의 마취 비율 역시 높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된 전국 병의원의 진료내역을 분석해봤더니 마취 전문의 없이 행해진 전신마취는 전체 수술의 절반이 넘는 2만 6000여 건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당해 접합수술을 받은 손영준 씨는 전신마취를 하던 중 심정지가 왔습니다.

[손상현/손영준 씨 아버지 : 아이가 나왔는데 눈이 다 뒤집어졌어요. 숨을 막 몰아쉬고요. 그런 아이를 갖다가 부분마취를 하다가 전신마취로 돌리고…]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취과 과장에게 선택진료를 신청했지만 실제 영준 씨를 마취한 의사는 레지던트 1년 차였습니다.

[손상현/손영준 씨 아버지 : 교수님이 (마취) 하신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일요일에 누가 나와서 하냐고 연락도 못 받았다고. 자기가 한 게 아니고 ○선생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뇌손상으로 100일 아이의 지능을 갖게 된 손씨는 9년째 병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취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마취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를 따르는 병원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병원 수술방에서 '위험한 마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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