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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먹거리로 메르스를 잡는다"…가능할까?

입력 2015-06-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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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료법이 없다고 하니까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더 계속 나오는 것 같습니다. 2주 전에도 팩트체크에서 김치나 마늘이 메르스 예방과 별 상관없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는데, 또 새로운 예방법이 인터넷과 SNS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17일) 팩트체크에서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저도 문자로 받은 것 같습니다. 양파가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 상당히 많이 퍼져나간 것 같네요?

[기자]

그동안 무슨 음식이 먹으면 면역력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엔 특이하게 먹는 게 아니라 양파를 주변에 놔두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SNS상으로 '방에 5개씩 물러질 때까지 놔두면 효과 있다' '사무실 책상마다 3개씩 놨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출처가 어딜까 찾아봤더니 '영국 전역에 독감환자가 급증한 적이 있는데, 우연히 양파 한 포대를 집안에 보관한 집에서만 환자가 없었다. 나중에 분석해보니 양파에 악성 바이러스를 붙잡는 포집능력이 있더라'는 인터넷글이었습니다.

[앵커]

어려운 얘기도 많이 나오네요. 포집능력 등등 이런 게 있는 걸 봐서는 그럴듯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전혀 근거가 없습니까?

[기자]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원이 상당히 오래됐는데, 14세기 유럽 흑사병 창궐 당시 양파의 강한 향이 병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게 1918년 유럽에 스페인독감이 퍼졌을 때까지 이어져 당시 미국의 한 신문에선 양파를 얇게 썰어 놓아두는 게 독감 막는 비법이라고까지 소개했습니다. 이게 사실일까 여러 의사에게 물었는데, 답은 하나였습니다. 들어보시죠.

[강재헌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 전혀 근거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바이러스가 양파에 흡수된다는 근거도 없지만 현재 바이러스가 공기에 떠다니면서 감염되는 게 아니거든요, 메르스는. 그런데 어떻게 떠다니지도 않는 게 흡수가 된다는 것도 웃기고 흡수가 돼서 예방이 된다는 것도 웃기잖아요.]

[앵커]

너무 확실하게 말씀하시니까 약간의 반감도 생기려고 하는데…

[기자]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닌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혹시 또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 같은 것은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번 외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해 봤는데요.

하지만 2013년 아이오와주립대 맥도널드 교수는 "양파가 박테리아를 흡수하지 않는다. 밖에 내놨을 때 검게 되는 건 썩어서 그런 거다.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병 예방까진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앵커]

아까 강재헌 교수 말씀이 그러니까 괜히 한 얘기가 아니라 이거저거 다 종합해서 과학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군요. (맞습니다.) 그런데 일단 양파를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이분도 하기는 했네요.

[기자]

실제 양파 추출물이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실험결과가 있긴 한데, 직접 먹어서 효과를 보려면 밥 대신 양파 열 포대를 먹어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였습니다.

이어서 또 다른 속설은 바로 이 사진입니다.

[앵커]

운동장에 소금을 뿌리는 그런 모습이죠. 실제로 있었던 일이군요, 이렇게 사진이 나온 걸 보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과연 이것도 통하는 얘기냐? 궁금하군요.

[기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취했다라고 매체들이 보도를 했는데요.

검증되진 않았지만 천일염이 건강에 좋고, 세균도 잡아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심지어 천일염에서 나오는 미네랄과 음이온이 면역력 강화, 특히 메르스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서 '솔트힐링'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운동장에 소금 뿌리는 게 도움되겠다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운동장에 소금 뿌리는 것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떨까요?

[기자]

실제 위생적인 효과도 있는 건지, 역시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정재훈 약사/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 그런 운동장의 흙에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도 거의 전무하지만, 그런 데다 그런 걸 뿌린다고 해서 거기 있는 세균이 다 죽거나 그럴 가능성도 만무하죠. 그건 어떤 매뉴얼에 나와 있는 살균소독 방법도 아니고…]

운동장에 소금을 뿌려서 먼지를 덜 나게 하거나 물이 잘 빠지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바이러스 예방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게 거의 모든 전문가들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보조식품들도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비타민C를 많이 먹으라고 하죠, 면역력에 도움이 되니까. 그래도 그런 건 일리가 있는 거 아닐까요?

[기자]

민감한 부분이긴 한데, 한 의대 교수가 "비타민C는 감기를 포함한 거의 모든 감염증에 예방 효과가 있다. 초기 단계에는 치료 효과도 있다"고 한 이야기를 두고 비타민C가 메르스 예방에 좋을 거라는 기사가 많이 나갔는데,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진 의사들도 많았습니다. 들어보시죠.

[강희철 교수/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정말 100% 거짓말입니까' 물어보면 99%는 거짓말이에요. 1%는 가능성이 있어요. 내가 감기 걸렸을 때 비타민C를 먹으면 조금 빨리 낫는다, 조금 덜 걸리더라 하는 논문이 수백개가 있는데 그중에 몇 개는 의미가 있고 나머지는 의미가 없게 나왔어요. 그래서 결론은 의미 없다…]

게다가 감기와 메르스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비타민C가 확실한 메르스 대처법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앵커]

비타민C를 둘러싼 논란은 참 여전하군요. 그래도 하여간 비타민C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먹기는 먹어야 되겠고, 그런 생각은 또 한편으로 하긴 합니다. 그런데 메르스 방역력은 우리 강 교수님 말에 따르면 많은 논문들 다 살펴봤을 때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군요. 그러면 좋다는 음식은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다른 건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저도 궁금해서 좀 다른 거, 확실한 건 없을까. 그 부분도 마저 물어봤는데요. 이어서 들어보시죠.

[강희철 교수/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면역력을 높여주는 물질이 수만 개예요. 아무 음식이나 대봐요. 토마토, 사과, 비타민C, 다 하면 수만 개예요, 수만 개. 지금 봐요, 들은 것만 해도 수만 개일 텐데… 수만 분의 일, 그만큼 (면역력을) 높여주는 거예요.]

좋은 음식 먹으면 그만큼만 좋은 거란 이야기인데, 또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한 게 "정보가 부족하고 신뢰가 없으니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다. 신뢰 회복이 안 되면 또 다른 채소, 또 다른 메르스 특효법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림 보니까 다 모아놨네요. 그런데 별로 소용은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였군요.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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