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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심상찮다, 올 봄…'황색폭풍' 발원지 가봤더니

입력 2015-03-23 21:42 수정 2015-03-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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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내내 전국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가 덮쳤습니다.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든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문제는 기분 나쁜 정도로 그치는게 아니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올 봄에는 중국 북서부와 특히 몽골 내륙에서 시작된 황사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대형 황사가 밀려올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저희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황사의 발원지인 몽골과 중국에서 황사의 원인과 심각성을 심층 취재해봤는데, 정말 걱정이 앞섭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사흘 전, 몽골 고비사막 지역입니다.

강한 바람이 불 때마다 짙은 모래바람이 사막 위 수 미터 높이까지 치솟습니다.

몽골어로 거친 땅을 뜻하는 고비는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의 절반 가량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종일 매서운 바람이 부는 이곳은 뿌리가 수미터까지 자라는 식물들만 살 수 있습니다.

사막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가뭄까지 겹쳐 물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소와 염소, 말 2백여 마리를 키우는 하우가 씨는 최근 우물을 옮겨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하수의 수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있는 유목민들은 다른 우물을 찾아 떠났습니다.

[하우가/몽골 유목민 : 이제 여기 우물 주변에는 다른 가족들이 안 옵니다.]

얼마 안 되는 물을 퍼올려보지만 시커먼 흙탕물만 올라옵니다.

[하우가/몽골 유목민 : 한 번에 물 줄 때 다 먹지 않고 반만 먹고 이틀 있다 반 또 먹습니다. 물이 자꾸 떨어져서 힘듭니다.]

울란바토르로부터 6백여 킬로미터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몽골 최남단 자민우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은 오래 전엔 초원이었습니다.

지금은 도시 안에서도 모래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담벼락마다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어른 키만큼 쌓여 있고 모래먼지는 바람을 타고 도시 중심부로 끊임없이 몰려듭니다.

지난 겨울부터 나타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이곳엔 4월까지도 큰 눈이 종종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군데군데 눈으로 덮여있었어야 하는 땅이 대부분 바짝 말라서 허옇게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3월에 더 많은 모래폭풍과 황사가 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대형 화물차를 앞에다 세워놓아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어뜨치멕/몽골 주민 : 모래바람 많이 불어 모래가 자꾸 들어와요. 주민들이 벽돌로 집 만들고 있어요.]

몽골 종단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짝 마른 호수가 자주 눈에 띕니다.

염분이 많은 몽골 호수의 특성상 호수가 있던 자리엔 하얀 소금기가 남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형 호수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소형 호수까지, 모두 유목민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몽골에서 물이 마른 호수는 천백여 개입니다. 강은 8백여 개, 우물은 2천여 개가 사라졌습니다.

사막은 남쪽 고비 지역에서 북으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몽골 전 국토의 40%는 이미 사막이고, 90%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아디야수뎅/몽골 에코아시아대학 총장 : 현재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이 남쪽의 사막지대가 아니고 이곳 초원지대라 문제입니다.]

몽골의 사막화는 온난화 영향 때문입니다.

몽골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낮 기온은 영하 9도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17도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사막화가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0년 조사를 벌여 몽골 사막화의 80퍼센트는 인간의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도한 목축이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겁니다.

몽골에서 가축 수는 30년 사이 천만 마리에서 4천5백만 마리로 급증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탓에 가축이 더 늘어날 것으로 몽골 정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담딩/몽골 농업대학 교수 : 봄이 되면 가축들이 늘어나지 않습니까. 가축 수가 늘어날수록 사막화가 더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의 광산 개발 역시 물을 대량으로 소비해 사막화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급속한 사막화는 모래폭풍으로 이어집니다.

강한 저기압과 바람이 만날 때 생기는 모래폭풍 때문에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가축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몽골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6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래폭풍 관측 횟수는 3배 증가했습니다.

주민들의 걱정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르뜨빌릭/몽골 주민 : 설날인 (지난달) 23일에 모래바람이 갑자기 나왔는데 그때 기온이 영하 18도에서 20도 된 것 같아요. 눈이 없어서 모래바람 많이 왔어요.]

한국의 황사 발생 일수가 지난 20년 간 증가한 것과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환경난민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로 외곽엔 게르와 무허가 건축물로 가득찬 거대한 달동네가 산을 뒤덮고 있습니다.

제 뒤로 펼쳐진 게르 지역은 몽골 사막화의 영향으로 생긴 사회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 년 간 급속도로 팽창하며 울란바토르 시내보다도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몽골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유목민들이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몽골 정부의 대처 능력이 확산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있습니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조림사업은 지지부진합니다.

2035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그린 월 프로젝트, 3700킬로미터 구간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몽골 정부는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최수천 단장/산림청 그린벨트 사업단 : 여러 가지 광물 자원의 가격이 하락되면서 몽골 정부가 어려운 형편이에요. 재정 형편이. 그러다 보니 산림 분야의 투자 액수는 크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몽골과 공동 프로젝트로 시작한 그린벨트 사업도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목표의 절반만 겨우 넘긴 상태입니다.

NGO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나무심기의 경우도 일부를 제외하곤 고사율이 매우 높습니다.

급격한 사막화로 인한 피해는 몽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동북아시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신철/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 미세먼지라든가, 심각한 형태, 인간에게 치명적인 성분이 되기 때문에 환경 문제는 국가 경계를 넘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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