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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갯벌' 잡는 싹쓸이 칠게잡이…불법 현장

입력 2015-02-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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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해안 갯벌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칠게가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파이프 관을 통한 싹쓸이식 칠게 포획이 난무하면서 생태계 파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칠게를 잡은 뒤 방치해둔 어구들은 제2, 제3의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이 판치는 칠게 조업 현장을 이가혁 기자가 밀착카메라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는 인천 영종도 남단의 서해안 갯벌에 나와 있습니다.

세계 5대 갯벌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바로 그곳입니다.

그런데 뒤에 보시는 것처럼 불법 칠게잡이 어구가 길게는 10년 넘게 계속해서 방치돼 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가서 그 실태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수년 전 단속이 이루어져서 버려진 어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뒤에 보시는 것처럼 한 300m 정도 되는 구간에 수십 개의 pvc관이 그대로 꽂혀 있습니다.

갯벌에 녹지도 않는 pvc관이 아직까지도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통을 보시면, 조업을 못하게 단속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잡힌 칠게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단속 이후에 어구가 이렇게 그대로 방치되다 보니깐 칠게는 계속해서 잡힐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장정구/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PVC 관은) 자연분해가 안 되죠. 이것이 수거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수거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도 여전히 계속 칠게가 빠지고 있고…]

맨손이나 1인용 투망이 아닌 PVC관을 이용한 싹쓸이식 조업은 수산업법상 명백한 불법입니다.

이곳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이 불법조업을 우려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이쪽을 보시죠.

이 안에 잡혀있는 칠게를 보면 이렇게 비교적 큰 크기의 칠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시면 작은 어린 칠게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어구와 정상적인 조업이었다면 이 작은 것들은 걸러내졌겠지만, 이렇게 이 통로를 지나는 PVC로 무조건 칠게가 빠져서 이곳에 모이다 보니까 작은 어린 칠게까지 씨를 말리는 방식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취재진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불법 칠게잡이가 목격됐다는 또 다른 지점으로 가봤습니다.

육지에서 500m 정도 바닷가로 걸어들어왔습니다.

제 옆으로 보시는 것처럼 플라스틱 통이 수십 개가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칠게가 씨가 말라간다고까지 말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 플라스틱 통 앞에 설치된 그물망입니다.

게들의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인데, 칠게뿐만 아니라 밤게나 다른 철새 그리고 물고기들까지 걸려서 죽는 경우가 많아서 이곳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갯벌 깊숙이 들어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방금 제가 서 있던 지점에서 200m 정도 더 바다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제 양옆으로 좀 비춰주시면, 2km에서 3km 정도로 돼 보이는 그런 길이로 불법 칠게잡이 어구가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수천 개 정도 돼 보이는 플라스틱 통이 있고 또 그 앞으로는 그물망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제 발밑에는 설치하고 남은 것으로 보이는 pvc관이 이렇게 있는데요. 이런 1m가 조금 넘어 보이는 pvc관입니다.

이 2~3km정도 되는 이 구간에 몇천 개가 박혀 있는지 셀 수가 없다고 환경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장정구/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PVC 파이프 길이로만 따지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PVC 파이프가 인천대교 인근 갯벌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칠게는 갯벌에서 가장 흔하지만 그만큼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버팀목입니다.

[인근 어민 : 바다 생태계가 죽잖아요. 그것들이 구멍을 뚫어서 산소 공급을 하는데 그 게를 다 잡아가면 펄에 그냥 묻히니까 펄 속에 산소 공급이 안 되잖아요.]

이렇게 잡힌 칠게는 주로 낙지잡이 미끼나 반찬용으로 킬로당 3~4000원에 팔립니다.

대부분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온 전문 업자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경찰이 이렇게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불법 칠게잡이 자체가 넓은 갯벌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조업을 다 포착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김산호/인천해양경비안전서 형사계 반장 :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만 봐도 상당한 거리거든요. 우리 직원들이 이쪽에 나와서 활동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갯벌에 설치된 불법 어구에 대해선 제대로 제거 작업이 이뤼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비교적 값싼 PVC관과 플라스틱 양동이만 있으면 불법 조업이 가능한 탓에 지금도 곳곳에서 불법 칠게잡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근 어민 : 그 사람들 벌금 내고 나면 또 하고 또 하고. 벌금 낸 사람들 꽤 많을 거예요. 벌금 내봤자 하루 잡은 것만큼만 내면 되는 벌금인데요.]

당장 철거도 쉽지 않습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 : (철거가) 쉽지 않죠. 다 펄이고 또 예산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쪽(인천 중구청)에서도 불법 어구 같은 것을 자기네들이 행정대집행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안성근/인천광역시 중구청 해양수산팀 : (철거 관련) 사업비가 해수부 산하 기관으로 내려가다 보니까 지금은 (철거 사업) 주도 자체가 그 기관으로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싹쓸이식 칠게 조업과 불법 어구들이 수년째 갯벌 위에 남아 있습니다. 예산 부족, 인력 부족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더 늦어지면,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보다 더 늦어진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쓰더라도 갯벌을 다시 되살릴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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