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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복지 과잉' 논란…한국, 그리스처럼 될까?

입력 2015-02-09 22:11 수정 2015-02-0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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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리스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김 대표가 아니더라도 그리스 얘기는 많이 나오죠.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그리스의 예를 들어 과잉복지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인데요, 오늘(9일) 팩트체크에서는 그리스는 과연 복지 때문에 국민성이 나태해진 건지, 우리에게 시사점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일단 최근의 증세 논란과 맞물려 복지를 과도하게 늘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낸 건 맞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겁니다.

요지를 다시 말씀드리면 "과잉 복지로 그리스 국민이 나태해졌고,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부정부패로 나라 재정은 엉망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틀 후 기업가들의 단체죠, 한국경영자총협회 강연에서도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과잉 복지에 대한 경고를 한 겁니다.

[앵커]

한 번 발언했던 것은 아니군요. 그전에도 비슷한 발언이 있었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얘기를 그리스 국민들이 들으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우리에게 '당신들 민족은 좀 게을러'라고 하면 기분이 안 좋을 텐데… 정말로 그리스 국민들이 나태하거나 게으르냐,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사실이어도 서운하고 기분 나쁜 부분 있을 텐데,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어서 더 서운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죠,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에 대해 들리는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닌 게 많다"는 건데 특히 크루그먼은 "그리스인들이 게으르지 않다"면서 "유럽에서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한다"고 변호했습니다. 또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을 따져봐도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많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이야기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이야기하고는 정 반대되는 얘기네요?

[기자]

일단 발언상으로 보면 그렇고요, 숫자로 따져 보면 크루그먼 교수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글로벌 위기 직전인 2007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지출, 즉 한 나라가 복지에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가를 볼 때 가장 자주 쓰는 지표인데요, 이게 21%, OECD 평균에 못 미칩니다. 스웨덴이나 독일에 비해 많지 않은 수준이죠.

또 같은 해 기준으로 그리스인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을 봤더니, 2037시간입니다. OECD 국가들 중 4위고, 유럽국가 중엔 유일하게 2000시간 이상 일하는 나라였습니다.

쓸데없이 오래 일하니까 결국 게으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1등이 누군지 살펴보면, 바로 한국입니다.

[앵커]

지난번에 저희가 보도해드렸습니다마는, GDP 대비 복지 비용은 거의 최하위인데, 근로 시간은 1위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들 오래 일한다고 게으르다고 볼 수 없지 않습니까. 물론 통계상에 변수가 있고, 경제적·문화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무작정 게으르다고 말하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크루그먼을 포함해 경제학자들이 보는 그리스 위기 원인은 뭡니까?

[기자]

대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먼저 한 국내 경제학자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유철규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 그리스하고 독일하고 통합을 시켜놨거든요. 그리스는 산업이 아무것도 없어요. 독일은 제조업의 아주 세계 최강국이고. 그걸 동일 환율로, 같은 통화로 확 쳐놨거든요. 경제를 한꺼번에 통합하면서 환율은 제조업이 있는 나라에 유리해졌어요. 제조업이 없는 나라는 살길이 없게 된 거죠.]

[앵커]

사실 그리스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물론 관광이 다는 아니지만…

[기자]

네, 맞습니다. 그런 산업 구조 면에서도 짚어볼 게 있는 것이고요. 또 크루그먼 교수도 유철규 교수와 같은 결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비난받을 대상은 바로 유로다" 이렇게 이야기한 겁니다.

잘사는 북유럽과 못사는 남유럽이 한 경제권으로 편입되면서 같은 화폐를 쓰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리스도 돈을 꿀 때 거의 독일 수준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 결과 많은 돈이 그리스로 들어왔고 특별한 산업 기반이 없다 보니 부동산 같은 곳에 자금이 몰려 거품이 낀 거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터지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환율정책마저 독자적으로 쓸 수 없으니 위기 극복도 더 힘들어진 겁니다.

[앵커]

경제적인 환경도 문제지만, 그리스 정치권의 무능도 많이 얘기되죠?

[기자]

위기 당시 그리스의 현직 의원이 국내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레나 드루/제1야당 시리자 EU재정담당 부대표 (2012년 10월 2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 : (흔히 그리스의 복지가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그것이 재정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데 그건 혹시 동의하십니까?)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그리스 정치인들은 외채를 들여와서도 정상적인 국가발전, 즉 농업부문이라든지 생산부문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결국 그것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앵커]

국내 매체가 접니까? (네.) 2012년, 현지 취재에서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기자]

복지 과잉이 결코 아니다, 그러면서 한 이야기가 정치인들이 들여온 빚을 공무원 연금 주는 이런 데 잘못 썼고, 인기에 영합해 탈세 방조하고, 매 정권마다 자기 사람 심어서 공무원 수 늘린 것…그리스인들도 인정하는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앵커]

제가 그때 가서 들은 이야기중 기억에 남는 것은 국회의원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 수가 는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국회의원이 되면 공무원을 또 채용하고, 그 사람은 나중에 정리해고라든지 그런 게 전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 늘어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결국 그리스 위기와 관련해서 복지과잉을 국민성과 연결짓고, 또 이것만 가지고 경제위기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런 결론이군요.

[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요즘 복지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는데, "4대강이나 자원개발에 몇십조원 쏟아부은 정부가 무상급식 2조원 아깝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은 가관"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이분께서는 여태까지 그렇게 강한 표현으로 말씀하신 바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대외적으로. 표현을 굉장히 강하게 하셨네요.

[기자]

네, 상당히 원색적인 표현을 써서 저도 좀 놀랐었는데요.

지난해 한국의 GDP대비 복지지출이 10.4%, OECD 국가 중에 꼴찌였고, 이게 25% 수준 되려면 40년 걸린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 볼 때 여러모로 그리스 사례 가지고 한국의 과잉복지를 걱정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참견이라는 생각도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OECD 평균까지 가는데 40년 걸린다는 건가요? (거의 비슷하게 가는 데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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