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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신주 박사 "분노와 열광 감정…당당함으로 극복"

입력 2014-12-31 22:17 수정 2014-12-31 22:42

"독일 파시즘의 분노와 열광…위험한 감정"

"개개인이 당당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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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파시즘의 분노와 열광…위험한 감정"

"개개인이 당당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 후퇴"

[앵커]

이분들이 새해에는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는 허황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최소한 도울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많아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이렇게 올 한해는 그야말로 사건 사고의 연속,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해보다 더 많은 감정들을 느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래서였을까요? 올 한해 독자들이 가장 사랑한 책은, 바로 '감정'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오늘(31일) 그 저자를 잠깐 모셨습니다. 철학자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분이 아닌가… 우리나라 철학자 가운데요. 거리의 철학자라고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돌직구 철학자 라는 수식어도 늘 따라다니는 분입니다.

강신주 박사를 올해의 마지막 대담자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신주/철학자 :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네, 한 1년 됐나요?]

[앵커]

2년 됐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2년 됐나요, 벌써.]

[앵커]

거리의 철학자, 돌직구 철학자, 마음에 드십니까?

[강신주/철학자 :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그냥 고맙게 받는 편이죠, 뭐.]

[앵커]

그렇습니다. 지으신 책 감정수업이 독자들이 뽑은 책 1위로 꼽혔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저도 그것도 한 2주 전인가, 3주 전에 출판사를 통해서 들어서 좀 당황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좀 그랬어요.]

[앵커]

왜 놀라셨습니까?

[강신주/철학자 : 인문책이 읽힌다라는 건 좋은 건 아니에요, 사실은요.]

[앵커]

왜요?

[강신주/철학자 : 왜냐하면…]


[앵커]

요즘 다 인문학으로 돌아가자 그러는데.

[강신주/철학자 : 그러니까 사회나 기타 등등 정치나 이런 걸 못 하니까 사회성원들이 스스로를 돌보려고 결정을 내릴 때 인문학을 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인문학이 발달한 때는 대개 전쟁과 관련될 때, 전쟁이 끝나자마자 소설이나 막 발달하잖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책이 많이 나갔다 해서 인세도 들어오고 주변에서는 좋겠다 이러는데 속으로는 왜 이렇게 그러니까 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가면 의사는 돈을 많이 벌지만 사실 그다지 좋은 건 아니고 우리…]

[앵커]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

[강신주/철학자 : 네, 스스로 돌봐야 한다 이런 거죠.]

[앵커]

인세 얘기를 하셨습니다마는 제가 여쭤보지는 않겠습니다마는 책이 무려 28만부나 나갔다고 그래서요. 요즘 책이 그렇게 안 나가는 세상인데.

[강신주/철학자 : 그건 잘은 모르겠고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뭐 이렇게 대중적인 책이라고 보기 좀 힘들 수 있고 어려운 책인데.]

[앵커]

인간이 느끼는 48가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스피노자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스피노자라는 철학자가 유일하게 인간의 감정을 긍정했던 철학자고요. 대개 철학자들은 감정을 억압하고 눌러야 된다, 그래야 서로 족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뭐 보통 철학자들이 꿈꾸는 사회들을 보면 군대 같은 사회예요. 이등병들은 감정 누르고 살아야 되는. 그런데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감정들이 분출이 돼야 되거든요.]

[앵커]

그렇죠.

[강신주/철학자 : 그러니까 사실 감정수업을 썼을 때는 인문주의자로서 개개인들, 어쨌든 그 감정이 이렇게 발달하게 되면 표현이 자유로워지면 한 사회는 더 민주화되고 자유로워진다라고 보여져요.]

[앵커]

그래서 그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본 우리 한국사회의 올해 가장 대표적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강신주/철학자 : 분노랑 열광 같아요.]

[앵커]

분노와 열광.

[강신주/철학자 : 같은 얘기인데 그러니까 이게 분노라는 건 정의상 뭐냐 하면 내가 아끼는 타인이나 어떤 타인이 해를 당했을 때 그 해를 준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거든요. 그러니까 정확하게. 그런데 그 해를 준 사람이 국가기구라든가 정치하는 사람이다라고 하면 힘이 세잖아요. 그런데 직접 나한테 해를 가하게 되면 우리는 그냥 졸아 있어요, 위축돼 있어요. 그런데 제3자를 이 사람이 공격을 한다, 그러면 당장 내 일은 아니니까 이 사람과 연대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약에 국가나 사회에서 피해를 딱 당하거나 막 이러면 힘든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당하면 그때 분노라는 게 생겨요. 그러니까 분노가 생긴다라는 건 공동체에 대한 느낌은 정확하게 있는 거죠. 그러니까 직접 자기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하거나 모멸감, 뭐 이런 것을 당했을 때 분노는 안 해요, 위축되기 쉬운데. 3자가, 그래서 예를 들면 세월호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에서도…]

[앵커]

최근에는 대한항공 일도 그렇고.

[강신주/철학자 : 네, 뭐 그런 게 이런 거죠.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갔었으면 자기도 쫄았을 텐데 제3자가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화를 낼 수 있는 거죠. 그 하나의 공동체의 계기이고 그런데 그 바닥에는 뭐가 있냐하면 힘 가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그 모멸감을 갖게 행동을 한다라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올해 보면 교황이 왔을 때 우리가 열광하잖아요.]

[앵커]

그래서 아까 분노와 열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강신주/철학자 : 똑같은 거죠. 권위를 제대로 갖춘 누군가가 필요하다라는 느낌을 갖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사실 다 나쁜 거거든요. 그러니까 당당하게 우리가 삶의 주인이고 우리가 대표도 뽑고 우리가 공동체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되는데 우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나쁜 통치자를 만나면 우리는 힘들어요. 그런데 나를 공격하면 나는 저항을 못하는데 세월호나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같이 분노를 해서 터뜨리는 거죠. 뭐 대한항공 사태든. 그러니까 좋은 통치자나 어떤 정치가에 대한 꿈들이 있는 거죠. 지도자에 대한 꿈들. 그럴 때 교황이라는 존재가 갑자기 확 왔을 때 열광하는 거. 그래서 우리 영화도 보면 있을 수 없는 건데 명량 같은 경우가 1000만이 넘는다, 그러면 이순신이라는 캐릭터가…]

[앵커]

1700만이었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그 정도 되나요, 벌써. 그 이순신의 캐릭터가 교황의 캐릭터랑 겹치죠. 그런데 이 모습들이 참 나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당당하게 삶의 주인이다라는 게 아니라 좋은 통치자 있으면 확 쏠리고 나쁜 통치자가 있으면 걔가 조금만 잘못하거나 그러면 막 화내고 그러니까 이걸로 소모가 된다라는…]

[앵커]

제3자에게 자꾸 대입하게 된다는 말씀이죠. 그렇게 말씀을 들었더니 올 한 해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으로는.

[강신주/철학자 : 그러니까 그게 같은 면이고요. 20세기 초에 독일 상황, 경제적 상황이 안 좋고 막 이랬을 때 파시즘적 징후 같은 게 그런 거거든요. 분노, 그 다음에 열광. 그 내년에 좀 우려되는 건 뭐냐 하면 이 분노가 우리 이웃들 사이를 공격하는 쪽으로 갈 수 있어요. 위에 있는 통치나 시스템 자체에 화를 못 내면 옆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거든요.]

[앵커]

안 그래도 지금 자꾸 우리 사회가 갈라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신주/철학자 : 네, 그러니까요. 이게 이 분노와 열광이라는 두 모습이 우리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하고 뭔가 누군가가 우리를 잘 이끌어줬으면 보호해 줬으면.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가 지키거나 보호하지 못하면 아무도 안 도와주는데 그 당당함을 잃어버리게 되면… 지금은 괜찮죠. 지금은 정치권이 이것도 잘못했고 저것도 잘못했고 막 얘기도 하고 어떤 재벌의 어떤 모습에 대해서 욕도 하고 이럴 수는 있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이렇게 해도 변화가 없으면 우리는 우리끼리 공격해서 제3세계 노동자를 공격한다든가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이렇게 산산이 공격할 거예요. 그러니까 초기에 보면 20세기 초에 독일 상황도 비슷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올해가 분노와 열광이라면 나중이 되면 굉장히 잔인하게 좀 변할 수도 있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앵커]

이거 굉장히 걱정스러운 말씀이신데요.

[강신주/철학자 : 역사라는 것이나 책을 보면 지혜로운 사람들은 배우잖아요. 비슷한…]

[앵커]

그러면 그건 어떻게 피해가면 되겠습니까?

[강신주/철학자 : 강해져야 하죠. 스스로의 통제력이고 굉장히 강해져야 하고. 그러니까 이런 식의 공격이죠. 제가 예를 들면 우리 어른들이 그런 얘기하죠. 동네 개 찬다고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네 돌아다니는 개를 찼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금 현재 누군가가 나한테 그 어쨌든 내 자긍심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면 거기서 아주 단호하게 싸우셔야 돼요. 거기서 굽신거리게 되면 애꿎은 나보다 약한 애, 집에 있는 아이들, 약한 사람, 제3세계 노동자, 동네 개를 공격하기 시작할 거예요. 그래서 올해 딱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부당한 경우에는 거기서 전쟁을 이겨야 되지 거기서 물러나게 되면 그 스트레스나 그 어떤 게 있잖아요. 그래서 보통 보면 외부에서 굽신굽신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아주 조용하고 잘 맞춰주는 사람들이 집으로 가면 가정 폭력을 많이 일으켜요.]

[앵커]

안 그런 분들도 계십니다.

[강신주/철학자 : 있기는 있는데 대개 다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내년에는 좀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당한 게 있으면 거기서 물러나지 말고 이건 부당하다라는 얘기를 당당하게 하지 않으면…]

[앵커]

그걸 그런데 구조 속에서 개인이 그걸 감당하기가 참 어렵지 않습니까?

[강신주/철학자 : 아니요, 그건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래요. 한 번만 해 보면 별게 아닌데 한 번이 힘들어요.]

[강신주/철학자 : 한 번 했다가 크게 손해 보는 경우가 가끔 있지 않습니까?

[강신주/철학자 : 크게 손해보는 경우 없어요. 대개 보면 손해 본다라는 사람, 했던 사람들이 우리가 봤을 때 손해라고 보이지만 그분들 만나보면 뭐라고 그러는데요, 다. 괜찮아, 별 거 아니야 이래요. 그런데 옆에서 보면…]

[앵커]

정작 겪고 나면 본인은 별거 아닐 수 있다?

[강신주/철학자 : 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번지점프 뛰어내리는데 힘들잖아요. 처음에 뚝 뛰어내린 사람은 별거 아닌데 옆 사람이 보면 무서워 이런다고요. 그러니까 이걸 좀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뭘 두려워하느냐 하면 해 보지 않은 걸 두려워한다, 그러니까 내년이 딱 시작하면 당당한 자세로 한 번만 안 물러나면 돼요. 아주 쉬워요, 그다음서부터, 그런 것 같아요.]

[앵커]

머릿속에서 굉장히 많은 반론을 찾아내려고 제가 지금 노력 중에 있는데요. 워낙 늘 말씀하셨듯이 그렇게 많은 이해와 함께 자신 있게 말씀을 하시니까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참 모르겠습니다.

[강신주/철학자 : 그런데 그건 중요한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아까도 얘기를 했지만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민주주의라는 건 누가 주는 게 아니라 개개인들이 주인으로 딱 섰을 때 간신히 유지되는 체제인데 우리가 매 생활 도처에 주인으로서 당당함을 잃어버리게 되면 우리의 약한 모습 속에 오만 권력들과 아마 그런 것들이 올 거니까 내년에는 좀 그런 모습을 변질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앵커]

오늘 사실은 좀 다른 얘기들도 더 하려고 했는데요. 이게 굉장히 강력한 주제로 떠올라서 저희가 얘기 나누는 바람에 다른 얘기는 너무 부수적인 얘기가 될 것 같아서 다른 질문은 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시간도 다 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풀어진 상태에서 얘기 나눴으면 좋겠네요.

[강신주/철학자 : 네, 그런데 아까 얘기했던 걸 조금 한 번 더 반복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올해가 분노와 열광, 지도자나 누구에 대해서 그런 해였는데 이것이 변할 조짐이 안 보이면 그리고 변하려는 노력을 우리가 안 하면 우리 이웃들끼리 공격하기 쉽다, 그래서 올해는 그걸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감히 비관적 예측이라고까지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내일이 새해인데 그렇게 얘기해 놓고 끝내기는 그러니까요. 다만 아까 말씀하신 그 치유책 혹은 대응책 이런 것들 더 무게를 둬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강신주/철학자 : 고맙습니다.]

[앵커]

철학자 강신주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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