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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로 세상을 꾸짖은 '찰리 채플린', 그의 웃음 뒤에는…

입력 2014-12-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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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크리스마스인 오늘(25일)은 37년 전 찰리 채플린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합니다. 흑백 영화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콧수염 신사를 떠올리시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풍자를 통해 부조리에 맞서며 세상을 바꾸려했던 찰리채플린을 정아람 기자와 함께 추억해보시죠.

[기자]

이른 아침, 수많은 사람들이 공장에 도착합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하루 종일 기계 부품을 조립합니다.

나사를 조이는 주인공 찰리 채플린, 컨베이어가 어찌나 빠른지 가려운 데를 긁을 여유나 날아드는 벌레를 쫓을 여유는커녕,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버립니다.

한숨 돌리려고 작업장을 조금만 벗어나도 곧장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이봐! 당장 작업장으로 돌아가!"

신경쇠약에 걸린 채플린,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조이려 달려들다 결국은 해고를 당합니다.

방금 보신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는 1936년 개봉했습니다.

7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요즘 우리들의 삶과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정덕현/문화평론가 : 먹고 사는 문제가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이라 노동자가 처한 상황이 그 시대만 머무는 게 아니라 시대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거죠.]

채플린 하면 중절모와 콧수염, 헐렁한 바지에 커다란 구두의 떠돌이 신사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마냥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지만, 그가 전달하려 한 건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습니다.

1921년 첫 장편영화 '키드'에선 가난한 이들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고발했고, 1957년 작품 '뉴욕의 왕'에선 매커시즘 광풍에 휩싸인 미국사회의 병폐를 신랄하게 풍자했습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니?
"칼 마르크스요."
"공산주의자니?"
"칼 마르크스를 읽으면 공산주의자인가요?"

이에 앞선 1940년엔 유성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통해 히틀러의 독재와 전쟁의 폐해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군인들이여, 그대를 경멸하고 노예처럼 다루며 당신들의 행동과 사고, 감정과 삶까지 통제할 뿐 아니라 당신들을 짐승처럼 다루고 조련해 총알받이로 만들고 있는 잔인무도한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시오!]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채플린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호평 받았고 채플린은 대스타가 됐지만, 그의 개인적인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이혼한 뒤 고아나 다름없는 처리로 빈민구호소를 전전했습니다.

성인이 돼서도 세 차례나 결혼에 실패했고, 영화 '살인광 시대'로 인해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채플린은 굴곡진 삶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수많은 명작을 남긴 셈입니다.

[오세혁/연극 '레드 채플린' 작가 : 채플린의 삶을 잘 보면 정말로 웃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채플린은 웃을 일이 없는 불행들을 모조리 희화화해 작품에 녹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첨단 영화 시대가 열렸지만,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채플린의 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지긴커녕 오히려 선명해집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 당대 현실을 풍자하고 인간의 정서와 비애감 같은 것을 표현하는 휴머니즘 등을 종합적으로 표현해낸 인류 코미디 역사상 가장 큰 거장입니다.]

다섯 살 나이에 희극배우였던 어머니 대신 무대에 올라, 팔십평생을 연기자로 살았던 채플린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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