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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0년 동안 140억원' 정명훈 몸값 과도한가?

입력 2014-12-11 22:11 수정 2014-12-1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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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막말 논란으로 시작됐던 서울시향 사태가 이제 몸값 논란으로 번진 모습입니다. 직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던 박현정 대표가 사건의 배후로 정명훈 예술감독을 지목하면서 "정 감독이 10년간 140억 원이나 받으면서 사익만 추구했다" 이런 폭로를 했습니다. 그러자 정 감독의 처우도 도마에 올랐는데, 과연 정명훈 감독의 몸값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오늘(11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우선 정명훈 감독이 10년간 서울시향에서 140억 원을 받았다는 것은 맞습니까?

[기자]

예, 정명훈 씨가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게 2005년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향을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키우겠다며 정 감독을 영입했죠, 그러면서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계획도 내놨었죠? 지금까지 별 진전은 없습니다.

당시 정 감독이 시향에서 받은 돈이 1년에 11억 원 정도였는데, 이듬해부터 점점 올라 2010년에는 20억 원이 넘었습니다.

그러자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고요, 이후 조금씩 내리더니 올해는 12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지휘를 맡은 2006년부터 보면 한 해 평균 15억 원 정도를 받은 셈입니다.

[앵커]

박현정 대표는 이게 과하다고 주장한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지휘자들하고 비교를 해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은 미국 국세청 자료에 공개돼 있는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의 연봉과 비교를 해봤습니다.

먼저 열정적인 지휘로 잘 알려진 시카고 심포니의 리카르도 무티, 한해 217만 달러, 그러니까 24억 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다음 아버지가 뉴욕필 바이올린주자여서 '뉴욕필 키즈'란 별명이 있는 앨런 길버트, 우리 돈으로 뉴욕 필하모닉에서 19억 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가 낳은 천재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81년생이니까 33살밖에 안 됐는데 LA 필하모닉을 이끌면서 한해 15억 7천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계약 조건이나 보수 구조에 대해선 좀 차이가 있지만, 세계적 지휘자들 대부분 이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정명훈 감독은 아까 한 해 평균 15억 정도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유명하지만 그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감독과 견줄 수 있느냐는 평가도 봐야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유명하느냐를 계량화된 수치로 볼 수 없으니까 결국은 평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영국에 노먼 레브레히트라는 세계적인 음악평론가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글 한번 쓰면 전 세계로 번역돼 소개가 되곤 하는데요.

최근에 이탈리아 지휘자 몸값 이야기를 하면서 "최고등급의 지휘자는 정명훈과 바렌보임, 무티 등이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국내 음악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정명훈 감독이 세계적 마에스트로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모습입니다.

[앵커]

물론 또 다른 평론가들은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일단은 일반적인 평판은 그렇다고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시향에서 그렇게 받는 것이 맞느냐, 서울 시향의 인지도라던가 시향이 가지고 있는 시장이라던가 이런 것이 저 유명한 오케스트라들하고는 상대가 안 되잖아요?

[기자]

그게 문제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일례를 들어 비교해 보면, 일단 시카고심포니의 경우 지역 사업가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겁니다. 세금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구조인데요.

지난해 총수입이 1100억 원이 넘었는데, 이중 기부금이 97%였고, 정부 보조금,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은 0.4%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해외 오케스트라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데, 반면에 서울시향을 보면 173억 원 수입 중에 서울시 출연금이 60% 이상입니다.

이게 결국 다 세금이니까 지휘자 몸값에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그 수입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보자면 결국은 서울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하는 건데 지휘자에게 그렇게 많이 갖다 줘야 하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얘기로 일단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서울 시의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들어보면 이른바 연몽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계속 또 얘기하잖아요.

그 이후에 또 무엇을 했느냐에 대해서 계속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세금에 대해서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에서 지적한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하나하나 따져 보면요. 그동안 제기된 논란들 봤을 때, 먼저 외부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하느라 서울시향의 공식 일정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또, 자택을 수리하는 동안 자신이 묵을 호텔비 4천만 원을 시향에 청구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의혹이 나오고 있으니 시의회 감사에 출석하라고 했는데도 정 감독이 9년 동안 한 번도 안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자택을 수리하는 동안 청구한 호텔비는 시의회가 문제 제기를 해서 회수하긴 했죠? 그 내용을 지난번에 박현정 대표가 폭로한 것이기도 하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을 옹호하는 음악계 쪽에선, 원래 외국인 지휘자가 오면 체류비를 지원하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의 관례를 따르다 보니 그랬을 거란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간의 서울시향의 유료 티켓판매율을 좀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얘기합니다.

정 감독이 오기 전 돈 내고 서울시향 공연 보는 사람들이 39%를 밑돌았는데, 이 비율이 점점 오르더니 지난해엔 92%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정 감독이 오면서 시향의 위상과 수준 자체가 오른 것도 같이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거죠.

[앵커]

김필규 기자가 오늘 준비하면서 굉장히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이긴 합니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사실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그러나 하여간 이 시간의 애정남이시니까…. 과한 겁니까 과하지 않은 겁니까?

[기자]

예, 보는 입장에 따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말 결론 내리기가 힘든 부분인데요.

세계적 지휘자라는 점에서 너무 과도하다고 볼 순 없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리더라는 점에선 정 감독의 행동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있는 것 사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파워게임 때문에 한쪽을 지나치게 깎아내리거나, 무책임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고 듣고 싶은 시민들이 될 거란 사실입니다.

[앵커]

사실 뭐 음악계의 어느 분은 박현정 대표나 정명훈 예술감독이나 아니면 또 이번에 함께 얘기가 됐던 직원들에 대해서도 모두 다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더군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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