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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의용소방대 황당 실상…허위 수당에 해외여행까지

입력 2014-11-24 22:27 수정 2014-11-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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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잠시 전, 뉴스룸 1부에서 일년에 600억 원을 들이는 의용소방대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전해드렸는데요. 뉴스룸 2부에선 저희 기자들이 잠입 취재를 통해 취재한 의용소방대의 황당한 실태를 더 자세히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분통 터뜨리실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의용소방대의 민낯을 임진택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의용소방대는 월 4시간 화재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취재진은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 잠입 취재를 했습니다.

오전 6시, 강의 시작 시간.

그런데 대부분의 대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20여분이 지난 뒤 교육을 시작합니다.

오늘 교육에선 '공기 호흡기' 조작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족구 대회' 시상식을 합니다.

[다음 족구, 00지역대. 00지역대 수고하셨습니다.(박수)]

이어서 각종 협찬 품목을 소개합니다.

[지금 뜯어보니까 국수 냄비하고, 전기밥솥. 이것은 선수들이 수고하셨으니까 선수들에게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일정 보고입니다.

그런데 내용은 이상합니다.

[제1회 00의용소방대 대장배 골프대회를 실시하였습니다]

골프대회 등 친목모임의 협찬을 소개하는데 5분 넘게 할애합니다.

[000 사장님께서 연합 대회에 100만 원 상당 자전거를 협찬하셨습니다]

밖에선 10여분간 방화복 착용 시범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중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리고는 해산. 교육 시작 불과 25분만입니다.

[소방서 총무부장 : (오늘 네 시간 교육 아니었어요?) 4시간인데. 그냥 가라(가짜)로 그냥 하고]

교육에 참석한 의용소방대원들은 3만 8천 원의 수당을 받았습니다.

+++

한 지자체의 의용소방대원 30여 명이 일본 연수에서 돌아왔습니다.

[(JTBC인데요. 저희가 의용소방대 취재 나왔거든요) 그런 인터뷰 저희가 할 입장이 아닌데…]
[(며칠 다녀오신 거예요?) 아 됐어요.]
[(세금으로 이렇게 다녀오셔도 되는 겁니까?)…]
[(몇명 다녀오신 거예요?) 몰라요. 차 여기 왔나.]
[혼자 갔다 왔어요. (혼자요?) 어. 저리 비켜. ]

의용소방대가 아니라고 발뺌을 하기도 합니다.

[(대장분 맞으신 거죠?) 아니에요.(책임자라고 하시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
[(의소대라고 다른 분이 말씀하셨어요.) 아니에요. 다른 분 누가 그래요?]
[(일행분들 안 나오셨어요?) 다들 가셨잖아요. (다 가셨어요?) 네]
[(아까 의소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의용소방대 아니죠. (아닙니까?) 제가요? 아니에요. (관련 없으십니까?) 네.]

의용소방대는 지난해와 올해 24건의 해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이들의 연수는 공교롭게도 선거가 있던 해를 전후로 집중됐습니다.

직무 연수를 위해서였다지만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이들이 낸 연수 보고서를 살펴 봤습니다.

필리핀, 보라카이, 중국, 태국, 대만 등 대부분 관광지입니다.

일부 연수의 일정은 아예 관광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

김기수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 의용소방대원의 실상을 고발했습니다.

[김기수(가명)/전 의용소방대원 : 받은 게 나한테 오는 게 아니라 의용소방대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 돈 받으셨나요?) 못 받죠. 통장에 들어오는 걸 돌려주는 거예요.]

'가짜로' 출동을 한 뒤 수당을 모아 회식비로 썼다는 겁니다

[김기수(가명)/전 의용소방대원 : 한 일은 불 끄는 걸 구경하는 것(구경하는?) 네. 물 사다 주는 것 소방관들에게 생수 사다 주는 것. 그 외에는 제가 직접적으로 화재 현장을 진압하거나 들어가는 건 못해요.]

김씨는 3년 간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다 결국 그만뒀습니다.

[김기수(가명)/전 의용소방대원 : 의용소방대에 들어가는 돈을 소방관 복지에 쓰면 아마 지금의 10배는 좋아지지 않을까.]

+++

지난 2월엔 의용소방대원 8명이 횡령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습니다.

5년 동안 수당을 허위로 꾸며 수천만 원을 챙긴 겁니다.

그동안 관할 지자체에선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관리하는 책임은 제가 알기로는 법적으로 소방서에 둬야하는…]

해당 소방서는 의용소방대가 오히려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합니다.

[소방공무원 : 지역의 유지들, 좀 오래되신 분들 그분들이 많아요. 막무가내식으로 와서 저희 담당자들도 안 봐요. 바로 서장실 쫓아 들어가서…]

지자체와 소방당국이 오히려 눈치를 본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유병국/충남도의원 : 우리 충남도만해도 몇 만명인데 거기에 대해서 지원금을 도지사가 깎는다 그러면 자기는 다음부터 도지사 안 하겠다는 거죠.]

[최규출/동원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절대로 무시 못하는 세력. 전국에 3400개 (의용)소방대가 있으니까 10만명이 움직이는데. (한명이) 네 다섯 표씩은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자기 가족만 해도. 그거 무시 못하죠.]

갈수록 위축되는 정식 소방대, 수백억 예산을 쓰고도 제 역할을 못하는 의용소방대, 그 사이에서 국민들 가슴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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