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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회사, '갑'만 둘…영업 압박에 갑갑한 상담원들

입력 2014-11-06 22:01 수정 2014-11-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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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 고객센터 상담 직원들의 열악한 환경은 통신업체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상담 직원들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김선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유명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받은 사내 메신저입니다.

유료 채널 신규 가입자를 받으라고 압박합니다.

퇴근 전까지 고객 유치를 하지 못하면 사유를 보고해야 하고, 거절한 고객도 2번 더 권유하라며 물고 늘어질 것을 요구합니다.

[이모 씨/인터넷 업체 상담직원 : 할머니가 전화를 주셨어요. 어려운 사정 얘기를 막 하셔요. (그래도) 상품 권유를 막 하는데. 전화 끊고 나서도 한 일주일 괴로워요.]

회사가 통화 내용을 모니터링해 상품 가입을 권하지 않으면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JTBC가 입수한 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영업 매뉴얼입니다.

상담을 할 때, 방송과 인터넷 등이 결합된 가장 비싼 상품을 먼저 권해야 합니다.

고객이 거절하면 그 다음으로 비싼 상품을, 또 거절하면 그 아래 상품을 두 번 이상 추천하도록 규정까지 만들어 놨습니다.

더욱이 영업 실적이 낮으면 동료 직원들 앞에서 망신까지 당합니다.

[장모 씨/인터넷 업체 상담직원 : 직원들끼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 목소리라는 걸 아는데. 이렇게 해서 민원이 됐단 걸 다 들려줘요. 인신공격이라고 저는 많이 생각했어요.]

고객이 욕설이나 성희롱 발언을 해도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 겁니다.

[이모 씨/인터넷 업체 상담직원 : 성인채널에 취직시켜 달라고 계속 신음소리를 내고 (그래도 끊으면) 감점처리가 된다든가.]

왜 상담 직원들에게 영업 압박이 가해지는 걸까.

인터넷 통신업체의 콜센터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보니 업무 강압이 상담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업체들은 팀당 실적을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 : 우리가 대리점이 있고 이런 게 아니잖아요. 상담을 하면서 추가로 새로운 상품 소개할 수도 있고 기본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에 따라 다른 거죠.]

고객들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화 한번 내지 못하고 회사로부턴 영업 압박에 시달려야하는 상담사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갑의 횡포의 대표적인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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