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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세월호 사고 후 잘못된 대처 때문에 죽었다"

입력 2014-07-29 14:03 수정 2014-07-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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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세월호 사고 후 잘못된 대처 때문에 죽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29일 "(선원들이) 초기에 침몰 상황을 제대로 알려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 학생은 "친구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나 죽은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이라며 선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학생 7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법정 증언은 전날(29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학생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친구 또는 가족들의 손을 잡거나 인형을 안고 법정에 나와 힘겹게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A양은 "배가 기울면서 방안에 물이 들어와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복도로 나갔는데 박지영(승무원) 언니가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 이후 옆으로 굴러 떨어지셨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언니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고 증언했다.

B양은 "침착하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가만히 있으면 구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왔다. 어떤 아저씨들이 소방호스를 연결해줘서 그걸 잡고 가까스로 벽을 타고 탈출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C양은 "배 안에 물이 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물로 뛰어들었다. 같이 뛰어든 친구 중 1명은 갑판으로 나갔는데 휩쓸린 친구는 나오지 못했다.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이 떠올라가지고…"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학생은 이어 "(친구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이라며 "선원들이 가벼운 징역을 받고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른 학생들도 "저희가 움직이면 배가 더 움직이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거나 "나무로 된 캐비닛에 올라 타 둥둥 떠다니다 출구 쪽으로 나왔다. 친구 말고 선장이나 선원, 해경으로부터 도움 받은 것은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증언을 마친 학생들은 재판부에 선장 등 선원들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아직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알고 싶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 달라"는 호소도 했다.

학생들이 증언하는 동안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긴 탄식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학부모와 기자단 대표의 방청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전날에 이어 출석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단원고 학생 1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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