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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에 친구들 있다고 했지만 해경은 바라만 봤다"

입력 2014-07-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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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 6명이 처음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법정 분위기는 어땠고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이주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주찬 기자, 관련 소식부터 전해주세요.

[기자]

"친구들과 복도에 줄을 서서 구조를 기다리는데, 해경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나오라고도 하지 않고 배에 오르지도 않았다."

어제(28일) 법정에 나선 단원고 2학년 학생이 한 말인데요.

말씀하신대로 세월호 사고 관련 재판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이 증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두 6명이 교복차림으로 증언에 나섰고요, 학생 중에는 토끼 인형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증언하는 동안 학생들은 손을 잡은 채 놓지 않고 있었는데요, 심적으로 힘드냐는 검사의 질문에 "희생된 친구나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나고 꿈에도 나온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사고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이 괴로워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증언 내용에 관심이 가는데요, 당시 상황 어떻게 얘기했나요?

[기자]

먼저 선원들의 안전교육은 전혀 없었고, 침몰 중에도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 방송 등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비상벨이 울렸다면 탈출이 가능했겠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물이 배 안에 차 있었지만 캐비넷 같은 것을 밟고 올라서는 등의 방법으로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 안타깝게 하는 부분은 "학생들이 스스로 구명조끼를 입고 배 안에 물이 차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 줘 방에서 빠져나와 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수십 명이 줄을 선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급한 순간에도 선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살겠다고 뛰쳐나온 게 아니라 서로 울지 말라고 하면서 줄을 서면서 나간 것입니다.

또 10여 명의 학생들은 배 밖으로 나왔다가 파도에 휩쓸려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희생됐다고 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 여학생은 "구조된 뒤 지켜보니 고무보트를 타고 손에 닿을 거리에 있던 해경은 배 밖으로 나간 아이들을 건져주기만 하고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많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며 원망했습니다.

[앵커]

네. 학생들이 여전히 그 날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번 사고에 대해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데요. 선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고요?

[기자]

예. 아직도 학생들은 사고를 당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꿈에 나오고, 인형을 안고 다닐 정도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법정에서 대부분의 학생은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여학생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에는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별도의 방을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증언대에 모여있는 조건으로 법정에서 직접 증언했습니다.

이준석 선장 등은 원래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학생들이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안산지원에서 심리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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