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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라도 찾기를…" 슬픔과 아픔의 연속 '팽목항 24시'

입력 2014-07-2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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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사고로 300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대참사였는데요. 슬픔과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열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4월 16일의 아픔 속에 그대로 머물러있습니다.

팽목항의 힘겨운 일상을, 정제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이제 빨리 좀 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바다는 무심합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엔 떠난 이들이 남긴 메시지들로 가득합니다.

목탁소리가 고요한 팽목항을 깨우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이 부산합니다.

[전연순/금비예술단장 : (100일 맞아) 삼계탕 죽이라도 드시고 힘을 내서 좀 버티고 힘내서 이 마음을 정으로 좀 더 힘을 내시라고 준비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온 한 일행이 팽목항 한 켠에 밥상을 차립니다.

차디찬 아스팔트에 정성스럽게 싸온 음식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단원고 2학년 3반 황지현 양의 어머니 신명섭 씨는 매일 아침 7시 30분, 딸의 아침 밥상을 차려줍니다.

[신명섭/황지현 양 어머니 : 우리한테 100일, 다 100일 안에 찾았으면 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언제까지 있을지도 모르는데…]

결혼 7년 만에 얻은 외동딸 지현 양은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명섭/황지현 양 어머니 : 해줄 게 없으니까 하는 거죠. 밥 먹고 나오라고 하는 거죠. 배고파서 못 나오나 싶어서.]

딸은 찾지 못했지만, 혹시나 아이 소지품이라도 건지지 않았는지 유류품 사진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신명섭/황지현 양 어머니 : 3만 원 줬거든요. 아까 5만 7천 원 있는 것 같은데. 맞는 것도 같은데 색깔이, 중앙 좌현이면.]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는 지현 양을 포함한 단원고 학생 5명과 일반인 3명, 그리고 교사 2명 등 모두 10명입니다.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대부분 하루를 보냅니다.

권오복 씨는 일회용 커피로 체육관의 하루를 엽니다.

사고 당일 진도로 내려와 100일 동안 하루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 가족이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 변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조카 지연 양은 살아왔지만, 엄마 시신은 사고 9일 만에 수습했고, 동생 재근 씨와 6살짜리 조카 혁규 군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권오복/권지현 양 아버지 : 어제도 내가 술 취해서 잤어. (아침이면) 나는 커피를 먹어. 술은 막 먹어. 커피는 골라 먹고.]

한 때 천 명 이상이 지내던 체육관 안은 유족들이 떠나며 적막합니다.

[이재관/물리치료 자원봉사자 : 신체 배열이 깨졌는데, 통증을 호소하는데, 악순환인 것 같아요. (몸이) 아프니까 마음도 아프고.]

시신을 수습했지만 체육관을 다시 찾은 유족도 있습니다.

[한용화/실종자 가족 : 저도 이 세월호 사고에서 동생을 잃었어요. 가슴이 미어지는 것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한 씨 동생 금희 씨는 예비 신랑과 제주도로 추억 여행을 떠나던 중 변을 당했습니다.

시신으로 돌아온 동생은 예비 남편 이름이 적힌 배표를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한영화/실종자 가족 : 하루빨리 부모의 품에 돌아와 차디찬 물속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어요.]

대형 화면에서 유병언 사망 속보가 나와도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박영인 군 아버지 : 너무 오래되니까 아픈 상처는 깊으면 깊을수록 아파야 하는 건데 더 덤덤해지는 것 같아요.]

[박영인 군 어머니 : 그렇잖아요. (아들) 뼈라도 챙겨가고 싶은데.]

저녁이 되자 세월호 특위 간사들이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박은화 양 어머니 : 사실은 실종자 입장에서는요. 국회에 가서 단식하고 싶어도 못하고요. 왜냐하면 가족이 저기 있으니까]

모두가 떠나고 정적만 흐르는 체육관, 실종자 가족들은 잠이 들지 못합니다.

[박은화 양 어머니 : 더하기 빼기도 안 되고요.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고요. 정말 죽지 못해 산다고요. 애들 데리고 가야 하니까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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