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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해경 '미숙한 초동대응'…골든타임만 날려

입력 2014-07-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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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해경 '미숙한 초동대응'…골든타임만 날려


감사원이 8일 중간발표 형식으로 공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결과는 초대형 재난을 맞닥뜨린 해양경찰청이 미숙한 초동대응으로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증거자료였다.

해경은 해상경비 및 관제를 소홀히 하다 신속한 사고대응에 지장을 초래했고 정확한 상황전파나 구조팀 간에 유기적인 연계없이 출동지시만 시달해 혼란을 야기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해서도 정확히 현장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선외 구조에만 집중한 채 세월호 내에 갇혀 있던 다수의 승객구조는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中어선 단속에 중형함정 모두 동원…정원 13명짜리 소형만 남겨

해경 경비규칙에 따르면 세월호 항로가 포함된 내해구역에는 200t급 이상 중형함정을 하루 한 척씩은 배치해 놓아야 하지만 해경은 사고 당일인 지난 4월16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특별단속을 위해 서해해경 소속 중형함정을 모두 동원했다.

이에 따라 정원 13명의 100t급 소형연안경비정인 '123정'이 내해 구역까지 경비를 맡게 되면서 장비와 구조인력 부족으로 현장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123정은 사고발생 이후 당일 오전 9시16분부터 두 시간 가량 현장지휘 함정으로 지정됐지만 실질적인 구조인력은 9명에 불과했고 위성통신 장비도 없어 현장 영상송신도 불가능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 발생시 최초 상황 파악과 전파임무를 맡은 진도VTS는 약 16분간 세월호의 사고발생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진도VTS의 관제해역에 있던 82척의 선박 중 특별관제대상(여객선·위험화물운반선 등)은 세월호를 포함해 18척에 불과했던 터였다.

따라서 진도VTS는 당일 오전 8시48분께 세월호가 급격한 방향전환 후 표류하고 있다는 점을 8시50분께부터는 관제 모니터상으로 포착할 수 있었지만 모니터링을 게을리 하다가 9시6분께 목포해경의 통보를 받은 뒤에야 사고발생 사실을 알았다.

초동대응기관인 목포해경이 전남소방본부로부터 사고사실을 통보받은 시각이 오전 8시55분인 점을 감안하면 진도VTS가 5분 가량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셈이다.

특히 진도VTS는 관제사 2명이 근무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1명만 근무했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 후 내부 CCTV를 철거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선장과 교신 시도하지 않아 승객퇴선 기회 상실

해경의 출동명령이 떨어지고 123정이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각인 오전 8시58분부터 9시30분까지는 사실상 선장이나 승무원과의 직접교신을 통한 갑판집결, 승객퇴선 등의 지시만이 유일한 구조방법이었다.

실제 구조 관련 메뉴얼에도 "가용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조난선박과 교신을 시도하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123정은 오전 9시3분께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이후 조난통신망으로 세월호가 2차례 호출했는데도 듣지 못했다.

목포해경도 오전 9시10분께 선장과 핸드폰 통화만 2차례 시도하고 조난통신망 등을 통한 직접 교신방안은 강구하지 않았다. 오전 9시7분부터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한 진도VTS도 선내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지만 목포해경이나 123정에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이처럼 구조본부는 물론이고 현장에 출동한 함정 등도 세월호와의 직접 교신을 소홀히 함으로써 사고발생 초기 선장과 선원을 통한 초동조치의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목포해경에서 122신고를 접수한 직원은 오전9시4분께 세월호 승무원의 신고를 접수해 선내상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다. 당시 122와 통화한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방송을 하던 승무원으로 선내 대기방송을 중단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122구조대 등이 헬기나 구조함정에 신속히 탑승해 출동했다면 구조활동에 보다 빨리 투입될 수 있었는데도 이동수단 확보에 소홀함으로써 늦게 도착한 점도 확인됐다.

목포 122구조대의 경우 100m 거리의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513함을 놔두고 버스를 이용, 오전 9시13분께 팽목항으로 이동한 후 어선에 탑승해 현장에 나갔다. 만일 정박 중인 513함에 탑승했다면 실제 현장도착 시간보다 1시간여 빠른 오전 11시10분께 도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감사원은 추정했다.

서해해경청 특공대도 탑승가능한 선박이 있는지 확인 없이 오전 9시35분 목포항으로 이동한 후 쓸 수 있는 선박이 없자 10시25분께 전남경찰청 헬기를 수배해 출동했다. 출동명령 직후 전남경찰청 헬기에 탑승해 이동했다면 40여분 빠른 오전 10시45분께 도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주해경과 전남소방본부는 사고발생시 각각 최초 신고를 접수했는데도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늦게 출동명령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해경은 오전 8시58분 제주VTS의 사고신고를 받고도 9시10분께야 함정 등에 출동지시를 내렸으며 8시52분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며 늑장을 부리다가 9시13분에야 소방헬기에 출동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소방본부장은 긴급 운항 중인 광주소방헹기를 영암군 상공에서 무안의 전남도청을 경유토록 지시해 전남행정부지사와 동승한 뒤 오전 10시37분께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 침수됐는데도 "자체부력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하라"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 현장에 도착한 123정은 선내에 남아있는 승객구조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서도 즉각적인 선실진입을 시도하거나 구조본부에 현장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23정은 오전 9시49분께 배가 62도 이상 전복되자 뒤늦게 대원 1명을 밧줄로 조타실 입구까지 진입시켰지만 이미 배가 심하게 기울어져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퇴선했다.

또 123정은 도착 당시 현장상황을 보고하지 않다가 해경본청에서 9시37분께 상황보고 지시를 받자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보고했다. 구조본부와 다른 구조팀들이 들을 수 있는 공용통신망을 이용한 첫 상황보고는 그로부터 6분 뒤인 오전 9시43분께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나오고 있다"는 말로 이뤄졌다.

123정은 구조된 선장과 선원들을 통한 승객 위치파악이나 퇴선유도방안 등도 강구하지 않았다. 구조된 선원 가운데 2등 항해사는 선내에 남아있던 승무원과 연락 가능한 무전기를 갖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했다면 승객들의 자진퇴선을 유도할 수 있었다.

해경본청과 서해해경, 목포해경 등의 구조본부도 다수의 승객들이 선내에 남아 있다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123정이나 구조 헬기 등에 선실 내부진입을 지시하지 않는 등 현장 지휘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더욱이 세월호 좌현이 완전 침수된 오전 9시53분 이후에도 "여객선 자체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는 등의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시달했다.

인명구조라는 자기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해경은 사고 당일 청해진해운에 구난업체인 언딘과의 구난계약 체결을 전화로 3차례나 종용하는 등 구난업체 선정에 관여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사고에서 나타난 해경의 미숙한 초동대응은 평상시 여객선 침몰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 등을 게을리 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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