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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달마아저씨를 추억하다

입력 2014-06-1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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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달마아저씨를 추억하다


LG 박용택은 13일 경기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가 적혀있지 않은 모르는 번호였다. 자신이 LG 팬이라고 밝힌 발신인은 "박용택 선수의 팬으로 유명한 분께서 오늘 돌아가셨다"고 알렸다. 박용택 역시 고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달마아저씨'로 불리는 LG 팬 박제찬(49)씨 였다.

LG는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SK를 맞아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오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10-9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첫 연장전 승리로 모두가 기뻐했지만,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달마아저씨'로 불리는 박 씨의 비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어릴적 불의의 사고로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LG를 '열혈' 응원하는 팬으로 유명했다. LG 팬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박 씨를 추모했다.

박용택은 이튿날 경기 전 상복을 입고 박 씨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그가 빈소에 방문한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면서 이 소식이 알려졌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용택은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분"이라며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 같이 응원해주셨다. 신인 시절에도 잠실구장에 오셨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좋은 곳에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용택은 故 박 씨를 '수줍은 많은 팬'으로 기억한다. 그는 "관중석에서 응원할 때는 열정적이셨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러워 하시더라. 사인회에 찾아오셨는데, 말도 못 붙이시고 멀리서 보고 계시더라. 쑥쓰러워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는 선수가 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셨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잊지 못할 팬"이라고 덧붙였다.

LG 구단도 고인을 추모했다. 구단 관계자가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가는 길을 함께 하고, 박용택이 경기에서 착용한 모자를 선물했다. 이형근 구단 홍보팀장은 "빈소를 찾아가니 마침 입관식이 시작되려고 하더라. 모자를 선물해드렸는데, 고인의 가족께서 '모자와 팬들이 전한 박용택 선수의 사인배트를 입관식 할 때 관에 같이 넣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고인이 형께서 '사실 LG가 미웠다'고 하시더라. 박 씨가 경기장을 다녀오면 항상 만취해 있어서 가족들은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애도해 주는 것을 보니 동생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고 하며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잠실=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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