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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40분경 담은 동영상…아이들이 보내온 두번째 편지

입력 2014-04-2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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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박수현 군이 찍은 동영상을 지난 일요일, 고심 끝에 정지화면과 음성변조로 보내드렸습니다. 아버님인 박종대 씨께서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셨지요. 방송이 나간 후 수사당국은 이 동영상 내용을 토대로 즉각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는 어제(28일) 또 다른 동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의 박예슬 양이 찍은 동영상입니다. 놀랍게도 이 동영상을 찍은 시간은 박수현군의 영상보다 약 3, 40분이 더 지난 9시 40분경의 영상이었습니다. 사고가 난지 한시간 가까이 지난 때였습니다. 그 때는 선장과 선원은 이미 탈출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까지도 아이들의 모습은 고 박수현군의 친구들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고 박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씨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영상을 꼭 공개해서 우리사회가 공유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고심 끝에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 편집해서 보내드립니다. 저희들이 동영상과 음성을 그대로 전해드리지 않는 이유는, 비록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내용을 전해드리긴 하지만 다른 가족분들을 위해 그만큼 절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천진했던 아이들이 저 바다에서 지상으로 보내온 두 번째 편지입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선생님도 여쭤봐.]

[선생님도 지금 카톡을 안 보고 있어.]

사고 당일인 16일 단원고 박수현 군이 찍었던 동영상은 오전 9시 9분쯤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28분 뒤 같은 학교 박예슬 양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습니다.

여학생들이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세월호의 객실 앞 복도에 모여 벽을 바닥삼아 누워 있습니다.

배가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교신이 끝나는 시점인데도 대부분 학생들은 여전히 밝습니다.

밖에 해경 구조헬기 소리가 들립니다.

[헬리콥터가 와.]

헬기 소리에 안심했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장난을 칩니다.

[얘들아 원래는 이건데.]

[되게 많이 기울었다. 기울기를 어떻게 풀었지? 원래는 이건데.]

상황이 나빠졌지만 친구들 앞에서 애써 밝게 말합니다.

[힘들어. 살려줘. 살려줘.]

[다리 아퍼.]

이 때 또 선내 방송이 나옵니다.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구조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습니다.

[와, 바다로 뛰어 내린다.]

일부 친구가 울먹이자 용기를 북돋웁니다.

[엄마 보고 싶어.]

[살 건데 뭔 소리야.]

[살아서 보자.]

아이들은 끝까지 밝은 모습을 보이려 합니다.

[아 어떡해, 무서워, 무서워.]

[여기가 지금 복도입니다.]

[구조 좀.]

영상은 이렇게 9시 41분 28초에 끝납니다.

이 직후 이준석 선장과 항해사들은 배를 탈출했지만, 아이들에겐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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