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학교 폭력을 사전에 막겠다면서 매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진주외고가 실태조사 보고서에선 폭력이 전혀 없는 학교로 나타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른 학교의 조사 과정을 보니까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진주외고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된 지난 학기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입니다.
232명의 학생 중 폭행이나 돈 뺏기, 강제 심부름 등 폭력을 당했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학생 2명이 폭력으로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부의 실태 조사가 제대로 된 건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3년째 시행 중인 교육부 조사에 문제는 없는 걸까.
서울의 한 중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00중학교 학생 : (학교폭력 실태조사 다 했니?) 네. (어디서 했어?) 학교 컴퓨터실에서요.]
이번엔 컴퓨터실로 가봤습니다.
주변 학생이 입력하는 내용을 훤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니터가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00중학교 학생 : (피해 사례를 쓸 수 있었겠니?) 그냥 안 썼을 것 같아요. (이유는 뭐야?) 찌를 것 같아요. (가해 학생에게 내용을) 말해 갖고 더 심하게 당하게….]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조사의 비밀을 보장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선 현실과 안 맞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각 학교의 실태조사 참여율이 교육청 평가에 반영된다는 겁니다.
[00중학교 교사 : 학교폭력 피해자가 단 한 명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아이는 저기(컴퓨터실)서 못 써요. 개방된 구조에서 어떻게 쓸 수 있겠어요.]
[유성희/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 : 이게 옳지 않은 것을 다 알아요. 교장, 교감선생님도 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지역 교육청 눈치가 보이고….]
사망 사고조차 막지 못한 실태조사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