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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리그는 약했지만 야구는 강했다

입력 2013-03-12 09:37 수정 2013-03-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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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리그는 약했지만 야구는 강했다


한국이 네덜란드를 얕봤던 걸까, 네덜란드는 원래 강팀일까.

네덜란드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하면서 네덜란드 야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1라운드에서 한국이 0-5로 졌을 때만 해도 "우리가 네덜란드를 너무 우습게 보고 방심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2라운드에서 쿠바를 연거푸 물리치자 "야구를 잘 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야구 변방이었다. 유럽에서는 야구 강국이었어도 차원이 다른 세계 무대에선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땐 한국에 0-10 콜드게임 패배를 당할 정도로 현격한 실력 차를 드러냈다. 네덜란드가 주목받은 건 불과 2,3년 전부터다. 네덜란드는 2011년 야구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번 대회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2008년 올림픽 때 네덜란드가 아니었다"고 발전 속도를 놀라워했다.

네덜란드의 힘은 메이저리그에서 나온다. 리그의 경쟁력은 높지 않은데 국가의 경쟁력은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이유다. 한국이 경계했던 중심 타자 로저 베르나디나, 블라디미르 발렌틴, 앤드루 존스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뛰었고, 안드렐톤 시몬스와 잰더 보가츠, 조나단 스쿱은 빅리그의 차세대 유망주로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쿱은 8일 2라운드 쿠바와 첫 경기에서 쐐기 3점홈런, 시몬스는 11일 쿠바와 4강 진출전에서 결정적 동점 투런 홈런을 때려 강한 인상을 심었다. 퀴라소 야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시몬스와 스쿱 등은 20대 초·중반이다. 이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네덜란드 야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야구 강국 쿠바는 네덜란드에 2패를 당해 탈락했다.

네덜란드의 주축 선수들은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퀴라소 섬에서 나고 자랐다. 이 점을 미뤄보면 중남미 스타일의 시원하고 호쾌한 야구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선수와 지도자가 섞여 있어 수비가 탄탄하고 영리한 작전도 종종 펼친다. 이런 정교함과 세밀함은 쿠바나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와 차별화되는 네덜란드의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팀 워크도 좋다. 자국 출신이 8명밖에 안 돼 20명이 미국 국적인 이탈리아와 달리 선수단 전원이 네덜란드 국적을 갖고 있어 뭉치는 힘이 강하다. 퀴라소에서 독립 방송국 에디터로 일하는 찰턴 프란시스코는 "네덜란드 여권이 미국 여권보다 더 좋은데 굳이 (국적을) 바꿀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선수들의 자부심을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4번 타자 발렌틴이 11일 쿠바전에 부상으로 빠져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런 악재 속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그의 빈자리를 잘 메워 7-6 역전승을 일궈냈다.

네덜란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시몬스와 스쿱, 보가츠 등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이번 대회에 불참한 주릭슨 프로파, 켄리 얀슨, 디디 그레고리어스 등의 메이저리거가 가세하면 2017년 4회 대회에선 드림팀 구성도 가능하다.

헨슐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은 11일 쿠바를 꺾고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뒤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기뻐했다. 그 역사는 아직 다 쓰여지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미국으로 가 도미니카공화국, 미국, 이탈리아, 푸에르토리코 가운데 한 팀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그 중 도미니카공화국은 2009년 2회 대회 때 네덜란드가 두 차례나 꺾었던 팀이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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